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길 잘했어요”…日아기엄마 감동시킨 버스 기사
日여성의 감사 표현
버스기사 유근종씨 “당연히 해야 할 일”
경기 수원에서 한 일본인 여성이 아기와 함께 붐비는 퇴근 시간에 버스를 탔다가 따뜻한 안내 방송 덕에 편히 귀가할 수 있었다는 사연을 전했다.
아기를 안고 올라탄 여성을 보고 “아기가 있으니 자리를 양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안내로 그를 도운 버스 기사는 오히려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칭찬을 멋쩍어했다.
지난 19일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아기 엄마를 배려해주신 98번 버스 기사님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한국인 남편과 결혼생활 중인 일본인 여성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19일 오후 6시27쯤 망포중학교에서 영통방면으로 가는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퇴근 시간이라 승객이 많았는데, 기사님께서 승객분들께 안내방송으로 ‘아기가 있으니 자리를 양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덕분에 승객분들께서 버스 안 통로도 마련해주고, 여자 승객분께서 자리를 양보해주셨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외국인이지만, 기사님 덕분에 한국의 따뜻함에 대해 다시 한번 더 느꼈다”면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 왔지만, 기사님의 배려 덕분에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글쓴이는 수원 여객 측에 “기사님 성함은 모르지만,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다시 한번 “기사님, 너무 감사합니다. 혹시나 만약 또 만나면 감사한 마음을 전달 드리고 싶어요”라고 거듭 말했다.
글쓴이의 남편은 이 사연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유했다. 이에 해당 버스 기사의 동료라는 한 누리꾼이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해당 기사를 급히 찾았다, 제 뒤 차 형님이더라”라며 “그분은 평소에도 항상 차내에 계신 승객분들의 안전을 위해 안내방송을 하시는 분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우수 사원으로 선정됐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98번 버스를 운행했던 버스 기사는 유근종(62)씨로 확인됐다. 유씨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시간대가 퇴근 시간이라 매우 혼잡했고 버스 안에 승객이 많았다”면서 “아기엄마가 아기를 안고 타길래 제가 승객분들께 ‘아기랑 아기 엄마가 버스를 탔는데 자리 좀 양보해주실 수 있겠냐’고 안내방송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랬더니 젊은 여성분이 자리를 양보해줬다”면서 “그 아기엄마는 버스에서 내릴 때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내리더라고”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어떤 마음으로 안내 방송을 했냐는 질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렇게 주변에서 칭찬을 해주니…”라며 어색한 듯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유씨는 버스 안이 붐빌 때면 항상 승객들에게 손잡이를 잡아달라고 하거나 노약자분들께 자리를 양보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한다고 했다.
유씨가 버스 기사로 근무한 지는 10년째다.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운행하는데 하루 일하고 하루 쉰다”면서 “원래는 장사하다가 그만두고 버스 기사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운행하는 98번 버스는 수원 북부 차고지에서 팔달문을 경유한 뒤, 인계동 뉴코아 아울렛 거쳐 망포역과 동탄 화성시를 거치는 노선이다. 특히 팔달문 쪽은 나이 드신 노약자분들이 많이 탑승해 안전 운행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더 주의해서 운행하고 있다”며 “승객의 안전은 버스 기사가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것이고, 늘 그런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기사님 마음씨가 참 따뜻하다” “기사님 센스 최고” “마음이 훈훈해진다” “기사님도 멋지시고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글쓴이도 멋지다” “이런 배려와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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