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1970년대 경제개발시대의 추억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23년 여름 한국영화 빅4가 공개됐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첫 영화로 개봉을 확정했으며 뒤이어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 김용화 감독의 '더문' 그리고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관객들을 만난다.
한국영화의 침체기에 영화 '밀수'가 올여름 성수기 흥행을 촉발시킬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화는 1970대 경제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던 서해안에 있는 군천이라는 가상의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밀수조직과 부패한 세관 직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년 여름 한국영화 빅4가 공개됐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첫 영화로 개봉을 확정했으며 뒤이어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 김용화 감독의 ‘더문’ 그리고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관객들을 만난다. 이들 영화의 제작비도 만만치 않다. 영화 ‘밀수’는 175억원을 투입했고 나머지 영화들도 200억원이 넘어 4편 영화 총제작비는 1,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영화의 침체기에 영화 ‘밀수’가 올여름 성수기 흥행을 촉발시킬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서해안의 작은 바닷마을 군천에서 물질로 먹고 사는 해녀들은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생계의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인근의 화학 공장에서 내보낸 오염수 때문에 밥줄이었던 해산물이 제값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브로커(김원해 분)가 밀수를 해보자고 제안을 하고,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염정아 분)과 선장인 그의 아버지(최종원)는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인다. 진숙을 비롯해 조춘자(김혜수 분)와 해녀들은 밀수로 윤택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춘자는 금괴를 운반하는 일을 맡게 된다.
경제개발 연대의 추억을 소환한다. 1970년대 한국은 산업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전자제품을 비롯해 녹용, 금괴, 심지어 치약, 담배, 양주 등 일반 소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밀수가 성행했다. 주로 부산, 여수, 목포, 인천 등 주요 항만에서 밀수가 이루어졌고 폭력조직이 중심이 되어 밀수가 진행됐다. 더군다나 부패한 세관 직원과 결탁한 기업형 밀수 조직도 암약하고 있었다. 영화는 1970대 경제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던 서해안에 있는 군천이라는 가상의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밀수조직과 부패한 세관 직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서사가 돋보인다. 50세를 훌쩍 넘긴 중년의 여배우가 주인공을 맡기란 쉽지 않다. 영화 대부분의 서사가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밀수’는 김혜수와 염정아 두 여배우를 전면에 배치해 여자들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다. 류승완 감독은 이전 작품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도 전도연과 이혜영을 기용해 여성 서사를 멋들어지게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전작이 다소 무겁고 거칠게 다뤄져 거리감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친숙한 캐릭터로 가볍고 경쾌하게 연출했다. 중년배우 김혜수의 과잉연기가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여성 서사가 부재한 국내 영화 환경 속에서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자체만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무더운 여름을 겨냥한 시원한 수중신도 압권이다. 류승완 감독의 이번 작품은 그저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수중액션 때문이다. 해녀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바닷속을 배경으로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혀줄 영상들로 가득하다. 특히 물속에서 해녀들이 펼치는 유연한 액션은 어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면으로 이 영화의 백미다. 또한 1초라고 빨리 숨을 쉴 수 있도록 수면으로 올라오는 해녀를 힘껏 잡아주는 해녀들간의 동료애도 가슴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 경제개발시대에는 격심한 가난과 사회적 갈등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우리는 중국의 추격과 국내 정치적, 사회적 혼란으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영화 ‘밀수’는 폐수오염과 밀수 등 산업화 과정의 부작용과 개발연대의 추억을 리콜해 이번 도전 또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말해 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현대차, 한화에 ‘태양광’ 협력 제의했으나 무산
- "고교생 제자와 11차례 성관계, 합의된 관계로 봐 실형 피했다" [디케의 눈물 101]
- 한동훈, 대권 수업 진도 드러내다
- 10대女 꾀어내 성관계 즐긴 30대 경찰관…'부모가 신고'
- 교사 두달간 폭행한 초등생…학부모 "선생 싫어서 그랬겠지"
- "이재명, 25일 위증교사도 징역형 선고 가능성" [법조계에 물어보니 555]
- '중폭' 개각할까…윤 대통령과 한 총리는 논의 중
- "명태균 영향력, 실제 있었나 아니면 과도하게 부풀려졌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554]
- 서양의 풍자·동양의 서정… '아노라'와 '연소일기'가 그린 현대 사회의 균열 [D:영화 뷰]
- 장유빈 제네시스 대상 “세계적인 선수로 다시 인사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