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양평고속道’ 치고 나가자…‘부실공사와의 전쟁’ 나선 오세훈
“서울시는 초심으로 돌아가 부실공사와의 전쟁을 선언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건축 현장을 방문해서 한 말이다. 지난 폭우 때 서울시에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폭우 속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또, 지난 3월 입주가 시작된 강남의 신축 개포자이프리지던스가 침수되면서 “분양가만 수십억 하는 아파트에 부실공사가 웬 말이냐”며 공분을 샀다. 이에 오 시장이 “‘순살자이’(철근이 없는 자이), ‘통뼈캐슬’(철근이 튀어나온 롯데캐슬)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부실공사 제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이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민간 건설사가 모든 시공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관리해야 한다”며 “2022년 10월 이미 관련 법 개정을 국토부에 건의했지만,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건설사 부실공사 문제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를 겨냥한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수해 피해가 큰 충북 청주 오송과 부산 등을 오가며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
앞서 이달 초,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격적으로 백지화하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도로의 노선이 바뀐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예상 못 한 백지화 카드를 내밀며 논란의 판을 바꿔버린 것이다. 여론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적어도 당내에선 “원희룡의 개인기에 민주당이 흔들렸다”, “속 시원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건설사 부실시공 문제를 언급하며 국토부 책임을 거론하자,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경쟁 구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둘 다 유력한 야권 잠룡으로 꼽힌다.
국토부는 오 시장이 요청한 건축법 개정이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은 민간 공사장의 경우 다중이용건축물(5000㎡ 이상, 16층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한해 동영상 촬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촬영 범위도 지상 5개 층마다 슬래브배근 완료 시(기초공사 철근배치 완료 시 등) 등으로 제한된다. 국토부는 특수건축물에 한해 우선적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산하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사장을 대상으로 동영상 촬영 관리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오 시장은 지난 3월부터 서울 시내에서 이뤄지는 100억원 이상 공공 공사장에서 모든 현장 상황을 동영상으로 기록해 관리토록 했다. 내년부터는 100억원 이하의 모든 공공 건축물로 촬영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별개로 19일 도급 순위 상위 30개 건설사에 법 개정과 무관하게 동영상 기록관리에 자발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코오롱글로벌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오 시장은 20일에도 페이스북에 “시장으로서 제1의 책무는 ‘안전 서울’”이라며 “보이지 않는 곳과 지나치기 쉬운 곳까지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미묘한 신경전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국토부·서울시 간 부동산 실거래가 공유 문제와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문제로 충돌을 빚었다. 당시 오 시장이 페이스북에 “국토부가 주택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원 장관이 “그건 명백한 불법”이라고 받아치며 설전이 시작됐다. 이후 김포골드라인 문제를 놓고 원 장관이 “서울시는 미지정된 버스전용차로 구간을 즉각 전용차로를 지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확전 양상을 보였다.
관심이 집중되자 두 사람은 “서울시와 국토부 간에 현안이 많다”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려는 두 사람의 견제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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