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백설공주보다는 차라리 다른 것을

2023. 7. 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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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 하라 겐야의 책 '저공비행'을 읽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어떤 풍토와 환경에서 우리가 진정 감동할 때는 그 지역에 오래전부터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과 맥을 이어 계승해온 지혜의 산물이 훌륭하게 형태를 이룬 것을 직접 보았을 때다." "글로벌과 로컬은 반대말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그 가운데 염두에 둘 것이 바로 우리가 소홀했던, 지역마다의 옛 흔적과 맥에 대한 가치의 재창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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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


최근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 하라 겐야의 책 ‘저공비행’을 읽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어떤 풍토와 환경에서 우리가 진정 감동할 때는 그 지역에 오래전부터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과 맥을 이어 계승해온 지혜의 산물이 훌륭하게 형태를 이룬 것을 직접 보았을 때다.” “글로벌과 로컬은 반대말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보기에 얄미울 만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의 관광산업에 대해 그는 ‘미래를 짊어질 산업으로 여긴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상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관광산업의 현주소에 울리는 경종처럼 들렸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국내 관광은 매우 새로운, 긍정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작했다. 해외로만 향하던 눈길이 나라 안으로 쏠리면서 국내 관광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제주, 부산만 찾던 이들이 눈길을 주지 않던 충남 부여, 강원 고성 등으로 떠나면서 지역마다 숨어 있는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전국으로 새로운 시선의 물줄기가 뻗어 나가고 있다. 정말 기쁜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거 관광산업 개발 형태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하라 겐야의 말처럼 우리도 우리 풍토와 환경에서 만들어진 흔적과 맥을 이어온 지혜의 산물을 제대로 발현시켜야 한다. 한마디로 진정한 지역 문화의 세련된 부활이다. 사과로 유명한 지역에 가니 거대한 백설공주 모형이 세워져 있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강원 정선 운탄고도에 가면 광부들이 석탄을 나르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 길을 걷노라니 석탄 나르던 광부들의 애환이 저절로 가슴에 느껴졌다. 그냥 두었더니 가슴에 스며드는 그 무엇이 남은 셈이다. 백설공주를 보러 사과 산지를 다시 찾지는 않아도 이곳은 다시 가고 싶다.

로컬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은 로컬 르네상스라 할 만큼 로컬에 대한 열의가 식지 않았고 지원사업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방향 설정을 잘해야 한다. 그 가운데 염두에 둘 것이 바로 우리가 소홀했던, 지역마다의 옛 흔적과 맥에 대한 가치의 재창출이다. 나아가 그것의 글로벌화다. 눈에 보이고 입에 맞는 공간과 음식에 힘쓰는 것도 좋지만 그런 유형의 무엇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른바 눈에 보이는 것들에 깃든 그곳만의 정신을 제대로 살피고 담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결정권에 영향을 미치는 로컬 사업 심사자들의 눈높이나 심사 기준의 점검도 필요하다. 진정성이 곧 유형의 재화로 전환되는 이 시대 변화 속에서 공공기관이나 민간 할 것 없이 지역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무형의 문화를 어떻게 유형의 문화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의 끝에서는 적어도 사과 산지에 독이 든 사과를 먹었다는 백설공주가 서 있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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