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애들 보는 만화 아니야? 나를 반성한다
[김성호 기자]
▲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포스터 |
ⓒ ufotable |
암담한 세상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착취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 든다. 낮은 자는 높은 자들이 세운 세상을 불신하며 스스로만 챙기려 한다. 그 속에서 다가오는 다음 세대에게 먼저 살아간 이는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함께 하라고? 서로 돕고 위하라고? 그렇게 이야기한들 이 같은 세상 가운데 얼마나 설득력을 지닐 수 있겠는가.
때로는 이 같은 생각으로부터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다. 세상이 결코 암담하지만은 않다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착취하는 것만은 아니며, 낮은 자가 높은 자를 불신하는 것만도 아니라고 말이다. 흔하게 들려오는 부패와 무책임, 폭력과 탐욕에 대한 이야기들 가운데 돌림노래처럼 전승해오는 어느 순결하고 꼿꼿한 이야기를 누군가는 전하고 있는 것이다.
▲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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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감동케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
<귀멸의 칼날>은 탄지로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이다. 한 순간에 온 가족을 잃어버린 소년이 그중 하나 남은 동생을 지키기 위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혈귀라 불리는 요괴에게 온 가족이 당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동생 네즈코는 그녀 또한 혈귀가 되어버렸다. 소년은 동생을 다시 인간으로 돌릴 방법을 찾기 위해 제 생을 거니, 그것이 이 이야기의 줄거리라 하겠다.
'귀살대'는 인간 세상을 어지럽히고 무고한 사람을 잡아먹는 혈귀를 퇴치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은 엄격한 계급구조로 짜여 있는데, 이제 막 입단한 탄지로는 그중 끄트머리인 '계' 직급을 받아 임무를 수행한다. 이 조직의 수뇌를 제하고 가장 강한 이는 '주'라고 불리는 이들인데, 모두 아홉이다. 이중 화염의 기운을 지닌 호흡을 익혀 염주라 불리는 렌고쿠를 따라 탄지로와 그 동료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무한열차편>의 이야기가 되겠다.
▲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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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일어서는 이유
<귀멸의 칼날>은 사람을 해하려는 혈귀와, 이들을 제거하려는 귀살대의 싸움이다. 사람을 해하려는 자와 위하려는 자의 대결이자, 해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승부다. 상처가 나도 금세 회복되는 혈귀를 상하면 상하는 대로 견뎌야 하는 인간이 상대하는 싸움이다. 수명이 없는 이들을 길어야 수십 년을 사는 인간이 맞서야 하는 일이다. 언제나 열세에서 이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견뎌낸다. 그러나 <무한열차편>은 이 커다란 이야기의 지극히 일부이기에 온전한 승리로 마감되지 못한다. 커다란 것을 잃고 그로부터 주인공이 다시금 성장하는 계기를 맞이하는 것이 시리즈 가운데 이 영화가 차지하는 역할이 되겠다.
의미심장한 건 이 영화가 만화와 애니메이션, 나아가 시청자를 대면하는 콘텐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 있다. 제가 옳다고 믿는 대로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 가운데, 주변을 감동시키는 이를 보여주고, 그가 제 삶을 통하여 다른 이를 이끄는 모습을 비추어내는 것이다. 그로부터 영화는 그저 허울뿐인 구호로 여겨졌던 가치를, 이를테면 정의니 배려니, 용기와 같은 것이 왜 의미가 있는지를 일깨우려 한다. 때로 어떤 가치는 그 가치를 믿는 이들의 수만큼 힘을 발휘하는 법임을, 그로부터 온갖 몹쓸 것으로 가득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음을 목놓아 이야기한다.
▲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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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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