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리고 아이들을 보며 마음을 다진 삼성 원태인
아들은 아버지를 보며 또 한 번 야구에 대한 마음을 되새겼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3) 이야기다.
원태인은 20일 대구야구협회장기 초·중 야구대회가 열린 대구 시민야구장을 찾았다. 아버지 원민구 감독이 이끄는 원베이스볼클럽과 경운중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원민구 감독은 삼성 지명을 받은 뒤 실업팀 제일은행에서 활약했고, 협성경복중을 지도하다 클럽 팀을 창단했다.
원베이스볼클럽은 경운중을 8-6으로 꺾었다. 2021년 4월 창단 이후 거둔 첫 공식전 승리. 이어 21일 열린 결승에서도 대구중에 6-3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대구 지역 클럽팀으로선 역대 최초다.
21일 KT 위즈전이 열린 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원태인은 "2년 동안 승리를 하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준결승 전날에 '한 번 해볼만하다'고 말해서 갔다. 경주에서 열린 대회 때 한 번 응원을 갔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하더라. (어제가) 마침 쉬는 날이라 경기장에 갔다. '첫 승을 하면 회식을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정말 이길 줄 몰랐다. 내 용돈이 나가게 됐다"면서도 웃었다.
원태인은 틈날 때마다 선수들을 만나 개인지도를 해주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이 열심히 한 걸 봤다. 1년 동안 정말 많이 늘었다. 엘리트 선수보다 뒤처질 수 밖에 없는데도 잘 했다. 아버지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봐서 더 좋았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을 보며 원태인은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렸다. 원태인은 "중학교 때 내 모습이 생각났다. 아마추어답게 슬라이딩하는 모습을 보니까 웬지 모르게 놓치고 있던 것들을 느끼는 하루였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며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낮 경기라 정말 더울 때 뛰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이 생각났다"고 했다.
야구인 2세인 원태인에게 아버지는 롤모델이자, 우상과도 같은 존재다. 원태인은 "아버지가 경기장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는데 멋있었다"며 "퇴장을 그만 당하셨으면 했는데 어김없이 퇴장당하셨다. 판정이 흔들릴 때도 있기 때문에 이해는 하는데, 여전히 안 참으시더라. 아버지의 승부욕을 보면서, 내가 왜 승부욕이 센지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원태인은 전반기 15경기에 등판해 4승 5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은 최하위에 그쳤다. 원태인은 "퀄티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10회)를 나를 많이 한 건 만족스럽지만, 팀이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 내가 나가는 경기는 다 이기고 싶고, 내가 더그아웃에 있을 때도 이겼으면 좋겠다. 많이 이기는 후반기가 됏으면 한다"고 했다.
팀에게도, 원태인에게도 후반기는 중요하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있다. 원태인은 "몸 상태는 너무 좋다. 한 번 쉬었고, 힘들 쉬기에 올스타 휴식기를 보내 컨디션이 좋다. 마지막에 중요한 것도 있으니까, 남은 세 달 열심히 해서 웃으면서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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