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의 놀라운 열정과 감각 [하재근의 이슈분석]
마동석이 최근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액션배우로 우뚝 섰다. 그의 존재감은 단지 인기 있는 배우 정도 수준이 아니다.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작품을 대표하는 액션 캐릭터의 위상으로 ‘범죄도시’ 흥행을 이끌었다. 이렇게 배우 한 명이 흥행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경우는 드물다. 6월 한국 영화 총 관객 중 '범죄도시3' 관객의 비중이 92%라고 한다. 이래서 ‘범죄도시3’이 올해 한국영화 원톱인데, 마동석이 그 작품에서 절대적 위상이다. 그러니 마동석이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액션배우가 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마동석은 2004년 영화 ‘바람의 전설’에서 단역으로 데뷔했다. 거칠어보이는 외모 탓에 그에게 진지한 연기를 기대한 이가 별로 없었다. 행인5, 깡패6 이런 역할들을 전전하며 10여 년 무명 시절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범죄 액션물, 경찰 영화, 프랜차이즈 시리즈물, 권투 액션 등을 열망했다. 오랜 세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했고 마침내 ‘범죄도시’ 시리즈로 이뤄냈다. 이 시리즈에 대해 마동석은 "경찰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 복싱선수로 살아왔던 과거, 내게는 들어오지 않는 형사 역할을 기다렸던 신인 시절의 욕심 등 나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말한 바 있다.
위에 마동석이 말했듯이, 그에겐 형사 역할이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 액션을 하고 싶은데 그 역할을 맡겨주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냥 기다리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형사들과 친해지고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를 토대로 조사를 거쳐 50개의 이야기를 뽑아냈다. 그중 여덟 개를 추려낸 것이 ‘범죄도시’ 총 8편 기획이다.
그는 제작과 주연을 도맡았다. 영화 작업 중에 제작자가 내려야 할, 그리고 챙겨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일만 해도 벅찰 텐데 주연까지 병행한 것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다음 시리즈 작업까지 동시에 했다. 이를 테면 1편 후반작업과 2편 촬영, 3편 대본 작업을 동시에 하는 식이다.
게다가 그가 ‘범죄도시’ 한 시리즈에만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다른 작품들도 동시에 진행한다. 현재 마동석과 관련돼 기획 중이거나 제작중인 작품이 국내외에 80여 편에 달한다고 한다. 헐리우드 영화의 제작과 주연도 예정돼 있다. 정말 영화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열정이 아니면 이런 일정을 소화할 수가 없다.
그는 ‘범죄도시’ 기획 당시 하루 12시간 씩 회의를 하며 대본을 수백 번 수정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에선 그의 열정과 함께 탁월한 감각도 느낄 수 있다. ‘범죄도시’ 3편을 잇따라 히트 시켰는데 이건 우연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만큼 제작자로서 정확하게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보통 1편이 성공해서 자본에 여유가 생기면 2편부턴 유명 감독, 유명 스타를 초빙하고 규모를 키워 상업성을 높이려 할 것이다. 마동석은 2편, 3편에서 모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명한 사람을 초빙하는 것이 아닌 그의 영화로 관련자들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제작비도 중급 정도로 정했다.(‘범죄도시3’ 손익분기점 180만 명) 제작자로서의 명민한 판단력과 뚝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열정과 영화 감각을 겸비한 사람이 영화에 미친 결과 대표 액션스타가 된 것이다.
그의 몸은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척추, 가슴뼈, 발목이 부러지는 등 몸 곳곳에 부상의 흔적이 있다. 무릎 연골이 거의 갈려나갔고 아킬레스건도 절반 가량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척추도 정상이 아닌데 근육 힘으로 버틴다고 한다. 이 몸으로 액션 연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연골을 갈아 만들었다고 했다.
이런 놀라운 열정에 은근한 코믹함, 소탈함까지 있다. 그런 인간적 매력으로 한국형 서민히어로로 자리매김했다. 헐리우드 히어로처럼 가면이나 특수옷은 입지 않지만 마동석의 얼굴과 몸이 그냥 히어로 캐릭터다. 요즘 영화계에선 새로운 MCU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돈다. 구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가고 새 MCU, 즉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왔다는 것이다.
한동안 마블 블록버스터들이 매년 5월에 개봉해 극장가를 장악했었다. 작년과 올해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내년에도 ‘범죄도시4’가 5월에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마블 영화를 대체해가는 것이다.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로 많은 배우들을 부각시킨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한다. 자신이 과거에 좋은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었기 때문에 후배들에겐 기회를 주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배우의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까지 전해지며 마동석의 영화계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 깡패 단역 역할을 하던 그가 지금처럼 성장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가히 기적 같은 인생기의 주인공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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