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라파워 CEO “日 오염수 방류, 엔지니어 입장서 보면 괜찮아”
테라파워 크리스 르베크 CEO
차세대 SMR 설계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에버렛연구소에서 한국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세기에 세계 인구는 10억 명이 더 늘어날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태양력과 풍력을 적극 활용하더라도 현재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르베크 CEO는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차세대 SMR에 대해 “안전성은 매우 높고 경제성은 이전보다 한 단계 더 개선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테라파워는 상용화 준비를 마치고 미 서부 와이오밍에 첫 번째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
그는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만큼 안전한 것이 없다. 화석연료보다, 재생에너지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원자력을 통해 우리가 안전하게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원자력을 통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금세기에 커다란 혜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르베크 CEO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태평양 방류 계획을 놓고 국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안전성 우려와 관련해 “이 상황을 지켜보는 엔지니어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괜찮다(It’s okay)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군 근무 시절 핵추진잠수함이 연료 충전을 위해 들르는 해군 기지에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과 함께 산 적이 있다. 그렇게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괜찮았기 때문에 저는 원자력 에너지를 매우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 렌셀러대 공대를 졸업하고 MIT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마친 그는 1987년부터 2001년까지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장교로 복무했었다.
르베크 CEO는 한국 정부 및 민간 부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그는 “한국은 지난 20~30년 동안 미국보다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안전하게 공급해 왔으며 훌륭한 산업시설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파트너”라며 “금세기에 직면한 클린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려면 한국의 원전 산업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SK와 현대 산하 기업 등 한국의 훌륭한 기업들의 투자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한국 정부와의 협력,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 상황을 알고 싶다.
A :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만나 1시간에 걸친 논의를 했는데 이 장관은 첨단 원자력 기술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양국이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도록 독려했기 때문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 한국 기업과도 더 많은 협약을 맺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테라파워의 액티늄-225(표적 암세포 치료제 원료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함유된 한국 브랜드 신약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Q : 회사 설립 후 15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A :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할 때, 특히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에너지 분야에선 연구개발(R&D)과 관련된 ‘첫 번째 죽음의 계곡’, 그리고 상용화가 되기까지 재정적 지원과 관련된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한다. 우리는 기술 효과를 입증하는 첫 번째 단계는 지났고, 두 번째 계곡은 지금 잘 넘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나트륨 원자로를 언제 볼 수 있나.
A : 와이오밍주에서 건립 중인 나트륨 원자로가 2030년쯤 가동되면 한국은 그 직후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 먼저 허가를 받고 안전 기록을 확보한 뒤에 진행할 예정이다.
Q : 미국는 러시아산 우라늄과 핵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 않나.
A : 원자로를 가동하는 거의 모든 나라가 러시아산 핵연료와 농축 우라늄을 사용해왔다. 나는 이 점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 하나의 공급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경우를 생각해 보라.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 현상에서 보듯 신뢰하는 나라가 포함된 공급망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기에 한·미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
Q : 원전 산업에서 중요한 점은.
A : 커뮤니케이션이다. 우려되는 점이 있을 때 무시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가 그 부분에서 매우 뛰어나다. 빌 게이츠가 쓴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을 보면 그는 원자력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했다. 그런 점을 배워야 한다.
에버렛=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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