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랑했던 해병대"…故 채수근 상병 부모 눈물의 편지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해주시길..."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부모의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22일 해병대 공식 페이스북에 공개된 편지에서 채 상병의 부모는 "삼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 진심 어린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채 상병의 부모는 "윤석열 대통령님의 말씀과 조전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한덕수 총리님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먼 거리를 마다치 않고 기꺼이 찾아오셔서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셨다"며 "유가족을 다독여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 보겠다"고 했다.
이어 "특히 신속하게 보국훈장 추서해주셔서 수근이가 국가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신 보훈관계당국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끝까지 우리 아이 수근이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해주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님을 비롯한 장병 여러분들과 유가족 심리치유를 지원해주신 119대원, 해병대 출신 전우회 등 장례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도와주신 수많은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거듭 인사했다.
채 상병의 부모는 또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근본 대책 마련을 부탁했다. 채 상병의 부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규정과 수칙 등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또 안전한 임무수행 환경과 장비들을 갖추는 등 강고한 대책을 마련해서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는 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절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해병대 가족의 일원으로서 국민과 함께 해병대를 응원하며, 해병대가 더욱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겠다"며 "정말 원하는 것은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수근이가 이 자리에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뿐"이라고 했다.
이날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선 채 상병의 영결식이 해병대장(葬)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유가족, 친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해병대 장병 등 800여명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이 참석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전우를 지키지 못한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님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병이 있는 모든 현장이 안전할 수 있도록 돌아보겠다.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채 상병과 함께 생활했던 동기생 진승현 일병은 추도사에서 "모든 일에 앞장서 일하던 너는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 진정한 군인이었다"고 깊이 애도했다. 진 일병은 "너를 만나게 돼 나에게는 엄청난 행복이었고 너가 계획했던 꿈들 그곳에서 편하게 쉬며 이루길 기도할게"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 이후 채 상병의 유해는 화장을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당초 안장지로 채 상병의 유족이 자택과 가까운 봉안당 시설의 임실호국원을 고려했지만, 채 상병의 부친이 양지바른 묘역에 꼭 아들을 묻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면서 유족과 협의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상병에 대한 애도와 예우를 위해 안장식이 거행되는 동안 전국 지방보훈관서와 국립묘지, 소속 공공기관에 조기를 게양한다고 국가보훈부가 밝혔다. 순직 군인의 안장일에보훈부 소속 기관에서 조기를 게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채 상병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보국훈장은 국가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으로 광복장은 보국훈장 중 병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격이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옷 벗긴 채 끌고다니며 성폭행...인도 발칵 뒤집은 영상 | 중앙일보
- "속 울렁거려" 신림역 칼부림 영상 확산…전문가 "공유 삼가야" | 중앙일보
- 대체 이게 뭐야? 당황한다…유럽 소매치기 퇴치할 ‘요물’ | 중앙일보
- 당첨만 되면 최대 30억 쥔다, 강남 뺨치는 ‘용산개벽’ | 중앙일보
- "이 멋진 걸 엄마 아빠만 봤다니"…54세 김완선에 빠진 MZ 왜 | 중앙일보
- "여고생 벌벌 떨며 30분간 울었다" 끔찍한 신림 칼부림 현장 | 중앙일보
- "절대 열지 마세요"…987건 신고된 괴소포, '브러싱 스캠' 가능성 | 중앙일보
- 미술품 투자 '피카코인' 대표 구속…'카라' 박규리도 소환, 왜 | 중앙일보
- "죽겠다 싶을 때, 누군가 내손 잡아줬다"…'오송 의인' 살린 의인 | 중앙일보
- 스승을 독사과로 죽이려 했다…스파이 오명 '원폭 아버지' 기행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