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김대성' 피해액 2312억…리베이트 챙긴 업자 등 60명 송치

이찬규 2023. 7. 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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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김대성(사망, 42세)이 벌인 수도권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피해자가 1244명, 피해액은 2312억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와 함께 활동한 또 다른 빌라왕 2명도 밝혀져 3명이 주도한 전세사기 총 피해액은 32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김씨가 고용한 직원 2명과 김씨에게 주택을 중개해주고 리베이트를 챙긴 부동산업자 56명, 전세사기 임대인 2명 등 총 60명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중 김씨의 직원 1명, 부동산업자 3명, 전세사기 임대인 2명은 구속송치됐다.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해 12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부동산업에 종사하면서 아파트와 달리 신축빌라 전세 시세가 드러나지 않는 맹점을 알게 됐고, 2017년 2월부터 전세사기를 시작했다. 이점을 노려 김씨는 신축빌라 분양가보다 비싸게 전세금을 받았다. 신축빌라를 2억원에 분양받았다면, 임대인에게 2억2000만원에 전세를 주는 식이다. 자본 없이 신축빌라를 매입하면서도 전세금과 분양비의 차액인 2000만원을 벌 수 있던 것이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다.

김씨는 이 차액 일부를 무자본 갭투자 형식의 주택을 중개한 부동산업자, 명의를 빌려준 이른바 바지 임대인에게 리베이트로 지급했다. 부동산업자, 바지 임대인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전세사기 초기 건당 100~130만원을 받았지만 전세사기에 뛰어드는 경쟁자들이 늘어나자 리베이트는 건당 60만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김씨는 전세계약이 끝나도 전세금을 돌려주지도 않았다.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세입자 요청에 김씨는 “종부세가 많이 나와 신용불량자가 됐다” “집이 가압류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 등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김씨가 보유한 1500채 대부분이 신축빌라와 오피스텔이 많은 인천과 서울 강서 등에 집중됐다. 김씨는 전세사기 규모가 커지면서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2020년 5~6월 직원 2명을 고용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김씨의 지시를 받아 신축빌라 매물을 확인하고 계약하는 일 등을 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커지자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수사에 착수했으나, 김씨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전세계약 건과 주택거래 내역을 살피고 피해자로 추정되는 임차인 한명한명을 모두 불러 조사를 진행해 피해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누적된 김씨의 메시지, 계좌 자금 내역도 분석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빌라왕' 김대성이 벌인 전세사기 피해액이 2312억으로, 관련자 60명을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정민 기자

이렇게 밝혀진 피해자는 총 1244명, 피해금액은 2312억원이다. 여기에 빌라왕 김대성 수사 중 추가로 드러난 60대 여성 변모씨와 40대 여성 송씨의 전세사기 범행도 포함하면 총 피해자는 1668명, 피해금액은 3280억원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변씨와 송씨는 각각 170억원, 798억원 상당의 전세사기를 벌였다.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자 김씨 배후세력이 있다고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가 주도적으로 전세사기에 이용할 매물을 알아보고, 리베이트 대부분이 김씨의 계좌 또는 김씨 법인명의 계좌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수익 대부분을 유흥비 등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빌라왕 김대성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남은 상처는 상당했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지난 5월 피해자 이모(30)씨가 전세로 들어온 김씨의 빌라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또 변씨와 송씨가 취득한 주택의 전세계약이 대부분 올해 8월 이후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일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안심전세대출을 통해 대위변제를 받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며 “변씨, 송씨와 관련된 공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는 21일 ‘강서구 빌라왕’ 사건의 배후인물인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신씨는 피해자 37명으로부터 보증금 80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신씨가 다수의 빌라왕을 적극 모집·관리한 점을 이유로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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