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GM·볼보·닛산까지…테슬라 충전 규격 왜 따르나

강희종 2023. 7. 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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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테슬라 충전규격 NACS 채택 결정
일본車기업중 처음…타사도 뒤따를 듯
북미·유럽 차들도 잇따라 테슬라 방식 채택
충전소 부족 고객 불만 해소 차원
"테슬라, 전기차 충전 플랫폼 장악할 수도"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 슈퍼차저

내연 기관 자동차 운전자들은 주유소를 선택할 때 주유 노즐이 내 차의 주유구에 맞는지 걱정하지 않는다. 얼마나 가격이 저렴한지만 눈여겨보면 된다. 반면 세계 각국의 전기차 운전자들은 자신의 전기차에 맞는 충전소를 찾아가야 한다. 전기차를 살 때는 충전 포트 규격까지 신경 써야 한다. 아직도 전기차 충전 표준이 완전히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북미·유럽·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하나둘씩 테슬라의 충전 규격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지난 20일 일본 자동차 메이커 닛산이 북미에서 테슬라 전기차 충전 규격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중 NACS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닛산이 처음이다. 닛산은 2024년부터 북미서 판매하는 ‘아리야’ 모델에 NACS 충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 출시하는 북미용 전기차에는 아예 NACS 충전 포트를 탑재한다.

앞서 지난달 포드, GM, 리비안, 볼보 등 북미와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테슬라의 NACS를 지원하게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일본 기업 닛산마저 테슬라의 NACS를 지원하기로 발표하자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 표준까지 천하통일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닛산에 이어 다른 일본차들도 NACS를 채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스텔란티스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지금까지 자체 충전 규격인 차데모(CHAdeMo)를 글로벌 표준으로 밀고 있었다. 일본내 충전소의 96%는 차데모 기반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차데모가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일본은 최근에는 중국과 연합해 새로운 규격인 차오지(Chaoji)를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앞세워 자체 전기차 충전 규격인 GB/T를 국제 표준화하고자 했다. 중국 전기차는 내수 시장에서 GB/T 충전 규격을 지원한다. GB/T 역시 중국 땅 밖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야욕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은 CCS와 NACS가 양분해 왔다. 포드, GM, 폭스바겐, BMW 등 북미와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2011년 공동으로 CCS(Combined Charging Systems) 충전 규격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도 CCS 규격을 채택했다.

테슬라는 2012년 모델S를 출시하면서 CCS를 따르지 않고 독자 규격인 NACS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자사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슈퍼차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현재 북미에서만 2만개의 슈퍼차저가 존재하는데 이는 북미 전체 전기차 충전소의 60%에 이른다.

그동안 CCS 규격을 따르던 북미와 유럽차들이 경쟁사인 테슬라의 NACS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와 경쟁 전기차 업체들간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NACS 충전규격(사진=테슬라)

우선, 포드나 GM 등 기존 내연기관차들이 전기차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북미 충전소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공유한다면 충전소 부족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게다가 CCS 충전소의 경우 그동안 고장난 충전기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 조사에서 테슬라 슈퍼차저는 운전자들로부터 차지포인트, 블링크차징, 이비고 등 다른 충전 네트워크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평점을 받았다"며 "고장 난 충전소는 운전자들을 좌절감에 빠뜨려왔다"고 전했다.

기존 내연 기관차 기업들은 전기차 판매를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CCS 표준을 고집하기 보다 품질과 서비스가 좋은 테슬라의 슈퍼차저와 호환하는 것이 기업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테슬라 입장에서도 나쁜 것은 없다. 슈퍼차저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경쟁사에도 자사 기술을 개방하겠다고 전격으로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충전소에 지급하는 75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다, 당초 미국 정부는 CCS 규격 충전소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었다.

CCS 충전 규격의 플러그와 소켓

테슬라는 슈퍼차저를 경쟁사에 개방함으로써 보조금 이외에도 충전 매출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파이퍼샌들러앤코의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는 2030년까지 30억 달러의 충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슈퍼차저를 개방하면서 경쟁사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테슬라 생태계를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잠재 고객을 확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테슬라가 슈퍼차저를 이용하는 타사 충전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대신 테슬라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는 위험도 있다. 테슬라가 그동안 슈퍼차저를 폐쇄적으로 운영했던 것은 양질의 충전 서비스를 자사 고객에게만 독점 제공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제 슈퍼차저를 타사 전기차 운전자들과 공유해야 한다면 테슬라 운전자들은 충전을 위해 장시간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

외신들은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 표준까지 장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연기관차처럼 전기차도 언젠가는 충전규격이 하나로 통일될 것”이라면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닛산에 이어 다른 일본 자동차 기업들도 NACS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테슬라가 전기차 플랫폼까지 장악하면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처럼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플랫폼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여전히 NACS를 채택할지 검토중이다다.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이비고 등 북미 충전소운영업체(CPO)에 CCS 규격 충전기를 공급하던 SK시그넷은 NACS 규격을 지원하는 커넥터를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NACS 충전규격은 2개의 핀이 교류(AC)와 직류(DC) 전원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CCS 대비 충전포트가 작고 가벼워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 플러그앤차지 기능이 있어 사용자 편리성도 우수하다. 다만 시간당 250㎾로 충전속도가 느린 편이다.

CCS 충전규격은 하나의 충전 포트에 AC와 DC 단자가 별도로 존재하며 NACS에 비해 크고 무겁다. 하지만 시간당 350㎾로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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