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월북, 북한 입장에선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지난 3월 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국군이 근무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18일 미군 한 명이 월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에 따르면, 폭행 혐의로 미국 소환을 앞둔 미군이 판문점 통해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군의 월북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의견 들어보고자 지난 20일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정 교수에게 미군의 월북 문제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순방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쨌든, 북미 간에 접촉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다"
- 지난 18일 미군이 판문점 통해 월북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고 계세요?
"예상치 못한 우발적인 사건이죠. 이후에 미군의 신병 인도 안전 문제 때문에 현재 미군이 북한 카운터파트하고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게 별개의 사안으로 끝날지, 아니면 이번 건을 계기로 해서 북미 대화나 접촉이 확대될지 지금은 전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어쨌든 북미 간 접촉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 이번에 월북한 미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나중에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알려진 보도대로라면 정상적인 상황에서 합리적인 이유로 월북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인 거죠."
- 판문점에서 쉽게 월북이 가능한가요?
"가능하죠. 지금도 일주일에 4번씩 40명 단위로 판문점 투어가 진행되는 상황이거든요. 그 일행이 섞여서 들어가서 있다가 넘어갔다고 하는 거잖아요. 판문점 가면 담장이 있는 건 아니에요. 마음먹고 넘어가면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이죠. 그리고 아마 북한 측에서도 즉각 무장 대응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 같습니다."
- 지금 북한의 반응이 아예 안 나왔잖아요. 왜 반응이 없을까요?
"북한도 반응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겠죠. 아직 내부에서 이 사람이 왜 넘어왔는지, 그리고 미국 측과 어떻게 처리할 건지 판단을 안 한 상황이겠죠."
-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어떨까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죠. 북한도 지금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 건데요. 7, 8월에 긴장을 최고도로 올리면서 위기 국면 조성하고 그다음 대화 국면, 출구를 찾아야 하는 게 북한의 단기적인 전술이자 대책일 텐데 미군이라는 돌발 변수를 떠안게 된 거잖아요. 그래서 이게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소재가 되는 한편, 이 사람의 신병 인도 문제 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에 대한 부담 자체는 계속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를 마냥 안 할 수도 없습니다.
또 대화를 해도 그게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나 정치 군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미군의 신병 인도라고 하는 문제로 진행되면, 접촉을 하더라도 초기에 성과를 달성할 수가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아마 고심이 될 겁니다."
- 북한 입장에서 뭐가 가장 좋은 거고 뭐가 가장 안 좋은 걸까요?
▲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
ⓒ 정대진 제공 |
-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6박 8일 일정으로 나토 순방을 다녀왔잖아요. 이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나토가 확대되고 여기에 중국, 러시아가 대항하면 신냉전 프레임 국제질서가 격화되기 때문에 이런 구조에 우리가 발을 담갔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긴 한데요. 지금 신냉전 프레임으로 국제 질서가 돌아가는 건 불가피한 일이죠. 우방국,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더 튼튼히 하면서 신냉전 프레임 기간을 통과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구조와 현실에서는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진보 진영 대통령이라도 순방에 안 갔을까'란 생각은 한번 해 봅니다."
- 우리는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 않나요?
"이건 나토 플러스잖아요. 지금 자유주의 그룹하고 권위주의 그룹하고 맞붙는 상황에서 우리는 명백히 자유주의 그룹에 속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나라들이 다자 간 안보 회의 하는데 안 가거나 못 갈 이유는 없는 거죠."
"젤렌스키 만난 윤 대통령,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 나토 순방의 성과는 뭘까요?
"성과는 자유주의 우방국 그룹들과의 지지와 연대를 확인했다는 것이죠. 신냉전 프레임 속에서 정치·군사적인 면에서는 우리 정체성을 명확히하고 우리 우방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과 연대를 확인했다고 하는 게 성과라면 성과겠죠."
- 나토 순방 중 김건희 여사의 명품 편집샵 방문이 논란이잖아요. 대통령실에서는 호객행위 때문에 들어갔다는 건데, 이건 어떻게 보셨어요?
"일단 그렇게 명품 쇼핑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딱 맞는 일은 아니겠죠. 그리고 문화 포럼이나 문화 외교를 하러 간 건 아니고, 군사 안보적인 것이 주요 방문 주제였는데 행보가 적절치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호객행위 때문에 퍼스트레이디가 편집샵에 들렀다고 하는데 그럼 그 호객꾼이 접근하게 뒀던 의전 관계자, 경호 책임자들은 다 문책받아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 행동이 뒤따르면 맞는 얘기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해명일 뿐인 거죠."
- 나토 순방 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잖아요. 예상하셨어요?
"이건 옵션에 놓고 51대 49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아마 가는 쪽으로 검토를 계속했으리라고 생각 합니다. 거기까지 가는데 당연히 검토했어야 될 옵션 중의 하나이기는 하죠."
- 가는 게 나았을까요?
"우크라이나 전장을 직접 가는 건 나토의 우방국들에 대한 우리 의지를 보여준 건데 그와는 별개로 정상회담을 나토에서 젤렌스키와 하고 일정을 단축해서 들어왔어도 큰 무리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가는 쪽으로 판단을 한 거고 결단 내린 것 자체는 나토 회원국 우방국들에 긍정적인 시그널 줬을 건데요.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그 시그널이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이죠. 지금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 서방 국가들이 피로감을 보이고 있잖아요.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긴 전쟁에 또 우방 없는 거거든요. 나토 회원국들이나 서방 국가들이 조금 발을 빼는 상황에서, 우리가 뒤늦게 우크라이나 가고 연대를 보내고 있죠. '한국이 역할을 해달라'거나 '공백 메워달라'라는 식의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 그것 또한 우리 부담이 되는 거죠."
-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잖아요. 러시아와 우리가 싸우겠다는 것처럼 읽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외교 세계에선 되게 미묘한데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얘기한 거지 러시아를 하고 싸우겠다는 얘기는 한 건 아니죠. 해석은 그렇게 될지 몰라도 명시적으로 러시아와 싸우겠다고 얘기를 한 건 아니에요."
- 18일 한미 핵 협의그룹 첫 회의가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보셨어요?
"빙산의 일각만 보여주는 거니까요. 핵 협의 그룹이 전에 없던 거라서 설계 도면을 그리고 있는 단계 정도 아닐까 싶은데요."
-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18일 부산항에 들어왔는데.
"워싱턴 선언의 합의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걸 통해 북한이 긴장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다고 북한이 이걸 넘어서 중국, 러시아와 또 핵 합동 훈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북한에 많은 긴장을 주는 일이긴 하죠. 그런데 단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이런 흐름을 계속 가져가는 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겠죠."
- 북한이 19일 새벽 미사일을 발사했잖아요.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온 것과 연관 있을까요?
"당연히 연관이 있죠. 순안에서 쏴서 550km 정도를 날아가는 걸로 단거리 미사일 발사했는데 각도를 남해 쪽으로 옮기면 떨어지는 지점이 부산이거든요. 부산항 들어와 있는 걸 마음 먹으면 타격할 수 있다는 항의 메시지를 보내는 걸로 봐야죠."
- 지난주에 북한이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불렀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두 개의 코리아라고 하는, 국가 제일주의로 가는 게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에요. 북한은 통일에 대해서 90년대 이후부터 남한에 흡수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방어적일 수밖에 없어요. 2개 나라 체제로 공존해 가는 게 전술적으로 봤을 때 체제 생존에는 유리하죠. 그래서 이걸 극대화시켜서 지금 같은 남북 대결 국면에서는 투 코리아를 얘기하면서 가는 거고, 또 호기가 오면 민족 이야기도 하면서 가는 거죠. 3대 세습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은 혁명 통일론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으니까, 통일과 민족의 이름을 앞세워 남북 협력을 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 않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지명했어요. 그러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그럴 거면 통일부 폐지하고 정권교체 후 다시 만들자'고 말했는데요.
"답답해서 하는 소리고 그럴 수는 없죠. 정권이 바뀌어서 통일부를 다시 만드는 건 쉬운 일인가요? 헌법의 정신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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