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천경자 유족, '미인도 위작' 사건 국가배상 1심 패소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이 "검찰이 '미인도' 위작 논란을 수사하며 위작 작품을 진품이라고 공표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는 故천 화백의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김 교수의 패소로 판결했다.

이날 선고 직후 김 교수 측은 "당시 검찰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면서 느닷없이 수사 방향을 틀어 '미인도' 진위판정에 나섰고, 근거 없는 논리로 '진품'이라는 대대적인 발표를 해 국민을 오도했다"며 "재판부가 고발을 외면했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식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므로 후회는 없고, 앞으로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직접 증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며 항소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작고한 故천 화백은 '미인도'를 자신의 작품이라고 한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인도'가 가짜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절필을 선언하고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는 말과 함께 1991년 미국으로 떠났다.

故천 화백의 별세 후 유족은 꾸준히 '미인도'가 위작임을 주장했고, 프랑스 감정업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에 의뢰해 '진품 확률 0.0002%'라는 결과를 통보받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미인도가 故천 화백의 작품인 것으로 판단했다.

김 교수는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려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위작 의견을 낸 감정위원에 대한 회유 시도가 있었고,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을 감정위원에게 알려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이날 1심은 김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