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통신비 부담, 제4통신사 아닌 산업 구조조정이 해법

2023. 7. 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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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이 높다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압박에 정부가 독과점 구조를 깨겠다며 또 제4이동통신 설립안을 들고나왔다.

통신사를 추가해 경쟁을 촉진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발상은 너무 단순하고 현실 파악도 제대로 안 된 듯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통신사업 환경을 바꾸는 데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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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이 높다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압박에 정부가 독과점 구조를 깨겠다며 또 제4이동통신 설립안을 들고나왔다. 통신사를 추가해 경쟁을 촉진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발상은 너무 단순하고 현실 파악도 제대로 안 된 듯하다. 현재의 3대 통신사 구조를 갖기 전에는 이미 5개 업체가 경쟁을 하고 있었지만 2개 업체(한솔텔레콤·신세기통신)는 경쟁에서 밀려나 인수합병됐다. 통신사의 수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규통신사는 30년 이상을 내공을 쌓아온 기존 통신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없다. 회사 설립을 통해 이득을 보기 위한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건 아닌지도 의심마저 든다. 우리보다 국토가 넓고 인구도 많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3개 이상의 전국사업자를 가진 나라들은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통신사업 환경을 바꾸는 데 진력해야 한다.

통신사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규제당국과 통신사가 적당히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통신 요금은 규제 당국에서 통제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하라는 뜻에서 1위 사업자는 허가, 중간사업자는 신고 하게 되어 있다. 가격이 적당히 배후 조종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에 관한 한 통신사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일이 아니다. 누구나 똑같은 지원금을 받아야 한다고 만든 단통법은 통신사만 배를 불린 경우다. 판매 장소의 임대료, 인건비, 사업자의 판매 규모 등에 따라 가격은 조정될 수 있는 것인데 언제 어디서나 가격이 같아야 공정하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경쟁력이 있을 수 없는 사업자를 늘리기보다는 창의적으로 통신 산업 자체를 합리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코어 유선망을 분리해 도매 형태로 모든 사업자와 지자체를 포함한 모든 사업 주체들이 활용하도록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쟁이 없이 규제 당국의 통제와 감독을 받는 공익사업화시키는 것이다. 영국에서 2000년대 초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BT의 유선코어망을 도매(wholesale)사업 조직으로 분리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제4이동통신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대도시 몇 군데 중심의 지역사업자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요가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는 로밍하듯이 자판기에서 단기 사용 USIM을 구매하면 된다.

우리 이동통신 서비스가 후진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서비스 모델이 개인으로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약정이라는 간이 계약에 가입함으로써 서비스가 개시된다. 수만 명의 종업원이 있는 기업체가 통신사와 기업 대 기업 간의 계약을 할 수가 없다. 앞서가는 나라들에서는 사용기간, 단말기 교체 주기, 데이터 사용량 등의 조건을 정해서 보통 10년 단위의 계약도 할 수 있다. 기업 사용자가 원하는 맞춤형 패키지 계약이 가능하다. 전 세계의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이런 형태의 계약을 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4이동통신을 설립하기보다는 통신 요금을 낮출 수 있는 창의적인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통신 선진국이 되려면 기술이 아니라 통신 서비스 규약이 선진화되어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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