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만 여행? 흐린 날 남도 한바퀴도 운치 있더라

김재근 2023. 7. 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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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正) 남쪽에는 정남진: 나주·장흥 바다 품은 여행> 을 다녀와서

[김재근 기자]

▲ 정남진 수목원 바위에 그린 그림, 비로 산책로가 물길이 되었다.
ⓒ 김재근
작년엔 남도에 비가 귀했다. 금년엔 비가 헤프다.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다짐이라도 하듯 내리고 또 내리고 쉬이 떠나려 하지 않는다.  

비 내리는 일상은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 좋았다. 아침에 들고 나왔던 우산이 귀찮은 때도 있었다. 가끔은 빗줄기 사이로 햇살도 지나갔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그러나 오래 만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우울한 소식만 건너왔다. 이럴 땐 위로가 필요하다. 번잡하지 않게 그렇다고 초라하지 않게. 이럴 때 '남도한바퀴'만한 것도 없겠다 싶었다.

전남 대표 관광지 돌아보는 '남도한바퀴'
 
▲ 남도한바퀴 전라남도와 금호고속이 협력한 여행 상품이다.
ⓒ 김재근
  
'남도한바퀴(citytour.jeonnam.go.kr)'는 전남 22개 지자체가 추천한 대표 관광지를 돌아보는 버스 여행이다. 2014년 전라남도와 금호고속이 협력해 7개 코스로 시작했다. 금년 4월, 26개 코스로 늘었다. 21개 '여행코스'와 5개의 '전통 5일 시장 코스'다.

요금은 9900원에서 2만 4900원까지 운행 거리에 따라 노선별로 다르다. 식비, 입장료, 숙박비, 여행자보험 등 기타 비용은 개별 부담이다. 모든 일정에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한다.

출발지는 광주버스터미널과 광주송정역이다. 다른 지역 관광객을 위한 배려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센텀시티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3시간 20분이면 도착한다. 수서역에서 SRT를, 용산역에서 KTX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매일 출발하지만 요일별로, 지역 5일장날 따라 코스가 달라진다. 예매는 출발 하루 전까지 전화(062-360-8502) 또는 전남관광지 광역 순환버스 예약 사이트 남도한바퀴(바로가기)를 이용하면 된다. 단 성수기엔 일찍 표가 매진되기도 한다.
 
▲ 차창 차창에 비가 흐른다. 바다가 흐릿하다.
ⓒ 김재근
 
이달초인 지난 7일 금요일, 일반 코스로 3개가 출발했다. <보랏빛 세상: 신안 퍼플섬 여행>, <정(正) 남쪽에는 정남진: 나주·장흥 바다 품은 여행>, <자연 풍경 만끽: 함평·영광 힐링 여행>. 전통 5일 시장 코스는 <해남 땅끝과 유일 난대숲의 만남: 해남·완도 신바람 여행>이었다.

나는 이 중에서 '신안 퍼플섬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일반버스 1만 2900원에 가는 여행, 서울 광주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 50분 출발이었다.

새벽녘 비가 퍼부었다. 빗길 정체가 심했다. 딱 1분 늦었지만 차는 이미 떠났다.

"<나주·장흥 바다 품은 여행>이 10분 후에 출발합니다. 비 때문인지 좌석이 여유가 있어요. 이곳 여행도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2만 4900원 요금으로 우등버스로 이동하니 예약하셨던 여행보다 편안하실 겁니다."
  
나주와 장흥은 다녀온 곳이긴 한데.... 여행도 공부와 닮아서 반복하면 이해가 깊고 넓어진다. 더욱이 이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복습 차원에서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버스에 올랐다. 기사님 뒤로 6명이 널찍하게 자리 잡고 출발했다. 광주송정역에서는 3명이 탑승했다.

비 내리는 바다 가보셨나요 
 
▲ 불회사 나주시 불회사 대웅전
ⓒ 김재근
 
오전 10시, 나주 불회사(佛會寺)에 도착했다. 출발 전 한두 방울 하던 것이 제법 비답게 내린다. 이교숙 해설사가 손님들을 기다렸다. 지금은 모일 회(會)를 써서 불회사이지만, 처음엔 호랑이 호(虎)를 써서 '불호사(佛虎寺)'였다고 했다. 창건한 이는 마라난타이고,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하고 불갑사를 세웠다던 바로 그 승려다.
 
▲ 장흥5일장 2일과 7일 장이 선다. 비 때문인지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다.
ⓒ 김재근
 
점심 시간에 맞추어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 도착했다. 이혜순 해설사가 기다렸다. 마침 장흥 5일 장날(2·7일)이다. 비 때문인지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다. 토요장날에 볼거리가 많다며 여행 택일을 한다면 2일과 7일이 토요일과 겹치는 날이 더 좋다고 한다.
이 동네 대표 음식은 누가 뭐래도 장흥 삼합이다. 쇠고기와 키조개와 표고버섯이 동행하는 곳. 장흥 인구가 3만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한우 사육두수는 5만 정도 되고. 처음엔 수컷 소의 싼 가격이 대중에게 매력적이었다. 지금은 고급 암소 한우를 통한 고품질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해설사는 짧지만 인상 깊게 설명했다. 소머리 국밥을 먹었다. 반찬은 '칠게'만 추가했다.
 
▲ 탐진강 강 건너 장흥읍내가 보인다. 탐진강에서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물축제가 열린다.
ⓒ 김재근
 
어느새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읍내를 흐르는 탐진강 물이 더 맑아지고 불어나 있었다. 아마 이달 말부터 다음 달일 초까지 열리는 물축제가 덕분에 더 풍성해질 것 같았다. 버스는 우리를 싣고 바다로 향했다. 한승원 산책로를 지났다. 수문해수욕장 백사장 너머 바다가 비에 젖고 있었다. 정남진대교를 건넜다.
 
▲ 소등섬 섬 들어가는 길이 만조로 잠겼다.
ⓒ 김재근
 
소등섬에 도착했다. 비가 많으니 바닷물도 넘친다. 만조다. 섬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잠겼다. 특이 일출이 아름다워 장흥이 자랑하는 관광지라는데, 사진 몇 장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정남진전망대로 향했다.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가 길을 잘못 들었다. 되돌아왔다.
 
▲ 정남진 전망대 장흥을 이루는 10개 읍면에 맞추어 10층이다.
ⓒ 김재근
 
전망대 입장료는 2000원, 남도한바퀴 이용자는 그 절반만 받는단다. 65세 이상은 무료라고 한다.

"서울 경복궁 광화문에서 남쪽이라 하여 정남진입니다. 황포 돛대와 둥근 태양을 상징하는 형태의 건물로 10층입니다. 장흥이 10개 읍면으로 이루어져서 있어서 그래요. 9층 10층은 전망대, 8층은 북카페, 7층은 문학영화관, 층별로 전시가 다르답니다. 올라가실 때는 엘리베이터로 내려가실 때는 계단을 이용하십시오."

해설사의 설명이다. 맑은 날은 소록도와 고금도가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히 보인다지만, 내 눈 앞 유리에는 흐르는 빗물만이 가득하다. 맑은 날 또 와야 하나... .
 
▲ 정남진 수목원 입구 카페, 글램핑 시설이 잘 되어 있다.
ⓒ 김재근
 
결국 마지막 행선지. '정남진 수목원'이다. 천관산 남쪽 기슭 선학마을 가는 길목에 있다. 개인 소유로 입장료는 없다. 글램핑(몸만 가서 즐길 수 있는 캠핑) 운영이 주요 사업이라 했다. 그런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수목원 산책길이 물로 덮였다. 발목까지 잠긴다. 귀가를 서둘렀다.

장흥을 벗어나면서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광주에 도착하니 하늘이 쨍하다. 꿈길 같은 여행길이었다. 축축하게 답답했던 그 날, 나 자신에게 주는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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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저널'에 실린다. 네이버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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