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93㎞ 中고속철 부실 파장…"기초말뚝 길이, 설계의 절반"
중국에서 건설 중인 고속철 선로 구간에 부실 공사 의혹이 20일 제기됐다. 이례적으로 중국 언론이 공사 실무자의 실명 제보를 토대로 보도했다. 당국은 즉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青島)에서 웨이하이(威海)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193km의 산둥-라이룽(萊榮)고속철 공사 구간이다. 총 297억 위안(약 5조3000억원)이 투입돼 시속 350km의 고속철이 운행된다.
하청업체인 산제(三捷)공사 대표 샤오웨이궈(肖衛國)는 중국 경제참고보에 자사 공사 구간에서 노반 기초 말뚝이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고속철 공사는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궤도 하부 구조인 노반에 구멍을 뚫어 콘크리트를 메우는데 이를 '기초 말뚝'이라고 한다.
샤오 대표에 따르면 당초 설계상 말뚝의 길이는 14.5~15.5m다. 하지만 대부분 10~13m 사이의 말뚝이 시공됐다. 그는 “말뚝의 90% 이상이 설계 길이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일부 구간에서는 50% 수준인 곳도 있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 설계 도면과 작업 일지, 노반 구간 실제 콘크리트 사용량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제보자가 지적한 문제가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장 시공에 참여한 작업자들은 매체에 “시공 길이가 짧아 콘크리트의 상당 부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시공책임사인 ‘중국 건설 8국’이 많은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노반은 열차의 정상 운행 및 안전에 직결된다. 한 전문가는 익명으로 “말뚝 기초의 길이는 설계상 매우 중요한 변수로 설계 사항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지력이 표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후속 시공 과정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제 공사의 현장 책임자인 주치(朱琦)는 이런 문제를 상부에 보고했으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할 수 없으면 나가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말뚝이 설계 깊이에 다다르기 전 딱딱한 지반에 부딪혀 더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며 “프로젝트 설계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으면 품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보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노반 말뚝이 정상 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2020년 시작된 공사는 올해 10월 완공을 앞둔 상태다. 이미 대부분의 공사가 완료돼 지난 2일엔 차량 시운전까지 진행됐다.
고속철 부실 공사 의혹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중국철로국이 하루 만에 조사에 착수했다. 산둥성 교통운송국은 21일 “언론이 보도한 문제를 고도로 중시하며 조사팀을 구성했다”며 “관련 결과를 조속히 발표할 것”이라며 성명을 냈다. 국유기업인 중국 건설 8국도 해당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SNS)에선 “의도적 살인이다. 국민 생명을 무시한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이미 건설돼 운영 중인 철도에 이런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비난을 쏟아냈고 문제를 실명으로 제기한 업체에 대해 ”양심 있는 기업“,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은 2021년 말 기준 고속철 총연장이 4만㎞를 넘어 전 세계 고속철 총 길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025년까지 고속철 총연장을 5만㎞로 늘려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의 주민 95%가 고속철 수혜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무분별한 고속철 건설 탓에 재정난도 가중되고 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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