"왜 청년들이 사채업자에게 빌리는지 고민해야"

이영광 2023. 7. 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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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260] MBC < PD수첩 > 임다솔 PD

[이영광 기자]

예전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채 쓰는 사람은 대부분 기업인이었고 빌린 액수도 컸다. 하지만 지금은 단위가 20만~30만 원이다. 그러나 처음 빌린 건 20만~30만 원이지만 이자에 연체료까지 붙으면 5000만 원 되는 건 순간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지난 18일 MBC < PD수첩 >에서는 '新 사채시장 불한당과 청년들' 편이 방송되었다. 사채를 쓰고 계속된 추심에 고통당하는 박준수(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30만 원 빌려주면 6일 만에 이자 포함 50만 원으로 갚아야 하는 '3050 법칙' 등 사채로 인해 피해 당한 청년들 이야기가 담겼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0일 해당 회차를 연출한 임다솔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임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30만 원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 원 갚으라고..."
 
 <PD수첩>의 한 장면
ⓒ MBC
 
- 지난 18일 방송된 MBC < PD수첩 > '新 사채시장 불한당과 청년들'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항상 방송 끝나고 나면 취재하고도 빠진 내용들이 있으니까 그런 내용 못 들어간 게 아쉬운 거 같아요. 특히 이번에는 저희가 추적하다가 못 잡은 사채업자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도 좀 더 만나고, 추적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 사채 시장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경제가 너무 어려워졌고 시중은행의 대출금이나 연체료가 많이 높아지면서 음지의 돈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고 사전 취재를 시작했어요. 저희가 생각할 때 사채라는 건 약간 40대 조폭이라든가 나이 드신 분들이 명동에서 큰돈을 빌린다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까 30만 원 등 소액 대출 광고가 엄청 많은 거예요.

그리고 정부의 소액 생계비 대출에도(50만 원) 엄청 많은 사람이 몰렸고요. 이렇게 소액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 정도 금액의 돈도 못 빌리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단 걸 살피면서 사전 취재하다 보니까 성 착취라는 새로운 추심 방법이 나왔고 온라인상에서 이런 사채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옛날에는 사람들이 직접 사채 돈을 빌렸는데 요즘은 이 온라인상에서 작은 돈으로 일어난 일이고 새로운 사채라고 생각하면서 신 사채시장, 청년들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 청년층이 대출받는 액수가 큰 돈도 아니고 20만~30만 원이잖아요. 그 정도면 굳이 대출하지 않고 주위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 같거든요. 그게 잘 이해 안 되던데.
"맞아요. 저도 처음에 20만 원 빌리는 거면 친구한테 빌리거나 부모님한테 빌리면 안 되나라고 생각 했었어요. 그런데 보니까 100만 원이 필요해서 처음에는 빌리려고 했는데 100만 원을 안 빌려주는 거예요. '첫 거래니까 30만 원 50만 원 일단 해봐라. 이거를 몇 번 빌리고 갚으면 큰 돈 빌려주겠다'라는 식으로 유혹하는 방법이 하나 있고요. 

그리고 이해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부모님이 도와주실 형편이 안 되고 친구들도 도와줄 형편이 안 되는데 돈 필요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특히 저희가 만난 분 중 소상공인, 자영업자분들이 많았는데요. 1, 2금융권 대출도 다 받고 주변에 돈도 다 빌렸는데 코로나나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다 보니 이제 돈을 빌릴 곳이 없는 거죠."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박준수(가명)씨 집을 보여줬잖아요. 물건이 별로 없는 것 같던데 어떠셨어요?
"그 집이 월세 35만 원짜리 방이었는데 정말 단출하게 살고 계셨어요. 그래서 뭐 먹고 사시는지, 어떻게 사시는지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회사에서 밥이 나오면 회사 밥을 먹고, 회사 출근 안 하는 날이면 라면을 먹거나 안 먹는다고 하세요... 이렇게 사시는 분이 있단 생각에 충격 받았죠."

- 냉장고에 먹을 게 없는 게 충격이더라고요.
"그것도 너무 충격이었고 다른 선배 PD분도 방송 보시고 나서 청년 고독사 생각도 많이 났다는 거예요. 사실 그런 청년 고독사라든가 사체 때문에 힘들어서 자살하신 분들 방에 가보면 먹을 것들이 없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고 해요. 많이 지쳐 보이고 좀 힘들어 보이는 상태였는데 그런 냉장고 열어보고 부엌의 장 같은 걸 열어봤을 때 없는 거 보고 굉장히 위기에 내몰린 청년이란 걸 느꼈습니다. 계속 독촉받으면서 많이 지쳐계신 거 같았어요."

- 계속 추심이 오는 것 같던데 그렇게 하면 일상이 마비되지 않나요?
"예전에는 일상생활이 방해를 넘어서 마비되는 정도까지 갈 때도 있었다고 해요. 왜냐하면 회사에 있는데도 계속 전화가 오면 전화를 쓸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새벽에도 전화가 오고 그럼 새벽에도 계속 잠을 못 자게 되고 만약에 너무 힘들어서 연락을 안 받는다면 주변인들한테 바로 전화하는 거죠. 박준수씨의 경우에는 직장도 그래서 그만뒀었고 일상생활이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죠."

- 과거 TV에서 대부업 광고가 나와 문제가 된 적이 있고 지금은 안 나오죠. 그럼에도 지금 대출은 쉽게 접할 수 있나 봐요?
"유명한 대부업 광고들이 있었죠. 검색하면 광고가 정말로 많이 나와요. 인스타에 검색해도 나오고 트위터에 검색해도 나오고 텔레그램 검색해도 나오고 카톡에 검색해도 나오고 네이버나 구글 인터넷 검색해도 너무너무 많이 나와요. 근데 특히 소액인 경우에는 개인 돈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채라는 이름 안 쓰고 '개인 돈 빌려드려요'라고 하니까 정말 쉽게 찾을 수 있고요."

- 왜 개인 돈이라고 할까요?
"저희도 조금 의아스럽던 게 사채라고 안 하고 '개인 돈 빌려드립니다', '#개인 돈' 이렇게 혹은 '#소액' 이렇게 많이 하던데요. 사채라는 말이 말이 그대로 번역하면 개인 돈이잖아요. 개인 돈이라고 광고 많이 하는 거 보면 사채라는 단어 자체가 위험하다고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 30만 원 빌려서 6일 뒤에 50만 원 갚는다는 게 '3050 법칙'이죠. 6일 만에 이자가 20만 원 붙이는 게 이해 안 가요. 너무 과한 거잖아요.
"그렇죠. 근데 이게 사실 3000만 원 빌려서 일주일 뒤 5000만 원을 갚으라면 5000만 원 어떻게 갚아요? 근데 30만 원 빌려서 일주일 뒤에 50만 원 갚으라고 했을 때 소액이니 갚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실 수 있는 금액인 것 같아요. 근데 계산해 보면 엄청난 큰 이율이죠."

"'긴밤으로 대체 가능' 사채 시장에 성매매 은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사채를 한번 쓰면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불가능한 구조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연체료가 어마어마하던데.
"빠져나가기 어렵죠. 사채 중독이라는 말도 쓰던데. 사채업자한테 데이터가 넘어가면 그 사채업자들끼리는 정보 공유를 한대요. 그래서 제가 만약에 한 사채업자한테서 만약에 풀려나더라도 돈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또 언젠가 돈이 필요할 때가 오잖아요. 그러면 연락이 오는 거예요. '돈 혹시 안 필요하세요?'라고요.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사채를 갚기 위해서 1, 2금융권의 대출도 연체가 계속되면 또 빌릴 데가 없어져요. 신용 점수가 나빠지기 때문에 그래서 주변의 도움과 개인 회생이라든가 사회적인 도움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다희(가명)씨의 경우 사채업자에게 통장과 카드를 넘겼다던데 그 부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김다희씨의 경우 일단 옷 가게를 하다 보니까 돈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 되어 빌린 거죠. 근데 계속 사채를 빌리다 보면 사채 빌려주는 사람이 계속 연락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유혹한 거죠. '돈은 계속 필요한 상황이지 않냐. 너 원금만 갚으면 되는 대출 상품이 있는데 통장을 좀 줘. 위험한 거 아니야 우리 몇 개월간 거래했는데 내가 위험하게 하겠니'라면서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통장 넘긴 거고 그 통장은 대포통장으로 이용한 거죠."

- 사채업자가 성 착취물까지 요구하네요?
"N번방 이후에 사채업자들이 '왜 너네 N번방 알지? 내가 너네 사진 뿌려버릴 거야'라면서. 범죄를 너무 쉽게 이용하고 배우는 거 같아요. 이 사채업자들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자기들이 핸드폰의 데이터를 다 빼가요. 그러면 거기 있는 사진들로 합성한다거나 전단지처럼 만들어서 배포한다거나 협박하다가 이제는 '너 N번방 알지?' 수준을 넘어서서 자기들이 직접 사진을 요구해서 성 착취물이 된 사진까지 요구하는 방식이 되고 그게 가장 큰 협박의 수단이 되어버리는 거죠."

- 성관계나 성매매도 요구한다면서요?
"사실 사채 시장이 성과 많이 연관되어 있긴 한 것 같아요. 실제로 사채 광고를 검색하다 보면 많이 뜨는데 그 사이사이에 '개인 돈 빌려드립니다'라고 하고 밑에 한 줄로 '긴밤으로 대체 가능합니다'라고 써놔요, 긴밤이라는 게 성매매를 의미하는 은어거든요. 그런 거 보면 돈을 빌려주고 성매매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 사채업자인 김부장 하는 말이 사채는 합법도 불법도 아니라도 하는데 자긴 사채 절대 안 쓴다고 하잖아요. 사채가 얼마나 문제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너무 뻔뻔한 거 같아요.
"너무 뻔뻔하다고 느꼈죠. 불법인 걸 정말 알 텐데 불법이 아니라고 진짜 생각하는 건지 그리고 저희 팀 작가님이 답답해하셨던 건 왜 안 쓰시는 거예요. '아니까'라고 하는데 정확히 뭘 알기에 넌 안 쓰는 거냐고 또 물어보고 싶었대요."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전직 사채업자들 인터뷰하셨는데 어땠어요?
"사실 요새 사채업자분들이 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아요. 경찰 인터뷰에도 나오지만요. 근데 그분들도 돈을 빌렸다가 사채업자가 된 경우도 있고 자기들도 돈이 없어서 사채업을 하게 된 거라고 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 왕차장 팀이 있었던 오피스텔 갔는데 물건 있는 게 갑자기 도망친 거 같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경찰 수사가 시작돼서 해당 사무실이 노출됐었어요. 그래서 그 수사가 시작되자 바로 짐을 뺀 거죠. 저희가 집주인분 인터뷰도 했어요. 그렇게 바로 나갔다 하시더라고요. 사무실이 노출돼서 바로 짐을 뺀 거죠."

- 불법 사채업자가 대부업 등록하는데 그건 페이퍼컴퍼니일까요?
"대부업 중개 사이트에 있는 대출 업체들 사무실 주소를 검색할 수가 있어요. 보면 공유 오피스도 굉장히 많고요. 멀쩡해 보이는데 막상 찾아갔더니 저희가 갔던 데처럼 그렇게 돼 있는 경우도 있었고요. 대부업은 등록 시스템이어서 페이퍼 컴퍼니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유 오피스 작은 오피스 하나에 20개 30개씩 등록 대부업체를 낼 수 있는 상황인 거죠." 

- 불법 사채업자 처벌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그렇죠. 저희도 처벌 얘기를 넣게 된 게 실제로 예전에도 사채업자들이 잡혔다는 뉴스가 많이 났었어요. 근데 검색해서 여기 잡은 경찰서에 전화해서 혹시 이분들 얼마 받았냐 하면 집행유예로 나갔다고 하고. 혹시 이분은 얼마 받았냐 하면 벌금 700만 원 냈다. 이렇게 해서 통계를 보니까 실제로 1심에서 40%가 집행유예 40%가 벌금형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80%가 징역을 안 사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뭐가 문제일까 하고 여쭤봤더니 사실은 형량이 낮기도 하고 특히 내가 만약에 정식 대부업체를 등록했을 경우에는 원금과 20% 이자 말고 뒤에 금액을 돌려주게 되면 형량이 안 높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범죄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 법을 강화하면 이런 게 없어질까요?
"우선 불법 사채업자 처벌에 대해서 경찰이 잡는 게 굉장히 어렵고요. 사실 경찰 입장에서 막상 잡아 왔는데 형량이 낮으니까, 힘이 빠지실 수도 있겠죠. 그리고 잡고 넘기고 수사한 데 너무 공이 많이 들어가는 거에 비해서 이들은 정말 부인하면 끝이죠. 그럼 형량 높이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보다도 불법 사채업자를 뿌리 뽑으려면 그전에 왜 청년들이 사채업자한테 왜 빌릴까란 질문을 해야 되는 거죠. 

왜냐하면 사채업이 위험한 건 너무나 알잖아요. 처음엔 몰라서 시작했더라도 빌리다 보면 이거 너무 위험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거란 말이죠. 그럼 안 빌려야 되는데 왜 여기밖에 빌릴 수 없는 건지 왜 이렇게 사채업이 커지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처벌도 중요하지만 왜 1, 2금융권이라는 좋은 선택지가 있는데 거기서 왜 못 빌리게 된 상황이 됐을까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을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취재하면서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건 뭐였나요?
"어려운 점은 이분들의 주소나 이런 거 추적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고요. 다들 대포폰을 쓰고 이러니까 전화도 다 안 받고 다 숨어 있고 계셔서 이런 게 어려웠고요. 그래서 경찰도 수사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그 점을 많이 공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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