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많은 식단, 온실가스 최대 4배 많다…옥스퍼드대 연구 보니

강찬수 2023. 7.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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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쇠고기 등 육류가 진열돼 있다. 육류 소비의 경우 완전 채식에 비해 환경 영향이 3~4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

고기를 하루 100g 이상 먹는 사람이 식사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우유·달걀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vegan, 비건)가 배출하는 양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물성 식품에서 식물성 식품으로 식단을 전환하면 환경 발자국을 줄이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푸드(Nature Food)' 저널에 영국 사람들의 식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다양한 식단에 포함된 동물성·식물성 식품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과 토지 사용, 물 사용, 부영양화, 생물 다양성 상실 등과 같은 환경적 영향 사이에 강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5만5504명 대상 식습관 조사


팬에 구운 닭고기와 여름 야채 요리.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우선 영국 성인 6만 5411명의 식단과 관련된 기초 데이터(1990년대 자료)를 활용했고, 여기에 영국 내에서 5만 5504명의 개인을 추가로 모집해 식단과 식사 습관을 분석했다.

모집된 5만5504명 가운데 비건(완전 채식주의)은 2041명, 달걀 등을 일부 먹는 채식주의자가 1만5751명, 고기는 안 먹고 생선까지는 먹은 사람이 8123명,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하루 50g 미만)이 9332명, 고기를 중간 정도 먹는 사람(하루 50~99g)이 1만1971명,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하루 100g 이상)이 8286명이었다.

연구팀은 여기에 119개국 3만8000여 개 농장에서 수집한 식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분석했는데, 생애주기 분석(LCA) 자료를 식단 자료와 연결했다.

분석 결과, 모든 환경 지표는 소비된 동물성 식품의 양과 연관성이 있었다. 동물성 식품 소비가 많은 식단일수록 환경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육식의 환경 영향 채식의 3~4배


채식 음식.
연구팀은 식단별로 하루 식사 때(2000㎉ 기준) 배출되는 각각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양으로부터 100년 기간의 지구온난화 잠재력 지수(100GWP)를 계산한 뒤, 이를 다시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했다.

비건의 경우는 하루 식사를 통해 2.47㎏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일반 채식주의자는 4.16㎏, 생선 먹는 사람은 4.74㎏,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은 5.37㎏, 고기를 중간 정도 먹는 사람은 7.04㎏,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10.24㎏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비건의 배출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의 24.1%에 불과했다.

이는 고기가 많이 포함된 식단의 경우 메탄 배출량이 많은 탓이다. 비건 식단의 경우 하루 메탄 배출량이 4.39g이지만, 고기를 많이 먹는 식단은 하루 65.4g(14.9배)을 배출했다.

토지사용 면적은 비건이 하루 4.37㎡이었고,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16.78㎡(3.8배)이었다.
물 사용량은 비건이 하루 0.41㎥,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0.89㎥(2.2배)이었다. 다만, 이 연구에서 나온 물 사용량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식품의 물 발자국 수치보다는 훨씬 낮았다.

2019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비건(Vegan) 페스타에서 채식주의자용 햄버거. 뉴스1

부영양화 영향은 인산의 배출량으로 비교했는데, 비건이 하루 10.7g,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40.8g(3.8배)이었다.

생물 멸종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 생물 종 하나가 멸종할 확률을 계산했는데, 비건은 하루 1조(兆)분의 1.12종(種)이었고,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1조(兆)분의 3.69종으로 3.3배였다.


고기 적게 먹으면 환경 영향도 적어


지난해 여름 낙동강 하류 경남 양산시 원동면 일대 농수로의 녹조 상황. 농경지에서 배출된 질소 인 비료 성분은 강과 호수를 부영양화시키고 녹조 발생을 부추긴다. 연합뉴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과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 사이에서도 차이가 컸다.

100GWP로 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은 5.37㎏으로,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의 52%에 그쳤다.
저(低)육식 그룹은 고(高)육식 그룹보다 부영양화 영향은 57.4%, 토지 사용의 경우는 43.8%였다.

연구팀은 "동물성 식품 소비와 환경 영향 사이에는 분명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전체 인구의 식사 부분 환경 발자국을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성인은 연간 1억2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23만㎢의 농경지를 사용하고, 69만 톤의 인산염을 수계로 배출하고, 0.06종의 육상 척추동물의 멸종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농업용수 사용량, 즉 식사를 통해 사용되는 물의 양은 연간 150억㎥로 계산됐는데, 이는 한국의 농업용수 사용량과 비슷한 규모다.


"육식 소비 30% 줄여라" 권고


지난해 8월 미국 애리조나주 마리코파에서 콜로라도 강에서 끌어온 물로 관개 수로를 채우고 있다. 농업용수는 전체 물 수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AP=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8% 줄이고, 2030년까지 생물 다양성 손실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정부가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소비자가 식단을 바꾸도록 장려하는 조치도 포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2021년 나온 영국의 국가 식량 전략에서는 육식 소비를 30% 줄이는 식물성 식품 기반의 식단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 환경의 날인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채식연합과 비건세상을위한시민모임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채식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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