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츠, 韓美 ‘골린이’ 급증에 골프 센서 매출 쑥쑥 [영업이익 강소기업] (73)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7. 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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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열풍은 여전히 건재하다.

코로나19 장기화 당시 ‘안전하게 소수 인원끼리 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저변이 확대된 덕분이다. 특히 ‘선출(전문 운동선수 출신)’도 정복하기 힘든 운동이다 보니 레슨 열풍이 덩달아 뜨겁다. 그만큼 익숙하게 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관련 산업도 덩달아 성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훈련 장비가 골프 시뮬레이터다. 초보 골퍼가 레슨을 받으러 가서 스윙을 하면 개별 동작을 녹화하고 발사각, 헤드 스피드 등 스윙폼을 실시간 분석해주는 기기다. 그동안 수입산 제품이 주류였다가 토종 기술로 차별화한 스타트업 ‘크리에이츠’가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2009년 이 시장에 진입한 크리에이츠는 지난해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내실도 튼튼하다. 지난해 매출액 671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석재호 크리에이츠 대표이사
크리에이츠 누가 주도?

2009년 석재호 대표가 창업

창업자는 석재호 대표, 석용호 부사장, 최익현 부사장이다. 석재호 대표가 2008년 첫 창업한 IT 회사를 매각한 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던 중 친동생인 석용호 크리에이츠 부사장(KAIST 전자공학 박사, CTO)이 지인으로부터 의뢰받은 골프 센서를 같이 개발하게 됐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의 소비자 반응이 매우 좋아 이를 사업화하기로 하고 석재호 대표의 이전 직장 선배인 최익현 부사장(국민대 전자공학, 현 부사장)을 영입, 2009년 창업해 오늘에 이른다.

석재호 대표는 재료공학도 출신으로 졸업 후 전공 분야 기업연구소에서 사회 첫발을 뗐다. 그는 “연구소 생활을 12년 거친 후 LG전자와 삼성전자 2차 벤더 기업을 창업, 사업을 성장시키며 사업의 의미와 생존 전략에 대해 체득하게 됐다”며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매각해본 경험을 살려 크리에이츠를 창업했다”고 소개했다. 사명 크리에이츠는 ‘가치를 창조해 고객에 제공한다’는 뜻을 담았다는 후문이다.

창업 초기에는 자금이 부족해 사무실도 장비도 없이 최 부사장이 며칠 동안 철야 수작업으로 센서 기판을 완성하는 등 상당히 어려웠다. 이후 오피스텔을 임대한 뒤에도 한동안은 새벽에 출근해 창업자들끼리 밥을 같이 해 먹으면서 밤낮없이 개발과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 결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골프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이때 개발한 센서는 당시 시장에 존재하던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당시 시중 제품은 공의 속도, 상향각, 좌우각 등의 3차원 운동을 측정하기 위해 평면 센서 외에 천정에는 할로겐램프를 설치해야 했다. 더불어 공의 탄도를 인식하기 위해 세로형 센서를 추가로 설치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이 세로형 센서가 문제가 됐다. 돌출돼 있는 세로형 센서에 공이나 클럽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고장이 자주 일어났고 이 때문에 고객 불만이 많았다. 크리에이츠는 세로형 센서 없이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 기기를 개발, 회사의 첫 번째 특허로 등록할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데다 SG골프 등 당시 후발 스크린골프 업체가 크리에이츠 제품을 주문하면서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산이 주류였던 이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고 더불어 해외 수출까지 하는 회사가 됐다.

실제 가정용으로 구현된 크리에이츠의 시뮬레이터. 골프공의 딤플 움직임을 인식, 스핀을 측정하는 딤플옵틱스 기술이 발군이다. (크리에이츠 제공)
영업이익률 왜 높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내재화

골프공 딤플? 딤플은 원래 ‘보조개’를 뜻한다. 골프공에서 딤플은 골프공 표면에 있는 보조개처럼 작은 홈을 뜻한다. 크리에이츠의 천정형 론치 모니터 EYE XO, ZCAM 등에는 고유 기술인 딤플옵틱스(DimpleOptix)가 적용돼 있다. 딤플옵틱스란 골프공의 딤플 움직임을 인식해 스핀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크리에이츠를 포함, 2~3개 업체밖에 관련 특허를 갖고 있지 않다. 또 창업 초창기만 해도 업계에서는 적외선 센서 기반 론치 모니터가 대세였는데 크리에이츠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메라 기반 센서 개발에 진력해 결국 성공했다. 이런 식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의 제품을 직접 만들다 보니 그만큼 원가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이는 고스란히 높은 영업이익률로 이어진다.

“크리에이츠는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로 구성된 회사다. 따라서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 기획과 설계부터 자체 인력이 수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하는 제품 스펙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부품을 판별하고 이를 저가로 확보(소싱)할 수 있다. 또한, 설계 단계부터 제조 용이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기에 자재 회전율은 높이고 불량률은 낮출 수 있다. 그래서 이익률이 높다.” 석재호 대표의 설명이다.

투자사도 이 부분을 높게 산다. 크리에이츠에 투자한 이광욱 쿼드자산운용 상무는 “석재호 대표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들이 모두 이전에 창업과 엑시트(자본 회수) 경험이 있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 없이는 시장에서 장기간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데다 객단가가 높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골프는 여전히 중산층 이상이 즐기는 스포츠다. 골프 센서 역시 이런 경제력 있는 이들이 즐겨 쓰는 기기다 보니 종전 제품 대비 없던 가치를 제공하거나 경쟁 제품 대비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면 그만큼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때 나오는 논리가 가격 탄력성이다. 명품은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꾸준하다 보니 계속 사게 된다. 크리에이츠 제품도 이와 비슷해졌다. 골프 센서업계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보니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꾸준해 그만큼 이익률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약점은 없나

글로벌 브랜드 대비 약한 인지도

물론 약점도 적잖다.

토종 연구진으로 세계적인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트랙맨’ 같은 선두권 업체와 비교하면 인지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더불어 중국 등에서 저가 제품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어 자칫 가격 인하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경기 침체 조짐에 따라 골프 인구가 관련 레저 활동에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숙제다.

석 대표는 여러 위협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젊은 골프 인구가 많은 미국 시장에 기대가 크다는 입장이다. 그는 “업계에서는 실내골프장, 스크린골프 등을 전문용어로 오프코스라고 하는데 미 골프재단(NGF)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만 6세 이상의 미국인 중 골프를 친 사람은 3750만명, 이 중 오프코스 이용자가 1240만명”이라며 “이들 평균 연령이 30세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참고로 크리에이츠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 비중은 40%를 넘겼다. 올해 그 비중을 더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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