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도시’ 속 예수] 하나님이 기뻐하시니
수년 전에 이미 나는 하나님 중심으로 하나님 보는 법을 배웠다. 즉 그분이 자신의 영광을 위해 모든 일을 하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행복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한 문장을 제대로 읽을 때까지는 말이다.
“하나님이 자기 자신 안에서 가장 만족하는 이유를 알 때,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가장 만족할 수 있다.”(존 파이퍼, ‘하나님의 기쁨’)
이게 과연 사실일까. 내가 그동안 믿었던 하나님, 그 하나님이 기뻐하실 수 있을까. 그리고 그냥 기쁘신 게 아니라 가장 기쁘다고? 이 문장은 “기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좀 더 진지하게 하게 한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어지러운 게 기쁨이 아니다. 하나님은 술에, 마약에 취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기쁨까지도 포함하는 기쁨은 바람직한 웰빙이고 적절함에서 만족하는 기쁨이다. 그리고 순결함, 더럽지 않음, 흠 없음, 오염되지 않음, 바래지 않음, 제한 없음, 그리고 억누를 수 없는 즐거움을 추구함으로 누리는 기쁨이다. 파이퍼의 주장처럼 하나님에 대한 나의 만족이 하나님에 대한 하나님 자신의 만족에 달려 있다면,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시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은 나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게 함으로써 성경 읽는 방식뿐 아니라 우주를 관찰하는 방식까지도 바꿔놓았다. 우주에는 관찰할 것이 많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많이 있고, 하나님의 기쁨은 그분 안에서 내가 누리는 만족의 원동력이 된다.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기쁨을 보여준다. 공의를 기뻐하신다.(잠 11:1) 정직한 자의 기도를 기뻐하신다.(잠 15:8)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를 기뻐하신다.(시 147:11) 백성을 택하기를 기뻐하신다.(신 10:14~15) 그가 행하시는 모든 일을 기뻐하신다.(시 115:9) 자기 아들을 기뻐하신다.(마 17:5)
그렇다면 하나님의 기쁨이 내게 무슨 의미일까. 무한히 지혜로우시고 변함없으시며 항상 기뻐하시는 하나님은 결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나는 그가 행하신 일을 보면서 아쉬워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그가 하시는 모든 일이 예외 없이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을 위한 것임을 믿어야 한다. 믿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그 이상으로 감사하고, 사랑하고, 높이고, 또 즐거워해야 한다.
하나님이 자신으로 인해 기뻐하듯, 나도 하나님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로 인해서 또 그가 행하신 일들로 인해서 기뻐한다. 그의 기쁨은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일차적이다. 하나님이 자신 때문에 기뻐하신 것처럼, 나도 매일 하나님 때문에 더 기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기쁨은 모든 역사에 목적의식을 불어넣었다.
기쁘신 하나님은 단 한 번의 역사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으신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그를 사랑하는 자들의 선을 이룬다. 이 사실은 나로 하여금 현실 이해의 방식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해서 하나님은 나를 좋은 곳, 아주 좋은 곳으로 데려가신다. 하나님의 기쁨은 나의 성경 읽는 방식도 바꾸었다.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작품에 대한 그의 기쁨은 행과 행간 곳곳에 들어있다. 삶을 바꾸는 하나님의 기쁨은 후회가 없는, 일종의 깊은 기쁨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후회하신다고 말할 때(창 6:6, 삼상 15:10 등) 그것은 축소된 영광이라는 슬픈 현실에 대한 한탄의 의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하나님은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다. 왜일까. 하나님의 모든 행동은 결국 그의 아들에게 최대의 영광을, 그의 백성에게 최대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려는 그의 깊은 계획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으로 인해서 기쁘시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샘 크랩트리는 더노스처치(The North Church)의 목사이다. 지은 책으로는 ‘애정 어린 교정을 통한 육아: 어린 자녀 양육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Parenting with Loving Correction: Practical Help for Raising Young Childre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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