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미군, 작년에도 무단 이탈…美관심병사 관리 구멍 뚫렸다

김필규 2023. 7. 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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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애스펀 안보포럼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병이 고문을 당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간 북한이 억류자들에게 했던 행동을 감안하면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한다"고 답했다. 미국 국무부

월북한 미군 이병 트래비스 킹이 지난해 복무지를 무단 이탈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시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단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군의 병력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A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킹 이병이 지난해 9월 4일 점호에 나오지 않은 채 기지를 무단으로 벗어났으며, 복무지에서 약 40㎞ 떨어진 의정부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킹 이병은 부대 복귀를 거부했고,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킹 이병이 복무하던 곳은 경기도 파주 문산읍에 있는 캠프 보니파스다. 비무장지대(DMZ) 바로 남단에 있는 이곳에는 판문점 지역 경비를 맡는 한미 공동 경비 중대도 포함돼 있다.

정찰병으로 이 지역 사정에 익숙했기 때문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을 탈출 루트로 삼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군 관계자 역시 "그가 (캠프 보니파스에서) 정찰병으로 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DMZ를 넘는다는 것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ABC에 전했다.

월북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복무했던 경기도 파주 문산읍의 캠프 보내파스. 정찰병이던 킹 이병은 지난해 9월에도 복무지를 무단 이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FP=연합뉴스

그러자 미국 언론에선 병사 관리와 보안에 있어 미군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킹 이병이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JSA를 거쳐 월북했던 지난 17일 행적을 자세히 전하면서 "미군의 대처에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미군과 공항 관계자들에 따르면 킹 이병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아메리칸항공 비행기에 올라 미국 텍사스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추가 징계와 제대 가능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공항으로 함께 온 호송인력은 세관 전까지만 그를 인도한 뒤 돌아섰다. 일단 한국 구금시설에서 풀려났으면 더는 범죄자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기내까진 동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나온다.

혼자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킹 이병은 항공사 직원에게 "여권을 못 찾겠다"고 말했고, 다시 출국장으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킹 이병의 판문점 접근이 허가된 과정도 허술했다. JSA 방문을 위해선 일반적으로 일주일 전에 유엔군사령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WSJ는 킹 이병이 구금시설에서 풀려난 게 사건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이라며 그가 JSA 방문을 통한 탈출을 미리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킹 이병이 민간인 신분으로 견학을 신청했다고는 하지만, 유엔사령부의 허가 과정에서 미군이 이를 파악하지 못한 점은 문제로 꼽힌다.

한편 북한 측은 킹 이병의 월북에 대해 아직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관련해 21일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킹 이병의 안전을 매우 우려한다"며 "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북한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만, 추가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킹 이병에 대한 고문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그간 북한이 억류자들에게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한다"고 답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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