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국뽕’에 담긴 섬뜩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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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이런 뉴스를 봤다.
동네에 '마약 김밥'이라는 이름의 김밥집이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이 사장님께 편지를 보내 가게 이름을 바꿨다는 내용.
아이들이 편지에 쓴 것처럼 이런 표현들은 마약에 대한 심리적 경계를 완화시킨다.
이런 와중에 길거리에서 '마약김밥' 간판을 내리고, 방송과 유튜브에서 '국뽕'이라는 표현을 지우고, '약 빤 연기, 약 빤 플레이' 같은 말을 삼간다고 진짜 마약이 사라질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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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친근하게 하는 일 그만해야
며칠 전에 이런 뉴스를 봤다. 동네에 ‘마약 김밥’이라는 이름의 김밥집이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이 사장님께 편지를 보내 가게 이름을 바꿨다는 내용.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이끈 선생님도 계셨다. 학교에서 마약 예방 수업을 실시하고, 학교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마약 XX’ 식의 가게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새로운 상호를 직접 추천까지 하면서 손편지를 써서 건넸고, 가게 사장님도 아이들의 진심에 화답한 것이었다.
단순한 미담으로 미소 짓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아찔하고 부끄러워졌다. 방송을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 ‘마약’과 관련한 표현을 별 생각 없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방송이나 유튜브, 가게 간판, 홍보문구 등등 곳곳에서 이런 표현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뽕이 절로 차오르는 결승전 하이라이트!’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마약 떡볶이!’
‘약 빤 연기에 흥행 대박 조짐!’
아이들이 편지에 쓴 것처럼 이런 표현들은 마약에 대한 심리적 경계를 완화시킨다. 최근 젊은 마약상들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익숙한 것에 대해 친근함과 안전함을 느끼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한 마케팅인데 마약상들이 마약을 퍼뜨리기 위해 택한 마케팅을 우리 스스로 동참하는 꼴이다.
그동안 나는 심의에 대해 극단적으로 진보적 입장이었다. 비속어나 욕설이 한두 번 들어있다고 노래에 금지곡 딱지를 붙이는 일에도 반대했고,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해서도 너그러웠다. 그러나 오늘부터 마약을 친근하게 만드는 표현에 대해서는 스스로 엄격해지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최악 표현은 ‘국뽕’이다. 이 표현은 마약과 관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잔재가 묻어있으며 가슴 아픈 역사까지 건드린다. 일제강점기에 태평양 전쟁을 치렀던 일본은 군인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까지 최대한 전쟁에 동원시킬 방법을 강구했다. 피로와 졸음을 가시게 만드는 각성 효과가 있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은 병사들을 살인 기계로 만들고 국민들을 전쟁광으로 만드는 데 특효약으로 여겨졌다. 몸과 정신을 망가뜨리는 부작용과 치명적인 중독성은 나중 문제였다. 일단 국민을 전쟁에 갈아 넣는 일이 우선이었다. 제약사들은 대놓고 필로폰을 광고했고 그 상품명이 바로 ‘히로뽕’이었다. 지금도 당시 신문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은 이미 옛말이 됐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서운 속도로 마약이 번지고 있다. 학생들이 마약에 중독되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마약상으로 나섰다가 검거되는 뉴스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런 와중에 길거리에서 ‘마약김밥’ 간판을 내리고, 방송과 유튜브에서 ‘국뽕’이라는 표현을 지우고, ‘약 빤 연기, 약 빤 플레이’ 같은 말을 삼간다고 진짜 마약이 사라질 리는 없다. 그래도 최소한 우리가 나서서 마약을 친근하게 만들어서는 일만큼은 그만해야 한다. 초등학생들이 첫걸음을 뗐으니 어른들이 뒤따를 차례다.
아, 칭찬은 대놓고 해야지. 이렇게 기특한 일을 한 아이들은 전주 풍남초등학교 보건교사 김도신 선생님의 제자들이라고 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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