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개혁안, 한국야구에 가져올 흥미로운 변화들
[이준목 기자]
▲ 2023프로야구 올스타전 불꽃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가 끝난 뒤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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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야구를 살리기 위한 개혁안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월 20일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 종합 대책으로 'KBO 리그·팀 코리아 레벨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대표팀에서 전임 감독제가 부활하고 상시 소집과 평가전 등이 이루어진다. 또한 리그에서는 피치 클록(투구제한시간)과 연장 승부치기 제도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새로운 개혁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는 국가대표팀 전력 향상, KBO리그 경기 제도 개선, 유망주·지도자 육성 등이며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한국야구의 중흥과 저변 확대라는 방향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표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그동안 전임제와 겸임제를 오락가락해왔다. 전임감독제 체제에서 선동열-김경문 전 감독이 성적부진과 각종 논란에 시달리면서 불명예 하차하자, 현직 프로 감독이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전 시즌 KBO리그 우승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겸임하는 구조로 회귀했다. 하지만 지난 2023 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한일전 참패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과를 내면서 소속팀과 대표팀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벌어진 여러 가지 부작용이 더 크게 드러났다.
그동안 야구는 비교적 국제대회가 많지 않아 전임 감독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현직이 아닌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비롯하여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 열리고, 내년에는 WBSC 프리미어12가 개최된다. 차기 WBC는 3년 후이고, 올림픽도 5년 뒤인 2028 LA 대회에서는 개최국의 특성상 야구 종목의 부활이 기대된다. 대표팀 운영의 중장기 계획과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전임감독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WBC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이미 2015년부터 전임감독제를 도입했다. 또한 매년 꾸준히 대표팀을 소집하여 세계 여러 나라팀과의 평가전을 진행했다. 한국도 이러한 대표팀 운영 상설화와 평가전 유치를 통하여 코칭스태프의 선수 파악과 경기 감각 유지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다양한 국제경험을 쌓을 수 있을 전망이다. 궁극적으로는 스타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과 국제경기를 통한 '야구붐' 이슈몰이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KBO은 대표팀만이 아니라 유망주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방안도 추진중이다. 내년부터 프로 저연차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교육 리그 참가, 호주 프로야구 리그에 상무 야구단과 KBO 리그 연합팀을 구성해 파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시간 단축'에 초점 맞춘 KBO 개혁안
야구대표팀이 전반적으로 일본 야구의 성공사례를 롤모델로 했다면, KBO리그 개선안은 주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벤치마킹한 것이 두드러진다. 메이저리그에서 먼저 도입한 피치 클록과 연장 승부치기,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은 한국야구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심판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하여 볼·스트라이크 로봇 판정 시스템도 본격적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KBO 개혁안의 핵심은 주로 '경기 시간 단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투수들의 투구 간격 제한 시간인 피치 클록은 미국에서는 이미 경기 단축에 큰 효과를 냈다는 것이 검증됐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지난 7월 11일 "2023시즌 피치 클록 도입 후 경기당 평균 시간이 전년도 대비 26분(2022년 3시간 4분→2023년 2시간 38분)이나 단축됐다"고 발표하며 포스트시즌에도 피치클록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메이저리그 현행 규정은 투수가 주자 없을 땐 15초, 있을 땐 20초 이내 투구를 제한시간으로 두고 있으며 어기면 볼이 선언된다. 타자는 타격 제한시간 종료 8초 전까지 타격 준비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를 당한다. KBO는 올해 하반기부터 리그 1, 2군 전 구장에 피치 클록 운영 장비를 설치하고, 시범 운영을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정식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연장 승부치기는 정규 이닝(9이닝)에 승패가 결정되지 않으면 연장 10회부터 주자를 누상에 두고 공격해 다득점을 유도하여 승부를 가리는 야구판 승부차기다. 승부치기가 도입되면 프로야구에서 가장 맥빠지는 결과인 무승부 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 또한 장기레이스에서 연장전이나 무제한 끝장승부에 따른 과도한 투수력 소모도 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현장과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경기의 역동성을 살리는 측면에만 집착하다가 자칫 야구 본연의 전통적인 매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나친 경기 시간 지연은 물론 어느 정도 규제되어야 하지만, 선수들마다 고유의 루틴이 있고 투구와 타격준비 과정에서의 수싸움도 경기의 일부다. 2익수(2루수+우익수), 3격수(3루수+유격수)처럼 특정 타자의 타구 매커니즘을 분석하여 야수들의 포지션 개념을 파괴하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역시 벤치 지략대결의 일부이자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야구 트렌드에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메이저리그와 WBC에서처럼 투수는 앞으로 마운드에 등판하면 최소 세 타자(1이닝) 이상을 상대하게 되어 앞으로 원포인트 릴리프나 위장선발이라는 개념은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피치클록 규정으로 인하여 앞으로 누상에 주자가 나가 있을 때의 투수는 기존 타자와의 승부, 주자 견제도 모자라 투구 제한시간까지 신경 써야하는 삼중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나, 선두주자가 나갔을 때 피안타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유형의 투수들은 피치클록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타자들은 높은 출루율과 발빠른 주자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를 활용하여 적극적인 발야구가 트렌드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수비하는 측에서는 포수의 도루저지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는 2000년대 후반 이후 높은 인기에 도취되어 변화를 외면하다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리그 운영의 공정성-투명성과 야구 경기의 역동성과 일관성, 장기적인 선수 육성과 인프라 확대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일부에서는 KBO 개혁안에 대하여 엇갈린 반응들도 나오고 있지만, 그 방향성에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바로 프로와 대표팀을 아울러 한국도 이제 세계 야구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우리가 가진 환경에서 리그와 국제 경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는 KBO의 개혁이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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