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의 사라진 개혁정책
[김삼웅 기자]
▲ 1884년 갑신정변의 주역들 왼쪽부터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 김옥균. 이들은 친일 의존적인 급진적 개화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이동인의 사상적 제자였다. |
ⓒ 이병길 |
개화파가 선포한 신정부의 〈14개 정강〉은 김옥균이 일본에 망명하여 쓴 <갑신일록>에 수록된 내용이다. 그는 <갑신일록>을 저술하면서 14개 정강을 '약록(略錄)'한다고 썼다. 이를 미루어보아 주요한 내용만 요약한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갑신정변 당시 <한성순보> 발간의 기술적 지원차 서울에 와있던 일본인 이노우에는 개화파 신정부의 '개혁강령'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
① 재래의 관제를 일변하여 내각 및 8성(省)을 둘 것.
② 과거 급제의 방법을 폐지할 것.
③ 내관(內官)을 폐지하고 내궁(內宮)도 또한 재능에 따라 등용하는 길을 열어줄 것.
④ 국왕전하를 고쳐 폐하로 칭하고 전(傳)을 고치어 칙(勅)이라고 칭할 것.
⑤ 지나(支那)에 대한 세빙(歲聘)의 예를 폐지할 것. 전권대사를 지나에 파견하여 우리나라가 독립이라는 것을 신명(申明)하고 대원군의 방치(放置)를 청구할 것
⑥ 본래 관리로서 탐오한 행위를 한 자는 각각 극형할 것.
⑦ 내외공채를 모집하여 운수, 교육, 군비의 충실을 가할 것. (주석 25)
그러니까 14개 정강 외에 국정의 혁신을 위해 더 다양한 방책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청국의 개입으로 사태가 역전되고, 다시 권력을 장악한 수구파는 '3일천하'에서 내걸었던 각종 자료를 철저히 소각·폐기함으로써 문건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개화당 정부의 정강정책은 모두 14개조가 전해지고 있다. 그 중요한 내용은 청나라에 대한 종속관계의 청산, 문벌 폐지와 인민평등권의 제정, 능력에 따른 인재등용, 지조법(地租法) 개혁, 탐관오리 처벌, 백성들이 빚진 환상미(還上米)의 영원한 탕감, 모든 재정의 호조(戶曹) 관할, 경찰제도의 실시, 혜상공국(惠商工局)의 혁파 등이었다.
임오군변 후 강화된 청나라와의 종속관계를 끊고 국가적 독립을 지향한 점, 국민주권주의 국가 수립을 위한 방안이 적극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으나 양반 지배체제를 청산하려 했다는 점, 갑오농민전쟁에서 요구된 토지분작(土地分作)에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지조법 개혁이 제시되었다는 점, 왕실경비와 정부재정을 구분하고 호조가 국가재정을 전관하게 했다는 점, 특권상인의 존재를 부인한 점 등에서 개화파의 국정개혁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주석 26)
개화파는 정변에서 실패하고 결국 근대적 국정개혁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후 조선 민중의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였다. 서재필이 분석한 갑신정변의 실패 이유다.
갑신정변도, 다른 나라의 혁명과는 달라서 피압박 민중의 분기로 된 것이 아니고, 그 당시 특수 계급의 몇몇 청년의 손으로 된 것이었다. 다만 아래의 두 경우가 유사할 뿐이다. 즉, 1215년 영국의 귀족들이 존(John) 왕을 강박하여 러니미카드야(野)에서 그 유명한 대헌장(마그나 카르타)에 서명케 한 것과, 1876년 사쯔마·조슈·도사의 다이묘(大名)들이 최후 쇼군(將軍)의 왕후적(王侯的) 권력을 빼앗아 판적봉환(版籍奉還)을 하게 된 것이다.
갑신년 조선의 개혁운동자들은 의심할 것도 없이 이상 두 전례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인 귀족과 조선 민족 간의 차이는 다만 전이자(前二者)는 성공한 것이고, 후자는 실패한 것뿐이다. 그런데 조선 귀족 실태의 근본적 원인은 둘이니, 하나는 일반 민중의 성원이 빈약한 것이고, 또 하나는 너무도 타(他)에 의뢰하려 하였던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중의 조직이 있고 훈련 있는 후원이 없이 다만 기개인의 선각자만으로 성취된 개혁은 없는 것이다.(…) 이는 마치 유대인이 그리스도를 알지 못한 것과 같다. (주석 27)
주석
25> 김영숙, <개화파의 정강에 대하여>, 앞의 책, <김옥균>, 245쪽.
26> 강만길, 앞의 책, 188쪽.
27> 앞의 책, 188쪽.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혁명가인가 풍운아인가, 김옥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어느 경제학자의 끔찍한 예언... 국민의 전반적 상태 걱정된다
-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 KBS를 망가뜨리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 국조실 "112 처리 중대 과오 발견"... 대검, 수사본부 구성
- 배우의 일터는 '처음'의 연속입니다
- 한 통도 못 건진 수박, 소 22마리 폐사... 부여는 이렇습니다
-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헌법재판소 전원 재판부 회부
- 기시다, 8월말 오염수 방류하나... 후쿠시마 어민들 "반대"
- 정의당 "MB정권 4대강 파괴 시절로 퇴행"
- 보은군수 모친, '월세 5~10만원' 저소득층 임대주택 입주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