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격 조건"…강순남에 받아친 국방부 "핵도발은 정권 종말"
북한의 연이은 핵도발의 대응 차원으로 기항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놓고 남북의 군 당국이 직접 나서 대치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이 전날 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강순남 국방상 명의의 담화를 내자, 국방부는 즉각 강순남의 담화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격의 입장문으로 맞섰다.
국방부는 21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한ㆍ미동맹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동맹의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지속된 도발 때마다 입장을 내 왔지만, 통상 브리핑의 질의응답이나 문자 공지 등으로 입장을 내며 ‘수위’를 조절해왔다.
그러나 이날 국방부의 대응 방식은 평소와 달랐다. 이날 국방부의 입장문은 ‘북한 국방상 담화문에 대한 국방부 입장’이란 제목으로 북한의 특정 메시지를 겨냥한 형식을 갖췄다. 국방부가 이런 형식으로 북한에 대응한 건 지난해 9월 북한이 ‘핵무력 정책법’이라는 명목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5가지 조건을 공개한 이후 10개월여만에 처음이다.
당시 북한이 밝힌 핵사용의 조건은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 공격 감행 또는 임박 ▶국가지도부에 대한 공격 감행 또는 임박 ▶주요 전략 자산에 대한 군사적 공격 또는 임박 상황 ▶작전산 불가피한 경우 ▶위기 사태로 핵무기 대응 불가피할 경우 등 5가지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북한이 일방적 핵무기 사용 조건을 발표하자 “만약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한ㆍ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북한 정권은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국방부가 이날 10개월여만에 재차 공식 입장문을 낸 배경은 강순남이 법제화한 핵무기 사용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실제 핵도발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강순남은 전날 담화에서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는 국가핵무력정책 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며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을 특정하며 북한 법이 정한 핵공격의 조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만든 법령에 근거해 켄터키함에 대한 실제 핵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협박의 메시지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북한이 법을 운운하며 핵사용 조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실질적 핵 위협이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강경한 공식 대응이 결정된 것”이라며 “군에서 이러한 형식의 공식 대응은 1년에 1~2번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군이 이번 사안을 얼마나 중대하게 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강순남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내 언론의 질의에 대해 “한ㆍ미동맹이 워싱턴선언과 NCG를 통해 한 조치들은 북한의 위험하며 긴장을 고조하는 행동에 대한 신중한 대응”이라며 “역내 평화와 안정의 촉진이라는 한ㆍ미동맹의 목표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의 불법적 핵도발에 대해 보다 강력한 확장억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 내포된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와 함께 정찰기를 한반도 인근에 전개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날 항공기 추적 사이트 레이더박스 등에 따르면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가데나 기지를 떠나 동해 상공에 전개됐다. 코브라볼은 주로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하거나 궤적을 추적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기다. 전날인 20일에도 또 다른 미군 정찰기 RC-135V ‘리벳조인트’가 군사분계선(MDL)에 인접한 경기ㆍ강원 지역 북부 상공을 비행한 것이 탐지되기도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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