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文정부 약속대련"…사드3불 공식화, 그 국감 비하인드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 MD(미사일 방어)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10월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이같은 내용을 물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 중국의 핵심 우려 사항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요청하는 질의였다.
강 장관은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사드 3불(不)이 정부의 입장으로 공식화한 순간이다. 실제 강 장관의 이날 발언 이후 ‘사드 3불’은 공식 용어처럼 사용됐다.
'사드 3불' 발표, 당·정 사전 조율했나
▶사드 추가배치 ▶미 MD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 사드3불의 요소들은 엄연한 안보 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중국의 사드 3불 요구에 대해 ‘주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요구를 전폭 수용했다. 특히 사드3불 입장을 공식화한 과정 자체가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닌 국정감사를 활용한 ‘간접 발표’였다는 점 역시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사드3불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입장을 공식 표명할 수도, 표명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문재인 정부는 결국 국정감사라는 이벤트를 활용해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의 형태로 정부의 입장을 ‘간접 발표’했다”며 “이같은 과정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정부 간 긴밀히 협의하고 계획한 결과로, 일종의 ‘약속대련’이었다”고 말했다.
"국감서 中 우려 해소키로 조율"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외통위·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사드3불에 해당하는 내용을 질의하면 이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기로 사전 조율됐다”며 “다만 사안에 따라 3개 쟁점을 외교·국방장관에게 나눠 질문하자는 게 최초 의도였는데, 먼저 열린 외교부 국감에서 모든 질문이 몰렸고 결국 당시 강경화 장관이 사드3불을 종합해 발표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北 올림픽 참가' 위해 사드3불 서둘렀나
문재인 정부가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사드 3불 입장을 밝힌 건 남북 관계 개선 과정의 중국의 역할과, 이를 추동할 한·중 정상회담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사드3불 발표 당시 정부는 문 대통령의 방중을 추진하고 있었고, 사드 문제를 둘러싼 갈등 봉합은 사실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여겨졌다.
결국 정부가 10월 국감을 활용해 사드3불을 공식화한 이후인 2017년 12월 14일 문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다만 중국은 이 자리에서도 사드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한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이는 한국이 사드 3불을 유지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압박으로 평가됐다.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서 당시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 복원 뿐 아니라 이듬해 2월로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참석시키기위한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정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을 평창 올림픽에 재차 초청했고, 동시에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대해서도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입장일 뿐" 주장했지만 문건엔 '합의'
문재인 정부는 사드 3불에 대해 “합의나 약속이 아닌 입장일 뿐”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중국의 압박에 밀려 안보 주권을 포기한 것이 아닌 정부의 자체 판단에 따른 입장 표명이었다는 게 당시 정부의 일관된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작 국방부 보고 문건에는 사드 3불을 합의·약속으로 표현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혼선이 이어졌다.
국방부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국가안보실·국방부·외교부·환경부는 성주 사드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과장급 협의를 개최했는데, 국방부는 협의 결과 문건에 “중국 측은 성주기지 환경영향평가 절차 진행을 사드 정식 배치로 간주하며 한·중 간의 기존 약속에 대한 훼손으로 인식하고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을 싣고 사드 3불을 ‘합의’로 명기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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