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색출용이냐"…'체포동의 기명 표결' 혁신위 방안에 '시끌'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21일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무기명에서 기명 투표로 바꾸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1차 혁신안을 공개했다. ▶선출직 공직자·당직자 비리에 대한 상시 감찰 ▶시민감찰관제 도입 및 정기적 자산 감찰 ▶유죄 판결 시 복당 제한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현역의원 평가에서 도덕성 비중 강화 등 5대 방안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국민은 민주당을 ‘국민의힘보다 낫다’는 자족감에 젖은 정당, 내부자끼리 책임 돌리는 데 정신 팔려 반성할 줄 모르는 정당이라고 본다”며 “민주당이 잘못과 한계를 인정하고 향후 책임 있는 정당으로 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책임지는 정당’을 포함해 ‘유능한 정당’과 ‘당 조직 혁신’을 혁신안의 세 축으로 소개했다.
혁신위는 당초 1호 혁신안으로 불렸던 ‘불체포 특권 포기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쇄신안은 “응급진단이었다”고 설명한 뒤 이날 패키지 발표를 첫 정식 혁신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혁신안 뚜껑이 열리자 당내에선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체포동의안을 기명 투표로 바꾸자는 내용은 이미 지난해 1월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끌던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제안했던 내용이어서다. 이미 21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국회법 개정안이 4건(권성동·윤상현·정우택 국민의힘 의원, 김승원 민주당 의원) 발의돼 있다. 탈당자의 복당 제한 조건으로 ‘유죄 판결 시’라고 단서를 단 것도 당연한 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을 포함한 정기적인 자산 감찰도 윤리감찰단 인력 구성 등을 따져봤을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와 관련해 당내에선 “사실상 부결을 강제하는 조치”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만날 얼굴 보는 사람을 잡아가라고 표 찍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기명투표를 하면 누가 솔직하게 찍을 수 있겠느냐”며 “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막는 말이 안 되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공개 표결하게 될 경우 ‘수박(이재명 대표에 반대는 민주당 정치인) 색출’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향후 당내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공천 규칙 개혁과 관련해서 김 위원장은 “당원 및 국민 제안의 다수를 차지하는 공천규칙, 대의원 제도 등은 세 번째 발표할 당 조직 혁신안에서 다룰 것”이라며 “원로들이 준 (혁신) 제시안을 반영해 만들겠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혁신위 내부에선 다선 의원 출마 자제 권고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혁신위 관계자는 “당내 반발 우려 때문에 위원 간 이견을 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혁신위가 공천 룰을 건들겠다 할 때 의원들과 다시 한 번 세게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가상자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의원직 제명을 권고한 데 대해선 “남은 절차가 속히 진행되길 바란다”며 “(국회 본회의 표결 시) 책임 있는 결정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초선의원과 만난 후일담을 전하며 ‘코로나19 때 학력 저하가 심한 학생’에 비유해 반발을 샀던 김 위원장은 이날 “소통을 잘하자는 표현을 한 거고, 유감 표명을 (이미) 했다”고 해명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곱씹어도 충격적인 말”이라며 “대체 혁신위가 산으로 가는 건지 계곡으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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