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와 눈 맞추고, 자막으로 설명…과감해지는 드라마 표현법
자막·애니 삽입 등 자유롭게 표출하는 개성
드라마에서 배우가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은 ‘금기’다. 현실 세계와 드라마 속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시청자들의 몰입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 천우희는 화면 밖의 현실 세계와 화면 안에서 전개되는 극 중 세계를 구분하는 ‘제4의 벽’을 능숙하게 넘나들며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만의 개성을 극대화했다. 극 중 이로움의 사기 행각에 대해 화면 너머 시청자들을 직접 응시하며 설명하는 방백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배우 천우희 또한 화면을 정면 응시하는 것이 낯설어 NG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효율적이고 또 흥미롭게 일련의 과정들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로운 사기’만의 개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됐다.
지난 2021년 방송된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에서도 PPL(간접광고)를 위해 유쾌하게 금기를 깨는 장면이 등장했었다. 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 그린 이 드라마에서 소년들이 훈련 후 치킨을 먹으며 “대박. 이 치킨 맛있지 않냐? 인정?”이라며 대놓고 상품을 홍보했었다. 그러면서 누군가 “근데 니들 누구한테 얘기해?”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린 것이다.
이에 시청자들 놀라게 하면서도 웃음 짓게 하는, ‘PPL의 좋은 예’를 남겼다. 그리고 ‘이로운 전개’에서는 한 발 나아가 이를 전개상으로도 중요하게 활용하며 더욱 적극적인 활용법을 보여준 것이다.
또 다른 금기인 자막도 자주 등장 중이다. 앞서 ‘법쩐’, ‘트롤리’, ‘모범택시2’ 등 일부 SBS 드라마들이 재방송 통해 한정적으로 자막을 도입한데 이어, TV조선 드라마 ‘아씨두리안’에서는 캐릭터의 속마음을 자막 통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상황 뭥미’라는 신조어까지 활용해 인물의 황당함을 표현하는 등 임성한 작가다운 개성이 한껏 묻어나는 작품이 되고 있다.
금기를 깬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표현법으로 이목을 끄는 작품들도 있다. 지난해 ‘사내맞선’에서는 원작 웹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극 중 신하리에게 강태무가 전화를 걸 때마다 ‘시조새’ 캐릭터를 날아다니게 한 바 있으며, ‘구경이’에서는 캐릭터들이 회상 장면을 직접 바라보며 설명을 하는 독특한 구성 통해 특유의 독특한 감성을 극대화했었다.
앞서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은 원작인 단편영화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원테이크’(컷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촬영하는 기법)로 촬영을 진행하는 등 이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들이 한층 과감한 시도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던 TV 드라마들도 천천히 새 시도를 허용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OTT처럼 다소 극단적인 시도까지 허용되긴 어렵겠지만, 시청자들도 한층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만큼. ‘이해 가능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넓은 시청층을 목표로 삼는 TV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이해가 우선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다만 시청자들이 다양한 영상물을 접하며 보는 눈을 높이고 있다.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은 전보다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 제작에도 조금 더 여유가 생겨 색다른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언급한 작품들은 모두가 색깔이 뚜렷한 드라마들이다. 그 분위기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이 됐기에 ‘재밌게’ 여겨질 수 있었던 것이다.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겠지만, 이제는 드라마 창작자들도 재미나 개성이 중요한 작품들에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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