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히고 여유있게 걷더라"…신림 살인마, 아무나 마구 찔렀다
21일 서울과 부천, 안산 등 수도권 일대에서 칼부림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무렵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선 조모(33)씨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흉기에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남성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이날 2시 20분 쯤 조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현재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인근 상가의 CCTV 상황을 종합하면 검은색 티셔츠 차림의 조씨는 2시 무렵 신림역 인근 도보를 활보하며 주위의 남성들을 무작위로 공격했다. 피해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시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범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피해자 1명은 여성과 함께 걷고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조씨의 흉기에 찔린 남성은 곧바로 자리에 주저앉았으나 조씨가 공격을 계속하는 장면이 CCTV에 그대로 담겼다.
해당 장면을 목격한 상인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옆에 걷고 있던 여성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았다”며 “주변을 둘러보니 상처를 입은 다른 남성이 '도와주세요'라고 소리를 엄청 지르고 있더라. 남성(조씨)은 온 손에 피를 묻히고 흉기를 들고 걸어갔다. 걸음걸이가 여유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체포 당시 조씨는 “왜 나한테 X같이…여태까지 내가 잘못하게 산건 맞는데 열심히 살아도 안되더라고. X같아서 죽였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조사에서 조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범행 전, 가족이 사는 집을 들렀던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조씨의 동의를 받아 이날 2시간 20분 동안 조씨 가족의 서울 금천구 자택과 조씨의 인천 자택을 수색했다. 경찰은 수색 결과 발견한 조씨의 휴대전화 1개를 임의제출 받아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마약 투약 가능성을 의심해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음성이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 등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후 치료를 받고 있다. 30대 피해자 1명도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부천시 고강동에서는 30대 남성 C씨가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무자 집에 찾아갔다가 채무자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C씨는 이날 오후 2시 50분쯤 고강동의 한 빌라 2층 주거지 안에서 채무자의 어머니 D(50대)씨를 흉기로 찔렀다.
부천오정경찰서는 “사람을 죽였다”는 C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그를 검거했다. C씨는 D씨의 30대 딸 E씨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E씨는 외출한 상태였다.
경찰은 D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하고 E씨 등 유족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10분쯤 30대 남성 A씨가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A씨는 인근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오후 5시쯤부터 투신 소동을 벌이다 오후 9시 35분쯤 스스뢱 내려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둘은 과거 연인 사이였다고 한다. 경기남부경찰청 위기협상팀이 현장에 투입돼 “뛰어내리겠다”는 A씨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경찰은 A씨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자세한 범행 동기를 수사할 예정이다.
앞서 소방은 오후 2시 6분쯤 “30대 남성이 미용실에서 여성을 찌르고 달아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피습당한 B씨를 고대안산병원으로 이송했다.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B씨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닥터 헬기로 수원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고 있다.
손성배, 신혜연, 김민정, 이찬규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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