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정년퇴임을, 어떤 이는 교실에서 죽음을

최윤진 2023. 7.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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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후 교직원 모두는 시청각실에 모여 우리만의 조촐한 퇴임식을 했다.

교직 생활 21년 차인 나도 정년퇴임을 하면 어떤 심경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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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차 교사의 가장 기억에 남을 하루... 남은 교직 생활,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윤진 기자]

 우리만의 조촐한 퇴임식
ⓒ 최윤진
 
서로 다른 이유로 하루에 두 번이나 펑펑 울었던 이날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함께 근무하고 있는 선배 선생님의 정년 퇴임식이 있었다. 평교사인 그는 퇴임식을 극구 사양했지만, 우리 학교 교직원은 십시일반 힘을 합쳐 비밀리에 퇴임식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후 교직원 모두는 시청각실에 모여 우리만의 조촐한 퇴임식을 했다. 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사진으로 선생님의 살아온 나날들을 회상했다. 꽃과 선물을 드리고, 학생과 교사, 가족들의 영상 편지를 보았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남은 인생 이제 나랑 재미나게 살자"는 선생님 남편분의 영상 편지에서 나는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퇴임하는 선생님은 물론이거니와 여기저기서 다른 선생님들도 훌쩍이는 소리를 내고 눈물을 닦아내기 바빴다. 기쁜 마음으로 시작된 퇴임식은 그렇게 눈물바다로 변해 버렸다.

교직 생활 21년 차인 나도 정년퇴임을 하면 어떤 심경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아쉬울까? 후련할까? 아니면 두려울까? 기쁠까? 선생님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보니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일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겠다.

퇴임식 마지막 순서로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마음껏' 지도할 수가 없어졌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거나 횡포를 부리는 학부모에게 '마음껏' 항변할 수도 없어졌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제부터 '마음껏' 사시라고.

이후 서울 S초등학교 선생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눈물을 쏟았다. 꽃다운 나이에, 교사로서의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홀로 속앓이 하며 아주 힘들고 외로웠을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마음껏' 해보지도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던 순간 그가 어떤 심경이었을지 또한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무서웠을까? 슬펐을까? 편안했을까?

퇴임한 선생님의 후배로서, 그리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의 선배로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교직 생활을 해 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 전국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1학년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가슴 아파하며 근조화환을 보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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