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현실을 알아달라" 눈물로 호소하는 교사들
[하성태 기자]
▲ 20일 오후 서울교육청앞에서 서울교사노조와 전국초등교사노조 조합원들이 ‘(서초구 S초등학교)신규 교사 사망 사건 추모 및 사실 확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교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권우성 |
'애가 학교 오는 길에 넘어져서 다쳐. 교사 탓이래 체육하다 넘어져서 다쳐. 교사 탓. 어떤 애가 다른 애를 때려. 못 때리게 하느라 팔목을 잡아. 신체학대. 너가 그런 행동을 하면 다른 친구의 마음이 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타일러. 정서학대. 앞으로의 다짐을 적어 볼까? 정서학대. 하교 후에 다른 애랑 싸워. 학폭이래. 학교에서 교사가 사안 조사하래.
방학 때 애가 다쳐.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안 시킨 탓이래. 방학 때 애가 집을 나가서 늦게까지 안 들어와. 교사보고 전화 돌려 찾으래. 교사 탓이래. 못하겠어 이제. 난 정말 아이들을 사랑해서 우리나라를 사랑해서 교사가 됐어. 애들은 다 너무 예뻐. 근데 이제는 교육을 할 수가 없어. 기사를 보고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 교사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 19일 현직교사라 밝힌 작성자가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서00.. 이제 나는 뭘 하고 살아야 될까' 글 중에서
제보 아니 격정적인 토로가 쏟아진다. 교사에 의한 학교폭력과 아동학대 신고가 만연하게 된 학교 현장의 오늘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렇게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 교사들의 고백이, 절망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19일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가 전날(18일) 오전 학내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교원 임용 2년 만인 24살 젊은 선생님이 다른 곳도 아닌 근무하던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왜 하필 학교였을까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갖가지 아동학대 신고 사례부터 교권 추락의 과정들에 이은 향후 대책까지. 일선 교사들의 말문이 터지자 학교 현장 밖에서 지켜만 봤던 이들이 공감 섞인 우려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과도한 학부모들의 행태와 이에 속수무책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학교 현장의 구조적 모순, 이를 키웠던 원인과 대책 마련에 대한 갑론을박과 시시비비가 온라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중이다.
그럼에도 마음을 가장 다쳤고 그래서 더 위로가 필요한 이들은 일선 교사들일 터다. 위 글 작성자가 딱 그랬다. 자꾸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서울 사립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반대 다니다가 그만두고 교대를 갔어. 초등교사가 참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거든(...)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 나 정말 이런 글 쓰는 게 너무 무섭고 싫은데 교사들의 진심을, 지금의 세태를 제발 사회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그래서 글 써... 살려줘.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줘."
지난 3월 MBC < PD수첩 >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편을 시청하며 받은 충격이 되살아났다. 이를 계기로 관련 보도나 글들을 관심있게 들여다 보기 시작했더랬다. 가장 큰 충격은, < PD수첩 >이 조명한 대로 작금의 현실로 인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젊은 교사가 S초등학교 선생님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 MBC < PD수첩 >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의 한 장면. |
ⓒ MBC |
법대로, 바르게 살았던 딸이라고 했다. 직장생활을 거쳐 서른이 넘어 교대에 입학했다. 그래도 임용교시는 단번에 통과했다. 고 김은정(가명) 교사는 그렇게 적지 않은 나이에 부단히 노력을 해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그랬던 딸이 임용된 지 1년 반 만에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평소 부탁도 잘 못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발단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서부터였다. 한 발짝 물러서서 본다면 평범한 훈육의 일환일 수 있었다. 신고한 학부모 생각은 달랐다. 처음 김은정 선생님이 한 일이라고는 준비물을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들을 배려한 것이 전부였다. 해당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교감 선생님의 설명은 이랬다.
"(스테이플러 준비물을) 안 들고 온 친구들에게 빌려주려고 손 들라고 했는데 여러 친구가 손 드는데 얘한테 먼저 안 줬는데 얘가 'XX?' 이런 식으로 조금 욕설 비슷한 걸 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그걸 듣고서 얘를 일으켜 세워서 네가 욕설을 했지 않느냐 이러면서 복도에 나가 있어라(...).
솔직히 학부모님이 아동학대라고 주장을 하는데 학교에서는 '아닙니다 어머니', '아닙니다, 어머니 잘못 알고 계십니다' 이렇게 할 수가 없는 부분이거든요. 병원에 가서 2주 정신과 진단서 끊고 이렇게 해버리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경찰로 넘어간다 해도 어머니께서 진단서 제출하고 이렇게 해버리면 아동학대로 결론이 나잖아요."
학교 밖 시선으론 '고작 이 일로'가 고작으로 그치지 않았다. 학부모는 담임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 앞에서 야단을 친 것을 수치심을 준 정서적 학대라 주장했다. 아이가 쓰기 싫어하는 반성문을 쓰게 한 것도 학대에 포함됐다.
학부모는 집요했다. 관계기간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청에 전화도 학고 국민신문고도 두드렸다. 급기야 경찰 신고로 그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 준비에 돌입했다. 그에 앞서 (아동학대) '인지즉시신고'를 한 이는 다름 아닌 학교 교장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 모두 법과 절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김 선생님은 학교 측으로부터 학부모에게 사과할 것을 권유받았다. 거절했다. 신고가 끝도 아니었다. 김 선생님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원칙에 따라 담임에서 배제됐다. 신고만 들어오면 일단 수용해야 했다. 2022년 1학기 말의 일이었다.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냈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거나 반을 교체하는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선생님은 6일째가 되던 새벽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몇 달째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너무 많이 지쳤습니다. 앞으로의 일들을 헤쳐 나갈 에너지도 돈도 없습니다. 너무 힘이 없어 그만 포기하고 쉬고 싶습니다." - 김 선생님 유서 중에서
빈소도 마련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을 빨리 잊어 달라고 했다. 김해에 살던 김 선생님의 부모님은 장례식 없이 화장을 했다. 업무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 처리는 어림도 없었다. 아동학대 신고자였던 학부모는 김 선생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울먹울먹하죠. 나는 어떻게 살라고 난 어떻게 살라고. 하여튼 울고 막 그랬던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건 당시 교감)
▲ MBC < PD수첩 >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의 한 장면. |
ⓒ MBC |
경찰은 별다른 타살 흔적이 없다고 했다. S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각종 추측들이 난무했던 가운데 20일 오전 학교 측은 크게 문제될 일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유족 측은 학부모와의 마찰 여부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앞서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은 1학년 담임 반 학부모 4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시달림을 당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S초등학교 동료 교사는 사망한 선생님이 "지난해보다 올해가 10배는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상 규명 여부와 별개로 학부모를 통한 아동학대나 학교폭력 신고로 인해 심리적, 물리적 고충을 겪는 선생님들의 현실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별의 별 황당한 사례들이 난무했다. < PD수첩 >의 인터뷰에 응한 선생님들은 모두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접한 다수 선생님들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교원 경력 20년 차로 졸업생들에게 존경 받았던 선생님은 학부모와 이견이 갈리는 상황을 두고 벌어지는 아동학대 신고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해당 선생님은 말한다. "전국의 굉장히 많은 선생님들이 똑같은 어려움 겪고 계시다"고, "아동학대를 무기로 선생님들을 고소하고 공격했을 경우 저희가 방어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달라고.
반면 교사들은 빗발치는 민원 사례나 더 극단적인 괴롭힘과 관련해 학교나 교육청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나 조치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각자도생이란 시대정신이 학교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 듯했다. 적지 않은 일선 교사들이, 특히 젊은 교사들이 '학교 탈출은 지능순'이라며 교원 자격증을 반납하는 것도 납득이 갈 만했다.
그 피해는 교사들만의 것일 수 없다. 당장 몇몇 학생으로 인해 수업을 방해 받는 같은 반 친구들은 무슨 죄인가.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학교폭력 신고가, 작금의 교권 추락이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진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학교 현장을 둘러싼 제도와 해당 학부모들 모두일 것이다.
이에 대해 < PD수첩 >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랬다. 미국처럼 우리도 학교 내에 당장 경찰력이나 사설 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현장에 들이닥친 사법적 논리나 섣부른 사건화를 막으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였다.
"교사에게 학생들을 온전히 가르치는 데 기울이지 못하게 하고 이 민원까지를 다 떠안고 가게 하는가. 이 시스템에 대한 질문인 거죠, 사실. 이걸 갖춰주지 않고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네 담당이야 네가 책임져 그게 곧바로 사법적 논리로 넘어가는 건 (교사에게) 대단히 어려운 상황인 거죠." -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 관계자
"이걸 형사 사건화를 안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폭력대책심의위원회처럼 학교 안의 아동학대 같은 경우도 신고가 된다면 한 번은 학교 안에서 아니면 교육청 단위에서 모여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중간에 중재가 필요하다면 그때는 경찰이 아닌 다른 외부자원들한테 와서 상담이라든가 이런 걸 진행하면서 중재하는 절차만이라도 하나 넣어주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보여요." - 신수경 변호사
전례 없는 현실의 풍경
지난 6월 방송된 SBS <뉴스토리> '선생님들은 왜?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 편도 이번 사건의 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이해 실시한 한 설문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현직 교사 중 87%가 최근 1년 새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다고 한다.
실제 지난 5년간 사직한 교사는 4만 8000명에 육박했다. 사직하는 선생님의 비율도 2019년부터 한 해 당 만 명을 넘겼다. 특히 퇴직 교사 중 재직 5년 미만 젊은 교사들의 수가 지난 1년간 303명에서 589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공부는 학원에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교사들을 무시하는 학부모, 일선 교사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교권 추락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학교 현장과 법과 제도야말로 '아이들 대부분은 예쁘다'라고 말하는 선생님들을, 특히 젊은 선생님들을 아이들 곁에서 몰아내는 공범들일 것이다.
그리고 20일 오후, S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추모식 현장을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봤다. 검은색 복장을 한 선생님들이 조용하고 질서정연하게 추모와 헌화를 하고 있었다. 학교 담장에 늘어선 조화 행렬 중 '작년 담임선생님이라 행복했어요. 1학년 8반 학생 일동'이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애도의 메시지와 국화꽃을 놓고 있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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