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교권 침해 부추겼다"…조희연 조문에 서이초 시끌
서울 서이초 교사가 사망하기 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육 당국이 자체 조사에 나선다. 교육부는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는 등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아동학대죄 면책 조항 등을 담은 법 개정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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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교육청 서이초 자체 조사…노조 “악성 민원 다수”
서울교사노조는 이날 서이초 전·현직 교원들의 제보를 공개하며 “고인이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숨진 교사와 함께 근무했던 A교사는 “고인이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B교사는 “학생끼리 다툼을 놓고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폰으로 수십 통의 전화를 해서 고인이 ‘번호를 바꿔야겠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서이초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던 C교사는 “학교폭력 민원을 넣는 학부모 대부분이 법조인이었으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등의 말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13년차 학생인권조례 손보는 경기…“교권 침해 부추겼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10월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된 뒤 2012년 서울과 광주, 2013년 전북, 2020년 충남·제주 등 6곳에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지역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지만 체벌 금지와 두발·복장 규제 금지 등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교사들의 학생 지도가 힘들어졌고 교권 침해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해왔다.
개정에 가장 먼저 두 팔 걷어 붙인 건 인권조례를 처음 제정했던 경기도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조례 일부를 수정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학생과 보호자의 책무를 규정한 4조에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학습권에 대한 내용을 담은 8조에는 상·벌점제 금지조항을 보완해 학생 포상, 조언, 상담, 주의, 훈육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한다. 임 교육감은 “개정 취지를 반영해 조례 명칭도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변경하고, 연내에 개정을 마치겠다”고 했다.
與 “민주당, 교권보호 법안 개정 나서라”
현재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개정안은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8건이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신체적 아동 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아동학대 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지자체·수사기관 조사 전 담당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등 교원 보호 장치를 두도록 했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에는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교원 지위 향상법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를 학생생활기록부에 남기고, 교육지원청에 지자체 단위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야당 의원들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지만, 교권 침해의 생활기록부 기재 등 교원지위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아주 사소한 교권 침해 행위까지 기재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적 차원에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히 그 학생에 대해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관할 교육청 또는 학교장이 교원 피해를 인지했을 때 해당 학생·학부모와 교사를 즉시 분리하는 내용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틀 째 이어지는 추모 물결…“교사를 지켜라”
조용하던 학교는 조희연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조문으로 잠시 소란해지기도 했다. 관계자와 10여분 간의 비공개 면담 후 학교를 나선 조 교육감에게 “교사를 지켜라”며 항의하는 추모객도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조 교육감의 발언을 들은 한 초등 교사는 “조 교육감이 ‘교사들이 일과 외 다른 일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교사의 주요 일과는 수업과 학생 지도다. 학교폭력 업무 등은 방과 후에 따로 모이는 식으로 가욋일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법을 고치겠다고 하는데, 진정성 없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교육청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한 분향소에도 추모객이 끊이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 직후 강남서초교육청을 찾아 헌화한 후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방명록을 남겼다.
최민지·정상원 인턴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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