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발로 뛰는 상생금융…실적 악화에 ‘우회 전략’
우선 과제는 부실우려 ‘점화’
저축은행업계가 지역사회 물품지원 등 취약계층 돕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금융권을 향해 상생금융을 강조있는 가운데 직접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우회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부실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실적도 먹구름이 낀 상태라 타업권처럼 상생금융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 원장의 다음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예단할 수 없는 점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서울 중구 소재의 DB·JT친애·SBI·신한저축은행과 함께 서울 남대문 쪽방촌을 찾아 250 가구 거주민을 위한 '건강한 여름나기'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했다. 필요물품은 물론 기부금 1000만원도 전달했다.
향후 저축은행과 중앙회는 오는 9월 업계 공동으로 ‘저축은행 사회공헌의 날’을 지정·운영해 업계와 이웃 모두가 상생하는 서민 친화 금융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JT저축은행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역 사회 기부금 재원 마련을 위한 JT아트 옥션을 진행했다. JT저축은행은 임직원이 구매한 그림의 판매 수익금을 모아 지역 사회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공헌활동 후원금 재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애큐온저축은행도 애큐온피탈과 함께 서울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취약계층 아동 300명에게 친환경 학용품 등 교육 물품을 전달했다. 행사 기부금은 총 3000만원으로 애큐온캐피탈 임직원 기부금 100만원, 애큐온캐피탈 전사 기부금 1400만원, 애큐온저축은행 전사 기부금 1500만원으로 마련했다.
그간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저축은행업계들은 “취약계층을 위해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최근 2금융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행보에는 남다른 의미가 부여될수 밖에 없다.
앞서 지난달 금감원장의 우리카드 방문을 계기로 카드사들이 앞다퉈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결과 우리‧현대‧롯데‧신한‧하나카드 등 총 5곳에서 1조8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됐다. 보험사 중에선 한화생명이 보험업계 1호 상생 금융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등을 내놓았고, 금감원과 공동으로 복지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원장도 2금융권의 상생금융 방안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7일 신한카드 상생금융 행사에서 “그간 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생금융 노력이 있었는데 최근 카드, 캐피탈, 보험사 등도 적극 동참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며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금융을 통한 취약차주 지원은 연체 예방 등을 통한 건전성 제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금융권의 지속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러울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다만 저축은행업계는 리스크 관리가 더 시급한 만큼 업계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당국도 현재까지 업계를 향해 직접적인 주문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은 업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금융재기지원 종합센터를 대표적인 상생금융 지원으로 꼽고 있다. 해당 센터는 취약·연체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고 종합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전국 79개 저축은행에 상담반을 설치했고, 이 상담반은 자체 채무조정 제도와 취약 차주 지원상품을 소개하고 채무조정 담당 조직과 연계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향해 어떤 주문을 할지는 미지수인 만큼 당국의 메시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으면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부실 우려를 잠재우고 실적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지만 당국의 메시지와 다음 행보에 대해서도 기민하게 살펴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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