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정전 70년 뜻 없이 보낼 것인가… 피뿌림의 역사 종식 고해야

윤중식 2023. 7. 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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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국제평화연합예배’ 설교 임다윗 파주 충만한교회 목사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 25일 열리는 DMZ 국제평화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임다윗 충만한교회 목사가 지난 16일 주일예배 시간에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충만한교회 제공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그리고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은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정전 협정은 교전 중인 쌍방이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기로 합의해 맺은 협정으로 6·25전쟁의 정지, 평화적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 행위와 모든 무장 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위한 목적으로 체결됐다. ‘정전 70년’이라는 네 글자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강산이 일곱 번 변하고 두 세대가 훌쩍 지나는 사이 얼마나 많은 한숨과 탄식이 이어져 왔던가. 이 세월 동안 축적된 깊은 슬픔과 고통은 말과 글로 형용할 수 없다. 이제 이 역사적 질곡의 시간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다. 정전 70년을 기억하면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25일 오후 5~7시, DMZ 국제평화연합예배가 열린다. 민족 분단과 국민 분열의 죄를 참회하고 복음 통일과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한 초교파 기독교 지도자와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기도하기 위해서다.

행사는 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가 주최하고 ㈔평화한국이 주관하는 ‘회개와 평화의 하모니’ 기도회가 끝나면 부흥한국의 진행으로 소향과 브라스 브라더스, 세미한소리, 남북유나이티드가 출연하는 평화 음악회가 이어진다. 이 음악회는 다문화 장애인 탈북민이 하나 돼 평화를 꿈꾸며 노래하는 평화 콘서트로 진행된다.

언제까지 6·25의 노래만 부를 것인가

우리에게 70이라는 숫자는 각별하다. 이미 광복 70년, 정부수립 70년, 6·25전쟁 70년을 넘겼다. 그리고 이제 정전 70년을 맞았다. 그러나 올해 70이란 숫자가 지나면 70의 의미를 기록할 역사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거듭된 70, 네 번째로 맞이하는 70에는 하나님의 역사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끔찍한 살육의 역사 흔적, 피의 절절한 호소와 외침이 그것이다.

6·25전쟁으로 인한 남북한 사상자(위키백과)는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521만 8480명(사망·실종 191만 8072명 포함)에 달한다. 여기에 미군 사상자 13만7250명(사망 실종 4만311명), 중공군 사상자 59만2000명(사망 실종 20만8600명), 영국군을 포함한 15개 유엔군 사상자 1만7553명(사망 실종 4107명) 등 남녘과 북녘 산하에 596만5283명이라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다.

이뿐인가. 남북 분단 이후 일어난 제주 4·3사건(1948) 때는 군과 순경 그리고 서북청년단에 의해 사망한 국민이 1만4032명(정부 추정 3만명)이다. 같은 해 여순사건 희생자 314명도 있다. 한국교회는 이 피의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평화연합예배를 일주일 앞둔 지난 18일 설교를 준비 중인 경기도 파주 충만한교회 임다윗(70) 목사를 만났다. 정전 협정이 체결되던 해에 태어난 임 목사는 남북 분단의 역사는 한 줄로 쭉 긋고 넘겨야 할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목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피 뿌림의 역사에 종식을 고해야 한다”면서 “아직도 그 피의 절규가 한반도에 진동하며 호소하는데 어떻게 귀를 틀어막고 있을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임 목사의 주장처럼 한국교회는 이 피의 소리에 침묵하며 6·25전쟁 70년을 보내고 이제 정전 70년을 또 뜻 없이 보내고 있다. 한반도 전역에 피의 호소와 아우성으로 가득하건만 한국교회 일각에서는 올해 6·25전쟁 73년을 보내면서 ‘6·25의 노래’를 불렀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한반도는 아직도 통곡하며 탄식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호전적인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제2의 비극을 잉태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씹어 볼 일이다. 하나님은 이 땅을 바라보며 울고 계시는데 말이다.

임 목사는 우선 ‘나 자신부터 죄 덩어리’임을 고백하자고 권면한다. 그는 “우리의 죄를 철저하게 토설해 죄가 사해져야 한다”면서 “이날을 계기로 대한민국을 고치는 역사가 평화누리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목사는 오늘의 조국 현실을 마치 먹구름 가득한 하늘 같다고 비유했다. 갈등과 분열로 가정이 해체되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국가 통치가 위태로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이 두쪽으로 허리가 잘린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이 좁은 남녘 땅에서는 이념 지역 계층 세대로 분열된 데다 이제는 젠더 갈등으로 그 수치가 위험 수위를 넘어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한반도는 지금도 통곡한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로 2021년 1만3352명(2022년 통계청)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낙태율 역시 불명예스러운 1위를 기록한다. 지난 2017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하루 3000명, 1년 110만명, 태아 4명 중 1명이 태어나고 3명은 낙태로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발표했다. 그 이후엔 별다른 통계가 없다. 이 밖에 대형 참사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사망 299명)에 이어 지난해엔 핼러윈 참사(159명)로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떤가. 임 목사는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이 슬픔과 고통을 닦아주지 못하는 교회, 조국의 아픔을 끌어안고 기도하지 않는 교회, 이 처참한 상황에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최근 한국교회 관련 통계(국민일보 7월 7일자 36면)를 꺼냈다.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 조사 결과였다. 임 목사는 종교 호감도에서 기독교는 유교(11.3%)에도 못 미치고 샤머니즘(3.9%)보다 조금 높은 6.8%로 불교(32.9%)보다는 거의 5배 낮은 수치라고 고개를 저었다.

임 목사는 이 모든 것이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임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한국교회는 지금 ‘여호와께로 돌아가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철저한 회개로 우리의 죄악을 토해내고 주님의 보혈로 씻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다음 한국교회가 피로 얼룩진 이 땅의 저주 역사를, 이 원통한 조국의 역사를 끌어안고 울고 또 울자고 했다. 임 목사는 한국교회는 정전 70년을 맞아 ‘황무함이 70년 만에 그치리라’(단 9:2)는 말씀을 붙들고 강력한 회개로 하나님의 보좌를 흔드는 기도의 자리로 나가자고 권면했다.

정전 협정이 체결된 역사의 현장인 파주는 복음의 거대한 댐과 같은 곳이다. 파주는 전국 223개 시·군 중 북한과 인접한 지역으로 지정학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중심이다. 북을 향해 달리고 싶어하는 기관차가 임진각에 멈춰 있다. 통일이 오면 유럽으로 이어지는 아시안 하이웨이가 파주를 거쳐 32개국으로 뻗어간다. 이 길은 총연장 14만㎞의 고속도로로 북한을 거쳐 러시아, 중국을 넘어 동남아와 유럽 중동 그리고 이스라엘에까지 이른다.

죽으면 죽으리라 각오로 북방선교
올 2월 입당예배를 드린 충만한교회 예배당 모습. 충만한교회 제공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북방선교를 위해 20여년 전부터 기도해오던 임 목사는 마침내 올 초 경의선 야당역 인근에 충만한교회 입당예배를 드렸다. 서울 목동과 일산 예배당을 거쳐 세 번째 예배당을 건축했다. 그는 이곳을 통해 어떤 역사가 일어날 것인지 아직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임 목사는 한국교회의 기도 향(香)이 채워지면 복음의 수문이 활짝 열려 북한을 덮고 열방으로 거세게 흘러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하나 돼 강력하고 철저한 회개로 무장한다면 하나님의 초자연적 역사가 일어나 김정은 위원장이 회개하고 마침내 주체사상이 무너져 지구촌이 깜짝 놀라 감탄할 날이 반드시 오리라는 것을 말이다.

임 목사는 이번 평화연합예배 설교를 준비하면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임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지난 70년간 쉼 없이 통일을 위해 기도해온 것은 맞지만 남과 북이 하나가 되게 하는 진정한 의미의 회개 기도는 부족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억울하게 희생된 젊은 피에 대한 통회 자복과 마지막 향로를 충만하게 하는 초교파 연합기도 운동이 불길처럼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임 목사와 충만한교회 교인들은 20여년째 통성으로 새벽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빨리 북한의 문이 열려 복음 통일을 이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대륙횡단 철도와 아시안 하이웨이를 타고 유럽으로 이어지는 ‘신바이블로드’를 완성하는 것이 임 목사의 꿈이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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