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버텼는데…수산·해운업계, 닥쳐올 태풍에 ‘초긴장’
해운, 코로나 특수 소멸…수급불균형 도래
업계 “위기 심각, 정부 대책 마련 시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년을 견뎌낸 수산·해운업계가 또다시 ‘원전 오염수’와 ‘경기 불황’이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 방류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은 이르면 8~9월 안으로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방사능 오염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수산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 대응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83.4%가 오염수 방류 때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비 감소 폭은 44.6~48.8% 수준이다. 이를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7200억원에 이른다.
수산물 소비 감소는 2025년까지 수산식품 산업을 14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심각한 걸림돌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1년 ‘1차 수산식품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수산식품 산업 규모 14조원, 수산물 수출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목표로 수산식품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해수부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질 좋고 안전한 ‘수산식품’과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수산식품산업’이라는 비전 아래 ▲수산식품 기업 역량 강화 ▲소비자 맞춤형 수산식품 개발 ▲수산식품 품질향상 및 소비 확대 ▲해외시장 진출 및 전후방 산업 연계 4개 추진전략을 중심으로 세부 추진 과제를 담았다.
해수부는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수산식품 산업 규모 13조8000억원, 수산식품 산업 고용 5만 명,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 74.4㎏, 수산물 수출 30억 달러 달성 계획을 세웠다.
제주연구원 설문 결과를 여기에 대입하면 사실상 정부 계획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소비자들은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2014년부터 진행한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소비자 인식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 대다수가 과학적 처리 여부를 떠나 방류가 이뤄지면 일본·수입산은 물론 국내산 수산물 소비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 87.8%가 국내산이라 하더라도 오염수 방류가 안전인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79.8%는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물동량↓운송선↑…해운업계 ‘수급 불균형’ 가속
오염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마주한 수산업계만큼 해운업도 전망이 어둡다. 코로나19 시기 이례적인 호황을 누린 탓에 시장 불황에 따른 충격은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운업은 최근 경기 침체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컨테이너선 운임이 지난해 대비 80% 이상까지 하락했다. 물동량이 줄어든 상황에 물류 호황기였던 코로나19 기간에 발주했던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면서 운송하는 배는 많아졌다. ‘수급 불균형 현상’이 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에 따르면 중국발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기준 931.73p를 기록했다. 한 주 전보다 2.29% 떨어졌다.
운임 비용은 미주 서안 1407달러, 미주 동안 2368달러, 유럽 763달러, 동남아 16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1%, 76%, 87%, 84% 감소한 수치다.
해운업계는 미국과 유럽의 긴축 정책이 소비 심리를 억제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소비 심리가 위축하면서 물동량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실제 해진공에 따르면 올해 물동량은 북미 2020만TEU, 유럽 1540만TEU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각각 8.4%, 0.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동량은 줄어드는 데 비해 선박 공급량은 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인도된 누계 컨테이너선 신조는 69만TEU다. 올해 안으로 약 130만TEU가 추가로 인도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수급 불균형에 따른 운임 하락은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해진공은 올해 물동량 수요 예상 증가율은 0.3%이지만, 공급(운송 능력)은 6.8% 늘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양수 해진공 사장은 “해운 시장 분위기가 최근 1년 새 급변했다”며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과 글로벌 선박 공급 증가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해상운임 하락을 초래한 요인들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지난 2년 동안 발주된 신조 선박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인도돼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선사들은 도전적인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났고 글로벌 긴축 기조 여파로 해운업 시황이 급변했다”며 “국적 선사의 유동성 악화가 예상돼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저(低)시황기 대응이 올해와 내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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