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훈련으로 무장한 여자축구…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 꿈꾼다
황금 세대의 마지막 무대…지소연 필두 중원이 강점, 고강도 훈련 통한 체력 향상
조별리그 첫 상대인 콜롬비아전에 초점…거친 플레이 경계해야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20일 개막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H조에 배정돼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와 토너먼트 진출을 다툰다.
오는 25일 오전 11시 호주 시드니의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콜롬비아(랭킹 25위)와 1차전을 치르며, 2차전은 30일 오후1시30분 호주 애틀레이드 하인드마쉬 스타디움에서 모로코(랭킹 72위)와 맞붙는다. 다음달 3일 호주 브리즈번 랭 파크에서 독일(랭킹 2위)과 조별리그 3차전을 가진다.
여자 월드컵은 이전 대회인 2019년 프랑스 대회까지 24개국이 출전했지만 이번 대회부터 32개국으로 확대됐다. 4개국씩 8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러 각 조 상위 2개국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상금 규모도 이전 대회인 5000만달러(약 636억원)에서 1억5200만 달러(약 1920억원)로 3배 넘게 늘었다.
2015년 대회부터 3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이번에는 사상 첫 8강 진출 도전에 나선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최고 성적은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 기록한 16강이다.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에 차 있는 상태다. 지난 월드컵 직후부터 4년의 시간 동안 사령탑 교체 없이 벨 감독 체제로 꾸준히 조직력을 다져왔다. 또 지소연(수원FC), 이금민(브라이튼), 조소현(토트넘) 등 황금 세대들이 즐비해 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도 단단히 무장돼 있다.
황금세대의 라스트 댄스, 신예들도 여럿…신구 조화 눈에 띄는 벨호
이번 월드컵은 사실상 ‘황금세대’의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니버시아드, 연령별 대회 등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 어느덧 대거 30대로 들어섰다. 4년 뒤면 30대 후반이 되는 만큼 현역 선수 생활을 장담할 수 없으며 선수로 뛴다 해도 지금 같은 기량을 보장할 수는 없다.
과거 여자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베테랑 김정미, 김혜리(이상 현대제철), 지소연, 심서현(이상 수원FC), 박은선(서울시청) 등은 마지막 무대에서 새 역사를 쓰겠다는 동기부여가 강하다.
물론 어린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해 볼만 하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첫 혼혈 선수인 케이시 유진 페어(PDA)는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 736명 선수 중 유일한 2007년생으로 최연소 선수(만 16세 1개월)다. 178㎝ 키와 큰 체격, 뛰어난 스피드를 갖춘 케이시는 정통 스트라이커 외에도 윙어를 소화할 수 있다
또한 여자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에서 콜업된 천가람(화천KSPO), 배예빈(위덕대) 등 젊은 피들도 일을 내겠다는 패기로 가득하다.
농익은 ‘삼각편대’ 중원…고강도 훈련으로 체력 끌어올린 벨호
벨호의 가장 큰 무기는 지소연, 조소현, 이금민으로 이어지는 중원 삼각 편대다. 지소연과 조소현은 A매치를 145경기나 뛴 베테랑이고, 이금민도 81경기에 나설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세 선수의 장점도 각기 다르다. 과거 첼시 위민에서 8시즌이나 뛴 지소연은 화려한 개인기와 창의적인 플레이로 한국 공격 대표팀의 시작점을 맡는다. 토트넘에서 뛰는 조소현은 왕성한 활동량이 무기다. 수비 라인부터 최전방까지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중원에서 상대 선수가 부딪히며 수비진을 보호하는 역할을 이행한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동하는 이금민은 공격적인 역할을 소화한다. 빠른 스피드를 내세우는 이금민은 공격수 뺨치는 득점력과 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4월 잠비아와 평가전에서는 해트트릭을 맛보기도 했다.
다양한 역할이 가능한 윙백 추효주(수원FC)와 장슬기(현대제철)도 벨호가 자랑하는 무기다. 이들은 활동 범위가 넓어 벨호의 공격에 다양한 선택지를 불어 넣는다.
월드컵 무대에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기 위한 체력과 피지컬도 향상했다.
벨 감독은 월드컵에서 피지컬이 강한 상대와 맞붙기 위해 4년 내내 고강도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기본적으로 벨 감독은 전방 압박을 앞세워 상대와 부딪히는 ‘강한 축구’를 추구하는데, 이를 구사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력 수준을 높였다.
선수들도 처음에는 벨 감독의 지옥 훈련에 고통스러워했다. 이금민은 “훈련을 하고 나면 밥맛이 없어진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이 고강도 훈련에 적응해 나갔고, 90분 내내 뛸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지난 8일 열린 아이티와 평가전은 고강도 훈련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상대 선수들의 피지컬과 스피드에 전반전은 고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선수들이 활동량에서 상대를 압도해 2대 1로 역전승을 거뒀다. 벨 감독은 당시 “훈련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해지는 모습에 만족한다”고 흡족해했다.
8강 꿈꾸는 벨호…초점은 1차전 콜롬비아전
콜롬비아, 모로코, 독일을 차례로 만나는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조 2위다. 랭킹 2위에 위치한 독일은 조 1위가 유력하다. 유럽 예선에서 잉글랜드에 패해 2위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했으나 ‘우승 후보 0순위’ 미국도 위협할 수 있는 강팀으로 꼽힌다.
한국은 콜롬비아와 모로코와 16강 진출 티켓을 두고 치열하게 싸울 전망이다.
벨호는 1차전 상대인 콜롬비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벨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 모두 “1차전이 가장 중요하고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콜롬비아는 최근 여자축구계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월드컵 지역 예선을 겸해 열린 ‘2022 코파 아메리카 페메니나’에서 결승까지 무패행진을 달리다 브라질에 아쉽게 우승을 내줬다. 콜롬비아의 랭킹은 한국(17위)보다 낮은 25위지만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이 따른다.
콜롬비아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 위주의 축구를 펼친다. 경계 대상 1호는 현재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린다 카이세도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 페미니나에서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볼을 받으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A매치 16경기에 나서 4골을 기록하는 등 마무리 능력도 갖췄다.
또한 콜롬비아의 거친 몸싸움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치른 아일랜드는 상대가 너무 위험한 플레이를 한다며 20분 만에 경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지난 16일 여자축구 강호 중국을 상대로는 2대 2 무승부를 거뒀다.
벨 감독은 “지금은 콜롬비아와의 1차전에 모든 것을 집중할 생각이다. 콜롬비아의 거친 축구도 충분히 이겨내기 위해 그동안 고강도 훈련을 해 왔다. 쉽지 않은 상대지만 극복하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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