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지자체 너도나도 케이블카...과열 경쟁에 또 무산되나
국립공원 ‘지리산’을 낀 경남ㆍ전남ㆍ전북 4개 시ㆍ군이 케이블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모두 “양보할 문제가 아니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과열 경쟁 때문에 과거 지리산 케이블카 유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가 ‘지리산권 자치단체 간 단일노선 미합의’ 등을 이유로 허가를 반려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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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지리산 케이블카’ 단독 신청
22일 산청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22일 ‘지리산 삭도(케이블카) 신설을 위한 공원계획 변경(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산청 시천면 중산리~장터목 인근까지 3.15㎞구간에 케이블카를 놓는 방안이다. 군은 8인승짜리 케빈을 53대를 운행할 계획이다. 이 캐빈은 시간당 최대 893명 수송할 수 있다. 사업비는 1177억원으로 책정했다. 산청군이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기는 2017년 6월 이후 6년 만이다.
산청군이 다시 나선 것은 생태보존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난색을 보였던 환경부가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2월 강원 양양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조건부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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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산청군 유감”…전라도 구례군ㆍ남원 각자 추진
산청군 움직임에 함양군이 반발하고 나섰다. 함양군의원들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함양군은 홍준표 지사 시절 경남도 주관으로 산청군과 협력해 케이블카를 공동 추진했다”라며 “함양군과 협의 없이 공원계획변경안을 제출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진병영 함양군수도 지난 14일 “지리산 케이블카는 어느 한 시·군이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함양군 케이블카 유치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함양군은 과거 추진했던 지리산 케이블카 노선 2개 중 1개를 군민과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어 용역을 거쳐 구체화해 공원계획 변경안을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지리산) 반달곰 서식지, 보호종 식물들, 국립공원 특별지구를 피해서 노선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1990년부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던 전남 구례군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구례군은 케이블카 노선을 결정해 올해 안에 환경부에 공원계획 변경안을 낼 예정이다. 전북 남원시는 케이블카 대신 산악열차로 바꿔, 남원시 육모정부터 정령치까지 13㎞ 구간에 전기열차 노선을 설치하려고 한다.
4개 지자체 미합의…과거 실패 답습?
앞서 2011년 산청군과 함양군은 각각 중산리~장터목 인근(5.2km), 백무동~망바위 인근(3.4km) 노선으로 국립공원 삭도설치 사업 추진했다. 이듬해 환경부는 ‘4개 시군이 단일화해 1개 노선으로 신청하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경남도 주관으로 산청·함양이 공동노선(산청 중산리~장터목~함양 추성리·10.6km)을 만들어 2016년 2차례에 걸쳐 공원계획 변경안을 제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부는 모두 4개 시군 단일 노선 미합의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한 지자체 지리산 케이블카 유치 담당자는 “환경부는 단일 노선을 가져오라고 하지만, 1개 도에서 양양군이 단독 추진한 설악산과 달리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합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상권 1개, 전라권 1개 정도로 환경부가 완화해주는 방향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4개 지자체는 경남, 전남·북 등으로 분산돼 있어 합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달 초부터 지리산 케이블카 TF 꾸린 경남도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가 얽힌 민감한 사안이다”며 “(4개 시·군 합의 관련) 환경부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우선 도내 지자체만이라도 협의할 수 있도록 중재할 것”이라고 했다.
산청·함양=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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