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땅 라팍에서 2년 전 호투 재연한 쿠에바스 "환상적이었다"
2021년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역투였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멋진 투구로 팀에 4연승을 선물했다.
KT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7-2로 이겼다. 2회 강백호가 선제 3점포를 터트렸고, 3회 박병호가 솔로포, 4회 앤서니 알포드가 다시 3점 홈런을 쏴올렸다.
선발투수 쿠에바스의 역투가 빛났다. 쿠에바스는 3회까지 안타를 한 개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4회 1사 김지찬에게 첫 안타를 주고, 피렐라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지만 추가점은 주지 않았다. 5~7회도 잘 막아낸 쿠에바스는 8회에도 2사 1루까지 순탄하게 막았다.
이강철 감독은 마운드에 올랐지만 쿠에바스를 교체하지 않았고, 김동진을 2루수 플라이로 막았다. 8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 시즌 기록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47이 됐다. 쿠에바스는 "굉장했다. 좋은 투구를 했다. 더 좋은 투구를 하기 힘들 정도다. 9회를 던지면 더 좋겠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쿠에바스가 8이닝을 투구한 건 2020년 10월 2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처음이다.
쿠에바스에게 '라팍'은 좋은 추억이 있는 장소다. 2021년 10월 31일 열린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당시 이틀을 쉬고 선발로 나선 쿠에바스는 7이닝 1안타 무실점하는 괴력을 뽐냈다.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쥔 KT는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거머쥐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부상으로 KT를 떠났다가, 1년여만에 돌아온 쿠에바스는 그날 이후 처음으로 대구 경기에 등판했고, 다시 한 번 승리를 따냈다. 쿠에바스는 "항상 그 이야기를 한다"며 "그 경기가 KBO에서 한 경기 중 가장 뜻깊기 때문에 올때마다 생각이 난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돌아온 뒤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고 평했다. 쿠에바스는 "우선 그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2~3년 전에도 코치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나도 성숙하면서 발전한 듯하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대화한 뒤 쿠에바스는 주먹을 내밀었으나, 이 감독이 이를 피했다. 쿠에바스는 "감독님과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런 게 아닌다. 감독님이 손인사 같은 건 경기 뒤에 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잊어버렸다"고 웃었다.
올스타 휴식기에 대해선 "미국보다는 길었는데, 휴식기가 아닐 때와 똑같이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생활패턴을 유지했다. 경기만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와 과거 KBO리그에 맞는 볼 배합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쿠에바스는 "감독님은 한국의 페드로 마르티네스 같은 분"이라면서 "내 생각도 사실 있다. 그래도 당연히 감독님의 말을 존중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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