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부족해” TSMC 애리조나 공장 가동 결국 1년 늦춰…삼성은

박해리 2023. 7. 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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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4나노 공정 기술의 생산 일정이 2025년으로 미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TSMC 로고가 붙어있는 건물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완공이 인력 부족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 공장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을 예정이던 미국 제조업체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류더인 TSMC 회장은 20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설비 장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N4(4나노에 해당) 공정 제품의 생산 일정은 2025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2021년 4월 공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첨단 장비를 설치하는 단계다. 당초 TSMC는 내년 1기 공정 시설 가동을 시작해 4~5나노(1㎚=10억 분의 1m) 칩을 생산한 뒤 2026년 두 번째 팹(공장)을 완공해 3나노 칩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업계는 미국 현지 공장이 완공되면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이를 활용할 것으로 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이 공장의 장비 반입식에 참석해 “많은 이의 노력으로 이 칩들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찍히게 됐다”며 “앞으로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력 수급문제로 이런 계획이 난항에 부딪혔다. 최근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장이 늘어나면서 전문 인력 확보 경쟁이 벌어진 것이 원인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52개 채용공고를 내 인력을 뽑고 있지만 장비 반입을 위해 당장 필요한 전문 인력은 태부족한 상황이다. 류 회장은 “대만에서 숙련된 기술자를 파견해 단기간 현지 인력을 양성하는 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TSMC는 지난달에도 대만에서 전문 인력을 추가로 파견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지난 14일 공개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삼성전자 공장 모습. 사진 경계현 사장 SNS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건설 차질 없다”


TSMC의 공장 완공 연기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에 대해 21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은 자신의 SNS에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을 올리면서 “팹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말이면 여기서 4나노 양산 제품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 사장은 “첫 번째 공장의 외관 골조가 완성되고, 내장 공사가 시작됐다”며 “미국의 주요 고객은 자신들의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금액 중 역대 최대인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지난해부터 약 500만㎡(150만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 신규 라인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고성능컴퓨터(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류더인 TSMC 회장은 20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설비 장비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숙련된 전문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류 회장이 주주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TSMC는 이날 미국 외 다른 해외 공장 건설 현황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류 회장은 “일본에서는 12·16·22·28 공정 기술을 활용한 특수 팹을 건설하고 있으며 대량 생산은 내년 후반으로 예정돼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자동차 관련 기술에 중점을 둔 독일의 특수 팹 건설에 대해 평가하고 있으며 중국 난징에서는 28나노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팹은 대만보다 규모가 작은 데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높은 비용이 들며 반도체 생태계가 대만보다 미성숙하다”면서도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대하고, 더 많은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제조시설을 확대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기술 리더십과 규모의 경제라는 경쟁우위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로 해외 생산 시설을 늘리더라도 장기 매출총이익률 53% 이상을 달성하고, 주주가치도 극대화할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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