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12시간 공복' 해보라…지방 태워주는 '케톤의 신비'

이민영 2023. 7. 22. 15: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복 건강 효과와 활용법

포만감으로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소화기관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약간의 배고픔을 즐기는 여유가 건강에 이롭다. 최소 12시간 이상 공복은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장기를 쉬게 하고, 축적된 지방이 에너지로 쓰인다. 공복의 긍정적인 면과 효과적인 활용법을 짚어본다.


1. 지방 연소해 대사 작용 원활


체내 지방을 연소시키려면 일정 시간 이상의 공복이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용호 교수는 “음식을 섭취하면 포도당이 간·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돼 있다가 공복 상황에서 에너지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12시간 후에는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이 많이 감소한다. 그러면 각 장기·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으로 지방이 활용되면서 신진대사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분해된 지방 조직은 간에서 케톤이란 물질로 전환된다. 뇌·근육·간 등에서 포도당의 대체 연료원으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케톤이 연료로 잘 쓰이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 이용호 교수팀이 당뇨병이 없는 40∼69세 8703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더니 공복 시 검사한 소변검사에서 케톤이 검출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37% 낮았다(유럽당뇨병연구학회지, 2019). 이 교수는 “케톤이 에너지원으로 효율적으로 사용되면 당뇨병이 생길 병인을 개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공복 기간이 길어져 체내 지방 성분이 많이 분해될수록 혈액 안에 케톤체가 증가해 소변으로 잘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2. 이른 저녁 후 아침밥으로 실천


12시간 이상 공복을 건강하게 실천하는 방법은 이른 저녁(6시 전후)을 먹은 뒤 다음 날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이다. 아침밥은 대사 작용을 원활히 하는 식습관이다. 아침을 거르면 포도당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 활동이 둔해진다. 또 지나친 공복감 때문에 간식을 더 먹거나 다음 끼니에 몰아 먹는다. 아침밥이 안 넘어간다는 사람은 저녁이나 한밤중에 과식해 다음 날 아침밥을 거르는 악순환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는 “밤늦게 먹으면 식후 혈당이 근육·지방에 제대로 흡수되기까지 시간이 지연된다. 게다가 과식하면 혈당이 모두 흡수되지 못한다. 이런 부분들이 아침 공복 혈당을 높이는 데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8시간 이상 금식 후 측정한 혈당 농도가 100~125㎎/dL면 공복혈당장애(100㎎/dL 미만 정상, 126㎎/dL 이상 당뇨병 의심)에 해당한다. ‘정상→공복혈당장애→당뇨병’은 연속선상에 있다.

3. 유산소 운동으로 체지방 감량


아침 공복을 활용하는 방법의 하나는 유산소 운동이다.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면 피하와 간에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지방을 효율적으로 태운다. 또 아침에 운동하면 몸을 깨우는 교감신경계 호르몬(아드레날린·코르티솔 등)이 더 왕성하게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체지방을 분해하는 데 관여한다. 이 교수는 “별다른 질병이 없고 체중 감량이 목적이면 아침 운동이 도움된다. 다만 당뇨병 환자에게 공복 상태에서의 운동은 추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근력운동은 아침보다 오후나 이른 저녁에 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아침·점심에 섭취한 에너지원을 쓰므로 근육이 잘 만들어진다.

4. 철분제·비타민B 흡수 높여


공복에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은 보충제와 약물이 있다. 철분·엽산·비타민B군 같은 영양제와 갑상샘호르몬제다. 다만 속 쓰림 등 위장 장애가 있으면 식후에 복용하는 게 낫다. 골다공증 치료에 쓰이는 비스포스네이트도 많은 양의 물과 함께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지용성 비타민(A·D·E·K)은 공복보다는 식사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더 낫다. 특히 좋은 지방이 포함된 식사와 함께 먹으면 흡수를 높일 수 있다.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는 이부프로펜·아스피린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도 식후에 복용하는 게 좋다.

5. 기운 없는 저혈당 증세는 주의


저혈당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필요량보다 부족한 상태(70㎎/dL 이하)를 말한다. 손이 떨리면서 창백해지고, 기운이 없으며 두통·피로감·식은땀 등을 동반한다. 운동량과 활동이 많은데 식사량이 부족해 영양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않은 경우에 저혈당이 잘 나타난다.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면 혈당을 올릴 수 있는 음식을 바로 섭취해야 한다. 특히 야간 저혈당이 나타나는 당뇨병 환자는 저녁에 무작정 금식하지 않아야 한다. 저혈당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의 절반가량이 새벽 시간에 발생한다. 낮에는 저혈당이 와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배가 고파 대처가 가능하다. 하지만 잘 땐 저혈당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잠들기 전 혈당을 100~140㎎/dL로 유지하고, 간식을 챙겨두는 게 좋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