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방사선 치료, 환자들에 새 기회…연구·임상데이터 축적 필요"
국립암센터·암정복추진기획단 개최
양성자 치료나 중입자 치료와 같은 입자 방사선 치료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입자 방사선 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연구나 임상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김태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은 21일 오후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를 주제로 열린 제78회 암 정복 포럼에서 "(입자 방사선 치료 기술을) 외국에서만 수입해올 수는 없기에 우리도 기술 개발과 임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국립암센터와 암정복추진기획단이 공동 개최했다.
김 센터장 등에 따르면 입자 방사선 치료도 큰 틀에서는 방사선 치료로 묶인다. 방사선 치료는 크게 광자선과 입자선으로 나뉜다. 이 중 광자선에는 엑스레이(X-ray)와 감마선이 있고, 입자선에는 양성자와 중입자가 있다. 이 중 양성자와 중입자를 활용하는 치료법이 입자 방사선 치료다. 입자 방사선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와 비교해 치료 효과가 높으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엑스레이를 이용한 치료에 비해 에너지가 높아 암 치료의 효과가 크면서도 정상 조직에 발생하는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앙성자 치료는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를 가속해 암 치료에 활용하는 치료법이다. 양성자 치료에는 양성자가 가진 물리학적 성질인 '브래그 피크(Bragg Peak)'를 활용하는데, 양성자가 인체를 투과하면서 암 조직에 많은 에너지 흡수가 일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도입한 중입자 치료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시간이 짧으면서도 효과가 커서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활용,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입자 치료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보다 2~3배가량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센터장도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라며 "근거 기반 연구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중입자 치료의 국내 도입은 여타 선진국 대비 늦은 편이다. 미국은 1977년 탄소이온 방사선치료를 시작했고, 일본 역시 1994년부터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 국가다. 연세의료원은 2013년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장비 설치를 마쳤다.
다만 두 치료법 모두 임상 연구와 기술 개발, 충분한 연구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의학계의 제언이다. 양성자 치료는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위한 임상 및 기술개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입자 치료 역시 아직 임상 활용 기간이 짧아 기존 치료 방법과의 차이점을 평가하기엔 축적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빔 조사 정확도와 같은 기술적인 개발이 필요한 상태다.
이날 발표자들도 연구 및 임상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은 "양성자와 중입자 치료에 있어서 연구에 따라 동등성과 우월성의 편차가 있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치료의) 역할이나 적응증을 좀 더 확고하게 정립하기 위한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학수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팀장도 "입자 방사선 치료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개선해 환자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며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입자방사선 치료법을 찾는 동시에 품질검증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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