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상 검증' 공세에…김영호 "극우 유튜버 지적 동의 못해"

정영교 2023. 7. 2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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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극우적 사상과 대북관"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지난 5년 동안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 읽기' 관련 활동을 한 것에 대해 교수나 학자보다 극우 유튜버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했다는 프레임을 걸고 관련 질문을 쏟아냈지만, 김 후보자는 줄곧 "동의하지 않는다", "감출 것 없다"고 맞서며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후보자는) 2018년 7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5487개 이상의 동영상을 올렸다"며 "수많은 영상에서 흡수통일, 북한체제 붕괴, 남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및 독자 핵 무장 등 문제가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유튜브에서 한 내용을 책으로 낼 정도인데 감출 게 뭐가 있겠냐"고 답했다. 후보자 지명 직후 유튜브 채널을 삭제할 데 대해선 "계속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 (유튜브 채널을) 삭제했다"고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장관 임명 당일에 폐쇄한 유튜브 채널의 모습. 유튜브 캡처

김 의원은 이어 김 후보자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지난 5년 동안 논문 발표가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지만,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말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논문을 저술해 학자들과 공저로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장관 지명 직전까지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에서 발언했던 내용 등을 근거로 한 사실상의 '사상 검증'을 벌이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장관에 지명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을 폐쇄하고 모든 영상을 비공개로 처리하면서 검증에 어려움을 겪었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유튜브 발언 내용 대신 유튜브 채널의 수익구조로 공격의 초점을 옮겼다.

김 후보자는 유튜브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 3억7000만원 중 2억8000만원을 경비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비로 처리된 돈에 대해 "강의 형식으로 돈이 들지 않는 영상을 제작하면서 수익의 대부분을 경비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탈세"라고 김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김 후보자는 이러한 공세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고 세무서에 신고가 돼 있는데 그 이상으로 뭘 요구하느냐"고 맞섰다. 그러면서도 "개인정보도 있고 제3자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세부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히 "정부가 김 후보자를 내세워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문제 제기와 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적극적 엄호를 펼쳤다. 통일부가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야당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후보자가 과거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며 대북 강경론을 펼쳤던 점과 관련 "학자 시절 강력한 대북관 등으로 인해 북한과 대화와 타협 또 공존을 모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통일은 평화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과 인내를 가지고 대화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통일부를 '대북지원부'에 비유하며 쇄신을 주문한 점에 대해선 통일부의 역할 재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후보자는 통일부 쇄신에 대한 소신을 묻는 질문에 "남북관계가 막혀 있을 경우 통일부도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관계는 원칙을 가지고 해나가야 한다"고 답하며 통일부의 역할 재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질의에 앞선 모두발언에서도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보다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접근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앞서 언급했던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정신(헌법 4조)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명시된 분명한 가치와 원칙에 따라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우리 주도적으로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제 정치질서가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양분된 상황에서는 분명한 자유의 가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 시작된 청문회는 부실한 자료 제출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오전 내내 파행을 거듭하다 1시간여 만에 중단됐다. 이 바람에 오전 청문회는 청문회 시작을 알리는 김 후보자의 선서문 낭독도 하지 못한 채 정회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자료 봉쇄 수준"이라며 청문회 연기를 요구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이용선 의원은 "도덕성 검증 자료나 정책 검증에 필요한 자료에 대한 협조가 정말 지나칠 정도로 안 되고 있다"며 "현재 (후보자의) 자료 협조 태세, 제공 태세는 아주 이례적으로, 거의 봉쇄에 가깝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에 이어 야당 의원들도 김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문제 삼으며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과거 통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때 제출된 자료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청문회는 가까스로 오후에 속개됐다. 특히 외통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김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는 2146건으로, 권영세 장관보다 1.9배 많고, 이인영 장관 때 제출한 자료보다 2.5배 많다"며 "이인영 장관 때도 자료 제출의 미비가 있었는데도 (청문회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청문회 전부터 김 후보자의 성향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뜻을 밝혀왔다. 야당의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가 반복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지금까지 14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됐다.

실제로 외통위는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청문회를 종료했다. 이는 인사청문회를 위한 외통위 회의가 자정을 넘겨 자동 산회한 데 따른 것으로 여야 간사는 주말 동안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 논의를 위한 회의 일정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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