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에도 '중국식' 고집하는 시진핑, 숨은 의도는?
베이징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8일 중국의 환경 보호 정책에도 '중국 특색'이 필요하며, "타인에게 좌우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의 방중 기간에 나온 발언이라 중국 지도부의 숨은 의도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케리 특사 방중 기간 따로 접견하지 않았던 시진핑 주석은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생태환경보호대회 연설에서 중국은 환경 보호에서도 '중국 특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의 탄소 절감 목표 달성에 중국도 협조할 것이지만 "이 목표에 도달하는 길과 방식, 속도와 강도는 반드시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타인에게 좌우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왕쥔타오(王軍濤)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는 지난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환경 정책에서도 '중국 특색'을 강조하는 것은 탄소 감축 속도 조절을 위한 구실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왕 박사는 시 주석이 임기 초부터 밀어붙인 강력한 환경 규제로 2018년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던 것을 예로 들며, 향후 중국이 환경 정책 시행의 속도와 수위 등에서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중국은 2030년 자국의 탄소 배출량을 정점(탄소 피크)에 도달하게 하고, 2060년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쌍탄(雙碳)' 목표를 제시했다.
샤밍(夏明) 미국 뉴욕시립대 정치학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의 기후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를 중국이 환경 이슈를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환경 의제를 기술 및 정치 현안과 엮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낼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우란(吳嵐) 중국환경포럼 주임은 "시진핑 주석이 '중국식' 환경 보호를 내세우며, 타인의 간섭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 케리 특사의 방중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 주임은 "베이징에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데, 시진핑의 이런 발언은 사람을 오싹하게 한다"며 "이번 성명은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언제 어떻게 대응할지를 중국이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 전역은 극한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베이징은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고온 날씨가 28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일부 지역은 기온이 52.2도까지 오르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극한 기후는 중국의 문화재도 위협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17일 중국 북서부의 기록적인 호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간쑤성 둔황 막고굴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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