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롤렉스 들고 튄 10대…닉넴 뒤져 잡았다

권남영 2023. 7. 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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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를 하러 만나 고가의 명품 시계 들고 달아난 10대 범인을 판매자가 직접 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물건을 판매한 이후로도 1∼2차례 더 거래가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 장물을 추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결국 시계를 찾았으나 현재 주인이 범죄와 관련 없는 '선의 취득'을 해서 압수가 어려웠다. B씨가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민사 소송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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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직접 범인 잡고 물건 찾아
범인 ‘미성년’이어서 처벌 약할 듯
시계는 이미 팔려 되돌려 받지도 못해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을 통해 직거래하러 나갔다가 도둑맞은 시가 1500만원의 롤렉스 시계. 연합뉴스


중고거래를 하러 만나 고가의 명품 시계 들고 달아난 10대 범인을 판매자가 직접 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물건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A씨(28)는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서 15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B씨(18)에게 팔기로 하고 지난 2월 27일 오후 9시 본인 집 근처에서 만났다. 그러나 B씨는 잠시 물건을 보자며 롤렉스 시계를 건네받더니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슬리퍼를 신고 있던 A씨는 B씨를 따라잡지 못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B씨에 대해 아는 것은 당근마켓 닉네임 하나뿐이어서 범인을 잡기 힘들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본격적으로 범인을 찾기 시작했다.

A씨는 B씨의 닉네임에 집중해 당근마켓을 샅샅이 뒤진 끝에 B씨가 명품 신발을 판매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번호까지 게시해놓은 것을 알아냈다. 나아가 인터넷 사기 피해자들이 범인들의 휴대전화 번호와 계좌번호를 공유하는 더치트라는 사이트에서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B씨의 사진과 거주지 등 기본 정보를 얻었다.

피해자가 닉네임을 단서로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범인과 중고 거래를 하는 척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A씨는 해당 정보를 이용해 SNS에서 B씨와 같은 얼굴과 이름을 찾아냈다. A씨가 이렇게 B씨에 대한 정보를 모두 파악해내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이런 정보를 지난 2월 28일 경찰에 모두 전달했고, 결국 B씨는 자수했다.

하지만 B씨는 자수한 데다 미성년자여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또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처벌도 약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분노한 A씨는 B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시계를 이미 헐값에 팔았고 그 돈을 다 썼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B씨는 시계를 누구에게 팔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A씨는 3월 2일부터 다시 자신의 시계를 찾아 나섰다. 먼저 시계를 거래하고 감정하는 곳들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롤렉스 시계가 매물로 나왔는지 문의한 데 이어 모든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졌다. 그러던 중 부산에서 자신의 제품이 매물로 나온 것을 알게 됐고, 즉시 부산으로 내려가 경찰과 함께 시계 매도자를 만났다.

B씨가 들고 튄 시계는 처음 500만원에 판매된 후 다시 800만원에 현 주인에게 도달했으며, 이 주인은 1000만원에 물건을 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A씨는 현행법상 현 주인의 매입 금액인 800만원을 지불해야 시계를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일단 서울로 돌아와 이런 내용들을 정리해 지난 3월 4일 추가로 경찰에 전달했다.

A씨가 도둑맞은 롤렉스 시계를 980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 절도범은 A씨 시계를 500만원에 팔아넘겼고 이 시계는 800만원에 현재의 소유자에게 넘겨졌다가 다시 매물로 나온 것이다. 연합뉴스


인천 남동경찰서는 최근 A씨의 조사 내용들을 확인하고 B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물건을 판매한 이후로도 1∼2차례 더 거래가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 장물을 추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결국 시계를 찾았으나 현재 주인이 범죄와 관련 없는 ‘선의 취득’을 해서 압수가 어려웠다. B씨가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민사 소송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직접 나서 하루 만에 도둑을 잡고, 사흘 만에 시계를 찾은 A씨는 허술한 법체계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범인이 실형도 안 받고 나만 혼자 손해를 보게 됐다. 이게 대한민국 피해자의 현실이다. 절도 당한 게 죄”라며 “초범에 미성년자면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부추기는 꼴이다. 법이 약하니 미성년자 범행이 유행하는 거 아닌가. 피해자가 아무런 보호를 못 받는다”고 매체에 토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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