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새 10번째 구단, 소노가 꿈꾸는 미래

이준목 2023. 7. 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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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KBL 새 식구 된 소노인터내셔널,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이준목 기자]

프로농구 신생 구단 소노인터내셔널(이하 소노)이 KBL의 마침내 새로운 식구가 됐다. KBL은 7월 21일 오전 강남구 KBL센터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소노를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안을 승인하며 프로농구 새 10번째 구단의 탄생을 알렸다.

정식 팀명은 소노 스카이거너스(Skygunners, 하늘의 사수들)로 정해졌다. 모기업인 대명소노그룹은 레저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중견기업이다. 회사 이름인 '소노'는 이탈리아어로 '꿈' 혹은 '이상'을 뜻하는 'Sogno'를 변형한 것이며, 농구단을 직접 운영하는 소노인터내셔널은 소노의 계열사로 핵심인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총괄한다. 구단주는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이며, 농구단 프런트를 이끌 단장은 이기완 소노인터내셔널 상무가 맡았다.

소노는 전신인 데이원의 선수단과 감독-코칭스태프 전원을 온전히 인수한 데 이어 연고지 역시 그대로 고양을 그대로 이어받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달 운영 부실로 구단 제명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던 '데이원 사태'는, 구원투수가 되어준 소노의 극적인 등장으로 반전을 맞이했다. 하마터면 9개 구단 체제로 파행을 겪을뻔했던 KBL은 1997-98시즌부터 이어온 10개 구단 체제를 다음 2023-24시즌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소노는 KBL에 제출한 운영계획에서 "추억을 선물하고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게 만드는 구단을 목표로 프로농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했다. 창단 승인이 확정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기완 소노 단장은 데이원 사태를 의식한 듯 "우리는 KBL 가입비를 일시불로 내겠다. 영수증도 바로 공개할 수 있다. 또한 오늘 저녁에는 선수단을 만나 1인당 13만원짜리 고급 뷔페에서 다같이 회식을 할 것"이라며 유머를 섞은 진심으로 시종일관 구단 운영의 건전성과 탄탄함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승기 감독도 주장 김강선과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했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두 사람은 새 구단이 확정되며 오랜만에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특히 김승기 감독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선수들이 마음 편히 훈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저를 믿고 다시 팀을 맡겨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히며 "이제는 구단을 믿고 선수들과 함께 오직 농구에만 전념해 성적과 팬들의 사랑까지 받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데이원 시절 임금체불 문제로 선수단을 대표하여 국회까지 가서 호소해야 했던 김강선도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소노에서 지원을 잘해주고 있다. 팬분들도 많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 주셨다"고 감사를 전한 김강선은 "그런 마음을 알았기에 선수단도 열심히 운동을 해왔다. 이제는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된 만큼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다행히 소노의 등장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와 잊지말아야 할 역사적 평가가 엄연히 남아있다.

데이원은 사라졌지만 KBL은 임금 체불 문제 등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농구계를 파행시키고 팬들을 우롱하며, 선수단과 구성원들을 생계의 위기로까지 몰아넣은 김용빈 대우해양조선 회장, 박노하-허재 전 대표 등 관련자들에게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법적-사회적 책임을 계속 물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이번 터무니없는 사태가 두 번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이번 사태는 결코 데이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데이원 사태의 또다른 공범이기도 했다. 데이원에 농구단을 팔아넘긴 오리온은 검증도 안 된 부실기업에 구단을 졸속 매각하면서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

KBL의 책임도 크다. KBL은 지난해 6월 데이원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에서 제출한 자금, 후원사, 구단 운영 계획 등 자료가 부실해 승인이 보류됐을 때,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끝내 데이원의 가입을 승인해주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심지어 가입회비와 구단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며 이미 몇 번이나 약속을 어겼음에도 데이원에 끌려다니다가 결국 시즌이 끝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들었다. 그나마 빠르게 새 인수기업을 찾아낸 것은 다행이었지만, KBL이 처음부터 제 역할을 했더라면 굳이 이렇게 멀고 험한 길을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물론 좋은 기억도 있다. 가장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선수단은 지난 시즌 4강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다. 선수들의 투혼과 프로의식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팬들의 성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인해 급여는 물론 식비를 받는 것도 원활하지 않다는 소식이 알려졌을때 홈팬들을 중심으로 농구팬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데이원 선수단에 보양식을 선물로 보내는 등,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데이원 사태가 절정에 달했을 때 KBL와 모기업, 정치권에까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사태를 공론화시키고 해결을 촉구한 것도 팬들의 여론 덕분이었다.

지난 1년간의 데이원 사태는 프로스포츠에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할 흑역사인 동시에, 한편으로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겼던 것들(구단의 지원, 팬들의 응원 등)이 꼭 당연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영광이든 과오든, 역사를 잊지않아야 미래도 있다. 새로운 유니폼, 새로운 모기업을 등에 업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소노 스카이거너스 농구단이 어제의 상처를 내일의 감동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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