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中 접견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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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중한 미국의 거물급 정·재계 인사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한 인물과 접견하지 못한 인물.
국가 주석과 관련해선 동선과 타이밍, 배경 하나하나 철저히 계산하고 준비하는 중국의 정치 체계에서는 접견의 면면을 살피면 숨겨진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와 언론에는 좌중이 모두 시 주석의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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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중한 미국의 거물급 정·재계 인사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한 인물과 접견하지 못한 인물. 국가 주석과 관련해선 동선과 타이밍, 배경 하나하나 철저히 계산하고 준비하는 중국의 정치 체계에서는 접견의 면면을 살피면 숨겨진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자신과의 인연, 그리고 대중(對中) 태도를 기준으로 접견자를 결정하는 듯하다. 외교적 시의성뿐 아니라 ‘하나의 중국’을 비롯해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언사, 최근 심화하고 있는 공급망 갈등에 대해 밝힌 의견, 시 주석 개인을 향한 표현이나 평가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의 접견 상황은 상징하는 바가 많다. 시 주석은 100세의 미국 정치 원로를 지난 20일 직접 만나 마주 앉았다. 그러고는 "중국인은 우정을 소중히 생각한다"면서 "중·미 관계 발전을 촉진하고, 인민 간 우호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 오랜 친구의 역사적 공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은 초대형 매화 그림 앞에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듯 서로를 바라봤다.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는 매화는 중국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쓰인다. 꽃말은 강인함과 고결함이다. 사진 속 시 주석은 환하게 웃는 표정이다.
지난 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접견은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당시 시 주석은 명승지인 우이산의 압도적 산세를 담은 풍경화 '우이의 봄(武夷之春)' 앞에 앉았다. 걸린 그림으로 보아 접견지는 인민대회당 푸젠홀이다. 인민대회당에는 성별 홀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 중 대만해협을 낀 푸젠지역 홀을 고른 것이다. 자신의 좌측엔 왕이 국무원 국무위원 등 자국 인사를, 우측엔 블링컨 장관과 그 일행을 일렬로 앉히고 회의를 주재하듯 좌석을 배치했다. 중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와 언론에는 좌중이 모두 시 주석의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블링컨 장관 접견 사흘 전엔 빌 게이츠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공동회장과 만났는데, 이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1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게이츠와 만나 웃으며 대화하는 사진을 노출했다. 뒤편으로는 ‘국가에 충성하고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報國心)’을 담은 한시가 적힌 화가 류하이쑤의 그림이 걸렸다. 그간 중국에 여러 형태로 통 큰 기부를 해온 게이츠를 시 주석은 ‘친구’라고 불렀다.
중국 일당 체제에서는 국가 주석이라는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판단과 결정이 이뤄지고, 결과가 하달된다. 시 주석이 좋게 생각하면 좋은 것, 불편하게 생각하면 불편한 것이다. 내치는 물론이고 외교·경제분야에 있어서도 그렇다는 것이 중국의 굴레이자 비극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시 주석이 직접 만날 의지를 가지고 교류하는 인맥을 어떻게든 유지해오고 있다. 눈치 보기나 굴복이 아닌 득실을 철저히 따진 ‘선택’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전개됐을 때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중국발(發) 메시지를 읽고 있는가. 없다. 여야와 전·현직, 정·재계를 막론하고 시 주석과 전략적 인연과 우의를 지속하고 있는 인물이 있는가. 없다. 계산된 없음인가, 아무 계산이 없나. 이 답을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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