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뭐 하러? 일본 가서 골프 친다” [정현권의 감성골프]
종종 동반 골프를 하는 사람에게 제주도 골프를 제의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이미 두 달 전에 친구들과 3박 4일 일본 골프투어를 하고 왔단 얘기도 들려줬다.
퇴직한 직장 선배는 지난해부터 간혹 일본에 들러 현지에서 직장을 잡은 아들과 골프를 한다. 대중골프장에선 우리 돈 10만원으로 골프와 식사 비용을 충분히 해결한다.
또 다른 지인은 부부 동반으로 팀을 이뤄 태국 치앙마이에 보름간 일정으로 지난 16일 출발했다. 제주 일정을 생각하다가 휴양 겸 태국 골프투어로 선회했다. 비용과 날씨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주도 골프장 내장객 이탈이 갈수록 증폭된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골프장 내장객은 69만44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만1649명(22.5%) 줄었다.
특히 외지인과 외국인 내장객이 전년 동기(58만9258명)보다 30.7%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해외 골프투어가 막히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해온 제주도 골프장들이 한여름에 찬서리를 맞고 있다.
제주 골프장 내장객은 △2019년 209만1504명 △2020년 238만4802명 △ 2021년 288만7910명에서 지난해에는 282만2395명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해외여행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갈치 한 마리에 15만원을 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식비가 1인분에 2만원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고 김밥 한 줄도 8000원을 넘겨 완전 호구가 된 느낌이었죠.”
7월 초 제주를 찾은 한 부부는 가파른 외식 물가와 바가지 기승에 진절머리가 난다면서 다시는 찾고 싶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부부는 3박 4일 동안 숙박비로 95만원을 지출해 혀를 내둘렀다.
특히 일본이나 동남아 등으로 해외여행길이 열리면서 제주도 골프장과 관광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항공료와 현지 숙박∙외식비를 포함한 여행 비용이 제주도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홋카이도 골프 여행을 계획하는 지인은 숙박, 항공료, 조식, 온천 포함해 3박 4일간 4인 기준 1인당 가격이 175만원 정도라며 건넸다. 최근 다녀온 제주도 골프장은 숙박료와 골프장 이용비를 합해 180만원 가량 지불해 아예 일본 여행을 결심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역대급 ‘엔저 현상’도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 서울외환시장에서 7월 11일 엔화는 100엔당 920.41원에 거래됐다. 7월 4일 엔화가 898.98원으로 떨어지며 800원대도 기록했다.
사실 제주도에서 골프를 하기에는 날씨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여름에는 이틀 가운데 하루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 일정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높은 물가에 부담을 느껴 차라리 남해안 쪽이나 일본∙태국행을 택한다. 전체 비용이 비슷한 데다 온천, 관광, 음식, 마사지 등을 다양하게 누릴 수 있어 사실 장점이 더 크다.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제주도에 오려던 사람들도 일본으로 향한다고 하더라”라며 “주변 게스트하우스들과 함께 몇만원씩 숙소비를 깎았는데도 손님이 없어 휴가철 대목을 날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해외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이 부쩍 늘었다. 최근 세계 100대 코스 등 최고 코스를 선호하는 골프 여행자들이 부상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차원이 다른 경험을 주는 골프 여행을 떠나는 골프 여행 노마드(Nomad)가 증가했다. 국내 주요 여행사도 세계 명문 코스를 탐방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골프매거진, 골프다이제스트 등 유명 골프매거진에 소개된 코스들을 상품화했다. 일본의 경우 세계 100대 코스인 카와나가 포함됐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 등 주요 메이저 여행사도 전 세계 100대 코스 부킹 가능한 상품을 준비한다. 50~60대 중소∙중견기업 오너들과 고소득 은퇴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이는 국내 골프장 이용료가 급등하면서 해외 골프장이 대안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코스 그린피는 주말 50만원을 웃돌고 한 골프장 캐디피는 17만원이다. 카트비도 36만원까지 올라간다. 국내 코스 한두 번 찾을 돈으로 세계 100대 코스를 저렴하게 이용한다.
급기야 제주도 골프장 업계는 경영난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최근 간담회를 갖고 지방세 감면 혜택 부활,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제주 골프장 8월 예약률은 20%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한 골퍼는 “지난 2~3년간 무지막지하게 골프비(그린피, 카트비, 캐디피)를 올려 소비자들을 우롱하다가 이제야 살려달라고 한다”며 “자승자박이며 제대로 당해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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