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성공단 재단 해산 검토…통일부 인력 20% 감축 추진

정영교 2023. 7.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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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 통일부 현판을 관계자가 닦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통일부가 산하기관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해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1일 파악됐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전담팀(TF)을 설치해 국고 보조금을 받는 기관 및 단체에 대한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며 "통일부에선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개성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개성재단의 경우에는 올해까지만 존치하고 해산하는 방안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기조는 최근 수해복구에 투입할 예산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구체화 됐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런 기조는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권·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겠다'는 언급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은 "개성재단이 최근 조직 및 인력을 30% 감축하는 방안을 제출했으나 이를 반려하면서 50% 이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지시에 따라 최근 재단 임원진들이 직원들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설명회까지 개최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재단 직원들도 자구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직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노조 임시총회를 열었다"며 "재단의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 임원진에게 전달하는 한편 공단이 폐쇄된 상황에서 쇄신을 위한 노력 없이 사실상 재단을 방치한 일부 임원진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개성재단 해체 방침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재단이 개성공단이 폐쇄됐음에도 그간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1인 기구로 운영했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국의 사례처럼 조직을 슬림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예산과 민간자본이 최소 1조원 이상 투입된 사업인 만큼 핵심 기능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레거시(유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존치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개성재단의 경우 피해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 및 관리를 비롯해 1000억원에 달하는 공단 내 재단 보유자산에 대한 대북소송 등 실질적인 업무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근거법까지 마련해 재단을 설립한 이유가 있었던 만큼 발전적 쇄신 방안을 강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2020년 6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폭파 장면. [연합뉴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북한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경우에는 건물에 대한 등기가 이뤄져 있지 않아 정부에 자산을 넘길 수 있었지만, 재단이 소유한 개성공단 내 자산의 경우 정부로 재산을 이관하는 것과 관련해 법률 검토가 필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복수의 정부 소식통들도 정부가 개성재단의 해산을 검토하면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차관이 동시에 교체된 통일부 본부에 대한 쇄신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문승현 신임 통일부 차관은 최근 조직 내 일부 부서에 대한 개편을 지시했다. 이 관계자는 "첫 타깃은 통일부 내에서 남북협력사업과 개성공업지구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던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이라며 "우선 남북 교류 협력과 대화 업무를 주요 업무로 다루던 부서의 슬림화 작업이 본격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600여명에 달하는 통일부 정원이 20%가량 감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조직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리더십이 모두 외부에서 수혈되고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이 언급되면서 부처 내의 실제 위기감은 과거 이명박 정부 때 통일부 폐지론을 구체화했을 때를 훨씬 넘어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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