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해…이게 왜 3년이나" 베일 벗은 '덕수궁 월대' 반응은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월대(月臺)가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은 장기간 공사 끝에 베일을 벗은 모습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문화재 공사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1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에 따르면, 앞으로 집중 호우가 내리지 않으면 덕수궁 월대 공사가 이르면 28일 끝난다.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월대 공사를 진행하느라 파헤쳤던 보행로 정비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월대 자체 공사는 모두 끝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월대 설계에 돌입한 2020년 4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일제가 훼손…29개월간 공사
월대는 궁궐 정문 앞 등에 설치해 건물 위엄을 높이는 넓은 기단이다. 황성신문·독립신문 등 기록에 따르면 1898년 대한문(당시 이름은 대안문)이 들어섰고, 이 앞에 1899년~1900년경 월대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종이 환구단·왕릉으로 행차할 때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는 1927년 덕수궁 월대를 훼손했다. 해방 이후인 1968년에도 도로 확장을 위해 대한문 동편 담장을 뒤로 밀어냈고, 1970년 대한문도 뒤따라 뒤쪽으로 이동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문화재청은 대한문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월대 재현 공사를 추진했다. 2020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월대 형태·크기를 고증하고, 설계용역 입찰 공고 등을 거쳐 지난 2020년 4월 재현 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이후 2021년 3월 실제 공사에 돌입하면서 가림막을 치고 2년 5개월째 시민 보행을 제한했다.
“신중한 작업은 문화재 공사의 특징”
시민들은 공사 기간(29개월)·비용(5억800만원)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다. 월대 앞에서 만난 시민 A 씨는 “역사적인 장소를 만든다기에 출퇴근할 때마다 기꺼이 불편을 감수했다”며 “가림막을 걷어낸 모습을 보니 보도블록 대신 평평하게 땅을 고르고 계단 2~4칸 만드는데 2~3년이나 걸릴만한 공사인가 싶다”고 말했다.
월대 앞 계단에 부착한 용두석(용머리를 조각한 길쭉한 석재)이 기괴하다는 의견도 있다. 거뭇거뭇한 용두석에 깔끔한 화강석이 이어져 있어서다. “그로테스크한 조합”이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덕수궁 월대를 복원할 가치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현한 월대가 원래 대한제국 시절 위치했던 장소가 아니라서다. 대한문은 1970년 태평로를 확장하면서 원래 위치에서 33m 뒤로 이동했다. 대한문 앞에 위치한 월대 역시 원래 자리는 왕복 10차로인 태평로 위에 있었다. 문화재청이 월대 ‘복원 공사’가 아니라, ‘재현 공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격동의 근대사 한가운데 존재했던 만큼 월대 재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덕수궁 월대를 복원할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물론 고종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덕수궁은 대한제국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궁문(宮門)을 상징하는 월대는 필요하다”며 “시민에겐 공사 기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재료가 하나하나 정착할 시간을 가지면서 천천히 신중하게 작업하는 건 문화재 공사에선 오히려 장려할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앞 월대도 복원중
한편 문화재청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에서도 월대 복원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남북길이 48.7m, 동서너비 29.7m 규모의 광화문 월대는 이르면 10월 복원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월대를 복원하는 공간을 통제하기 위해 T자 형태로 차량이 오가던 광화문 앞 삼거리를 유선T자형 도로로 변경했고, 차량 제한 속도도 50㎞/h에서 40㎞/h로 하향 조정했다.
‘경복궁영건일기’ 등 기록에 따르면 광화문 월대를 만든 것은 1866년이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이 주도해 경복궁을 중건할 때 만들어 1923년까지 57년 동안 운용됐다고 한다. 이후 99년간 이곳은 도로였다. 이 때문에 광화문 월대를 복원할 가치가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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