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카르텔’ 변죽만 울리는 3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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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고 한 3대 개혁을 강조할 때마다 등장하는 '카르텔'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이 분명하다.
이런식으로 카르텔 프레임만 내세우다간 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3대 개혁은 변죽만 울리다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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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통·신뢰 기반된 개혁 필요
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고 한 3대 개혁을 강조할 때마다 등장하는 ‘카르텔’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이 분명하다. 일단 카르텔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위력은 대단하다. 선악구도, 징벌적 접근으로 국민 관심을 단번에 끌어모을 힘을 가졌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때때로 카르텔 단어의 위력에 눌려 본질이 흐려진다는 단점도 있다.
카르텔의 양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수능 킬러문항’ 논란에서 ‘사교육 카르텔 문제’로 확전된 교육개혁이다. 사교육 업계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으로 들어간 교수를 모니터링하고 영입을 시도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과정에서 카르텔이 형성될 것이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고 이 카르텔을 지속하기 위해 킬러문항이 계속 출제되고 있다는 가설 역시 충분히 세울 수 있다. 국민의 머릿속에도 킬러문항과 연계한 카르텔이 또렷이 각인되며 ‘사교육=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데 이 카르텔을 깨기 위해 사교육을 없애면 교육개혁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가.
당치도 않은 얘기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사교육과의 전쟁이 아닌 공교육의 정상화다. 지금 학교에서는 개념과 원리를 배워야 할 수업시간에 교과서가 아닌 EBS 교재로 수능 문제풀이만 하는 곳이 많다. 선행을 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시간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꾸벅꾸벅 조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이고 사교육 의존율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대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오히려 위력이 센 사교육 카르텔 속에 공교육은 얼굴도 못 내미는 형국이다.
노동개혁은 어떤가.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노조의 불법 행위 엄단과 회계 투명성을 제고 등을 통해 노동 유연화를 끌어올리고 지속 가능한 연금을 위한 개혁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시럽급여’ 논란 속에 나랏돈을 빼먹는 ‘부정수급 카르텔’만 부각되고 있다. 반면 노동시간 유연화나 임금체계 개편처럼 꼭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노동·교육 개혁과 달리 속도가 잘 나지 않는 연금 개혁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오는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다는 큰 틀만 공개된 상황임에도 유독 ‘이권 카르텔에 맞서겠다’는 메시지는 강조된다.
이런식으로 카르텔 프레임만 내세우다간 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3대 개혁은 변죽만 울리다 끝날 수 있다. 더욱이 선거 시즌이 다가온다. 3대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엔 뒷감당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정도로 가야 한다. 3대 개혁은 카르텔 철폐라는 단편적 메시지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정부와 국회, 학계, 기업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 수용 가능한 개혁안을 도출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국민과 이해집단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국민도 3대 개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 정책의 장기 비전을 보고 고통을 감내해 달라는 정부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현실의 문제’다. 정부가 신뢰를 쌓아야만 가능해질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취임 초 불리했던 정세를 뒤집고 16년이나 집권할 수 있었던 비결도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노동·재정개혁을 강단있게 추진한 데 있다.
이은정 콘텐츠 매니저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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